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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사사키 후미오 지음, 김윤경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5년 12월
평점 :
몇 달 전에 자전거를 한 대 장만했다. 꽤 값이 나가는 모델이었다. 폼 나는 자전거를 소유하게 되자 왠지 그에 걸맞은 의상과 가방, 헬멧, 장갑, 거치대 등도 모두 갖추어야 할 것만 같았다. 결국 그 모든 걸 장만하고서도 더 ‘필요한’ 것이 자꾸만 눈에 들어왔다. 문제는 그 멋진 자전거가 요즘은 거실에 붙박이처럼 자리 잡고 있다는 거다.
아마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갖게 된 물건이 많을 것이다. 책을 자꾸 사다 보니 책장이 필요해지고, 자기 전에 책을 보려니 휴대용 북 라이트가 있어야 편할 것 같고, 발췌하거나 메모할 일이 생기다보니 독서대도 필요했다. 어디 그뿐인가. 커피 원두가 생겨서 커피메이커를 사고, 머그를 사고, 컵받침도 사고.(원두 분쇄기도 살 뻔했다) 언젠가는 필요할 것 같아서 안 버리고 모아둔 나무젓가락이나 플라스틱 포크와 숟가락, 각종 증정품들도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다. 청소할 때마다 먼지를 털어내고 닦아내야 할 물건이 많아서 번거롭다. 물건이 점점 늘어나니까 더 넓은 집으로 이사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렇다. 난 너무 많은 물건을 가진 탓에 시간과 체력, 정신력 게다가 경제적인 소모가 컸다. 때로는 분에 넘칠 정도로 많이 가졌다는 생각 때문에 마음이 무거워지곤 한다. 그렇다고 비싼 물건을 잔뜩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닌데.
나는 가진 물건의 태반을 그저 ‘소유’하는 데만도 적지 않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었다. ‘언젠가’ 필요할 거라는 생각 때문이기도 했고, 거의 사용하지 않은 물건은 ‘아까워서’ 처분하지 못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큰 불편 없이, 신경 안 쓰고 살았다면 괜찮았을 테지만, 나는 ‘많이 가졌다’, ‘홀가분해지고 싶다’, ‘자유롭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는 편이었다.
나와 비슷한 증상(?)을 겪고 있거나 기분전환이 필요한 사람에게 이 책이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다만 당장 큰 변화를 기대하고 읽는 것은 좋지 않다. 거의 모든 자기계발서류의 책이 그렇듯이, 중요한 점은 모든 것이 본인의 실천에 달렸다는 것이다. 그 결과 또한 하루아침에 나타나지 않으므로 점진적인 변화를 다짐하면서 꾸준히 실천하시길. 의욕이 과하면 금세 지치기 마련이다.
군살을 빼면 몸이 가벼워지듯, 군물건(?!)들을 정리하고 한껏 가벼워진 삶을 즐기고 싶다. 그 날을 상상하며 물건을 하나씩 정리하고 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내용은 두 가지- 물건을 버리면 현재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된다는 것, 그리고 물건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주는 건 아니라는 것이었다. 오직 '지금'에 집중하는 단순한 삶을 살게 되면, 올지 안 올지도 모를 ‘언젠가’를 위해 혹은 과거의 어느 순간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을 허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였다. 나도 불투명한 ‘언젠가’를 모두 걷어내고 오롯이 지금에 집중하는 삶을 살고자 한다.
자신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 소유하는 미니멀리스트, 즉 최소주의자의 삶은 단순히 방이 깨끗해져서 기분이 좋다든가, 청소하기 편하다는 표면적인 장점뿐만 아니라 훨씬 더 깊은 본질에 그 가치가 있다. 바로 내가 어떻게 살아갈지를 생각하는 것, 누구나 추구해 마지않는 행복을 되짚어보는 일이다. (전자책, 46/227)
나는 물건을 버릴 때마다 몇 번씩, 지금 필요한지 아닌지 스스로 물었다. `지금`을 계속해서 묻고 `언젠가`를 없애가면서 간신히 `지금`에만 초점을 맞출 수 있게 되었다. (…) 마찬가지로 `예전에` 필요했던 물건도 이제는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다. 지금 필요한지 어떤지를 계속 질문한 결과, 과거에 중요하게 여겼던 물건, 옛날에는 어떻게든 갖고 싶었던 물건도 지금은 없다. 예전에 나 자신의 일부라고 믿었던 물건도 없다. (전자책, 208/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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