오십, 중용이 필요한 시간 - 기울지도 치우치지도 않는 인생을 만나다 내 인생의 사서四書
신정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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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을 넘기면서 민주화가 삶의 모든 미시적 영역까지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거시적으로 성취되었다고 여겨진다. 이에 우리 사회는 보편적 가치에 따라 모두가 뭉치기보다 이해와 권리에 따라 헤쳐 모이는 다원주의의 현상을 보였다.
 극단의 논리와 극혐의 언어는 ‘중용’이 등장하게 된 시대적 배경이었다. ‘중용’은 바로 이렇게 진영의 논리가 득세한 극단과 극혐 또는 극호의 시대에 삶의 중심을 잡고자 제시되었다.
 따라서 중용은 내가 무엇을 해야 할 때 끝까지 고민하지도 모든 방안을 검토하지도 않고 어느 지점에 멈춰 서서 일을 서둘러 마치는 얼치기도 아니고 그냥 대충 넘어가려는 어물쩍도 아니다. 모든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만이 옳고 다른 쪽이 무조건 나쁘다고 큰소리를 치는 것도 중용의 길이 아니다. 중용은 인간의 진실에 따라 모든 것을 걸고서 뚜벅뚜벅 걸어가는 도전하는 길이다.
6-7쪽 저자의 머리말 중에서

 

 

 8년 전에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을 집필했던 신정근 저자가 이번에는 중용을 주제로 한 책을 출간했다. 마흔에 논어가 필요했다면 오십에는 중용이 필요하다. 공자로 대표되는 동양고전에 눈뜨게 만든 책이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이었다면 [오십, 중용이 필요한 시간]은 동양고전에서 길어 올린 깨달음으로 삶의 무게 중심을 묵직하게 실어주는 책이다.
 사실 이 책을 진지하게 읽어보면 이 책이 비단 반백의 중년들에게만 필요한 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저자는 중용이 등장하게 된 시대적 배경을 짚으며 중용의 가르침이 우리 시대에도 통할 수밖에 없는 사실을 넌지시 이야기한다. 극단의 논리, 해괴한 주장이 판을 치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삶의 중심을 잡도록 믿을만한 추가 되었던 중용의 무게는 우리시대에도 살아 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 역시 극단의 논리와 해괴한 주장이 판을 치고 있는데다 사람들은 기준을 삼을 것도, 추로 삼을 것도 없이 이리저리 유리하고 방황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용]의 구체적인 내용은 이 책으로 처음 접해보았다. 영화에서 인용된 한 구절로 중용을 접해본 게 다였던 나에게 이 책은 매우 신선하고 재미있게 읽혔다. 아마 특정 독자층을 공략하기 위한 전술로 제목에 ‘오십’이 들어가야 했던건가 싶은데, 이 제목 때문에 오십대 혹은 오십대를 목전에 둔 연령층들만 이 책을 눈여겨볼까 싶어 아쉬울 정도다.
 나이가 많든 적든(이것도 물론 상대적인 기준이리라), 사는 일의 고단함이 깊든 얕든 간에 사람은 누구나 중용이 필요하다. 용기가 없어서 선택하거나 실행하지 못하는 것을 ‘객관화’니 신중이니 하는 말로 포장하는 것도 안 될 일이고, 평생 아무것에도 책임지지 않고 구경꾼으로 혹은 방관자로 살아가는 것도 안 된 일이다. 이런 삶의 방식이 어쩔 수 없는 일인 것처럼 자리잡는 건 위험한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에게 [중용]이 필요한 게 아닐까. 오십이 곧 다가오는 사람들에게만 아니라 언젠가는 오십이 될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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