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 아키코 사계 시리즈
이츠키 히로유키 지음, 양윤옥 옮김 / 지식여행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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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고미네 가의 네 자매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의미의 하루코, 나츠코, 아키코, 후유코 – 의 이야기로 ‘사계’ 시리즈의 마지막 권이다. 계절의 순서라면 후유코가 마지막이 되어야 하지 않나, 하는 것은 나의 선입견일 뿐, 이 시리즈의 첫 책도 하루코가 아니라 나츠코라고. 나는 ‘사계’ 시리즈를, 시리즈의 마지막인 이 책으로 처음 접하게 되었다.





제목과 같이 이 책은 셋째인 ‘아키코’에 대한 이야기인데, 단지 그녀뿐만이 아닌, 네 자매가 각자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져있다. 첫째인 하루코는 리사이클 숍을 운영하는 사업가로서, 나츠코는 ‘피플스뱅크’ 즉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소액대출을 해주는 은행가로서, 아키코는 정치의 세계에서, 그리고 후유코는 라디오라는 매스컴의 세계에서. 그 중에서 이 책의 주인공(?)인 아키코에 대해서는 ‘정치의 세계’라고 간단히 정리했으나 사실 그 배경을 들여다보면 참으로 당차고 대범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키코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들어간 국립대학 의학부에서 대학병원 민주화운동을 하다 결국 의학부도 그만두고 환경보호 운동에 종사하며 작은 잡지의 발행인이 된다. 그러나 그런 활동만으로는 갈증을 느껴 현실을 바꾸는 ‘큰 힘’을 가지는 것의 필요성을 느끼고 자신의 이상을 추구하기 위해 정치 세계에 뛰어들기로 결심한다.





시리즈의 마지막 인물인 만큼 그 동안 아키코의 존재가 가장 드러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아키코에 대한 이야기가 주축이 될 수 밖에 없으나, 나는 엉뚱하게도(?) 막내인 후유코의 이야기에 더 빠져들었다. 특히나 자신만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맡게되지만, 마음의 병으로 괴로워하는 환자들을 돌보는게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일이라며 결국 라디오를 그만두는 모습에 매료되었달까. 일단 성격 자체가 어쩐지 나랑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고, 또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성공’의 기준과는 달리 자기 내부의 마음의 소리에 따르는 것이 현실에서 얼마나 힘든일인지 알기 때문이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마찬가지겠지만, 내가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이 맞나, 모두 인생은 한 번 뿐인데 이렇게 사는 것이 옳은가 하는 고민을 한창 하는 중인데다, 다른 사람의 눈치, 혹은 체면 따위를 따지며 살아가고있는 내게, 책의 말미에 나온 후유코의 편지는 큰 위로와 용기를 주었다. “인간은 모두 똑 같은 방식으로 살지 않아도 괜찮아, (…) 백만 명이 있다면 백만 가지의 인생이 있다. 그러니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면 된다. 아무리 괴상한 인생이라도 그건 그 사람의 인생이니까 누가 무슨 말을 하건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더불어 네 자매라는 부분이 부럽기 짝이 없다. 나는 외동딸이기 때문에 솔직히 형제자매간의 특유의 다이내믹(?)에 대해 이해도가 전혀 없다. 외동인 것이 괜찮았다는 사람들도 많지만 나는 조금 외롭다고 느꼈고 자라는 동안 내내 언니 오빠 동생이 있는 사람들을 부러워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특히 언니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에 네 자매 사이의 끈끈한 자매애, 서로 어려운 일이나 고민을 상담하고, 서로 편지를 보내는 모습은 정말이지 부럽기 짝이없다.





이 책을 읽고나니 ‘사계’ 시리즈의 다른 책들도 읽고 싶어졌다. 여기에 표지 만으로도 너무 마음에 들어 시리즈 전 권을 ‘소장’하고 싶다. 너무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은, 괜찮은 네 자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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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기 위해 태어나다 -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공감 능력을 회복한 아이들
브루스 D. 페리, 마이아 샬라비츠 지음, 황정하 옮김 / 민음인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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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이 셋을 키우고 있는 엄마지만, 사실 아이를 낳기전 엄마가 될 준비를 한 것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신생아를 어떻게 돌보는지에 대해서만 대비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어릴때는 살짝 자만한적도 있다. 비록 내가 잠은 좀 부족하고 몸이 힘들지만, 그래도 아이 키우는 것은 내가 노력한 만큼 어느정도 되는거구나.. 그러다 아이가 크고 어린이집으로 학교로가고, 친구가 생기고, 자기 주장이 생기고 엄마 말을 듣지않고 하면서부터는, 감정에 휩싸여 어쩔줄 몰라하는, 준비되지 않은 엄마의 모습을 많이 보이게 되었다. 그리고 오히려 ‘몸만 피곤하면되었던’ 아이들의 어린시절때가 차라리 속 편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아이들을 사랑하지만, 나는 그 사랑을 아이들에게 충분히, 제대로 전달하고 있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에 고민하던 때에 이 책을 만났다.

이 책은 공감에 대해서 얘기한다. 공감이란 쉽게 얘기해서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내가 그 입장이면 어떨지 상상하고, 고통스럽다면 도와주려 하는 마음이다. 또한 신뢰, 이타심, 협동, 사랑, 관용과 같은 모든 사회적 가치의 근원이며, 범죄나 폭력, 전쟁, 인종차별, 아동학대, 불평등을 비롯한 사회문제 대부분이 공감에 실패해서 벌어지는 일들이라고 한다.


결국 공감이란 살아나가는 데에 꼭 필요한 일종의 기술이며, 공감능력의 발달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아이가 태어난 직후부터 양육자, 특히 엄마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뇌가 적절하게 발달하려면 반드시 사회적 경험이 제공되어야 하는데, 그 경험이란 ‘일관’된 신체접촉 및 반응, 행동이 ‘반복’되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안정된 환경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로 책을 읽어주는 것이 제시되었으며, 또한 놀이야말로 공감능력 개발의 핵심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오늘날에는 놀이시간이 점점 줄고 있으므로, 가급적 TV 등에 노출되는 이른바 스크린 타임을 최소화하고 자유로운 야외놀이시간을 극대화할 것을 제시한다. 또한 언어능력과 관련하여, 중산층 전문직에 종사하는 가정에서 자란아이들은 가난한 집 아이들에 비해 긍정적인 단어를 더 많이들으며, 사용되는 어휘수 자체도 두배이상 차이가 난다고 한다. 따라서 긍적적인 언어를 사용하고, 또한 얘기를 많이 나누는 것이 필요하겠다.


청소년기에는 집단에 ‘소속되고 싶은’ 욕구를 인정해줄 필요가 있겠다. 친구 무리 속에서 혼자 합리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친구를 현명하게 고르도록 하는 것이 훨씬 쉬운 일이다. 실은 이 부분은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마찬가지이다. 어떠한 그룹에서든, 옳고 그름을 떠나 나홀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어디 쉬운가. 그런데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아이에게 그걸 바라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인듯 하다.


또 하나, 책을 읽다가 “스트레스가 가득한 세상에 대한 준비는 공격성을 증가시키고, 평화로운 세상에 대한 준비는 사랑을 증가시킨다.”라는 문장에서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아이들을 사랑하니까 혹독한(?) 세상에 대해 가급적 미리, 상세히 알려주고 준비를 시켜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그것은 세상에 대한 불안감만 증폭시킨 것은 아닐런지. 세상은 그래도 살만한 곳이라고 가르쳐주고 싶은데 정작 나는 반대로 해왔구나 싶다.


이처럼 책에서는 각종 연구와 사례 등을 들어 공감 및 공감능력이라는 주제를 여러각도에서 다룬다. 특히 가정의 범위를 훌쩍 넘어 학교나 사회, 더 나아가 국가에 대한 부분까지 확장되어 있다. 예를들어 공감능력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면 개인의 행복만 위험해지는 것이 아니라 국가 경제 전체가 위기에 처한다는 것, 빈부격차가 커질수록 사회 전체의 신뢰수준을 작아지다는 점 등에 대해서도 얘기하는데,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오늘날을, 공감능력이 확실히 떨어지는 사례가 늘어나는 요즘을 생각해보면 마음이 착잡해진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가정에서 할 수 있는 것들, 내가 할 수 있는 일들부터 하나씩 하되, 그 대상을 우리 아이들에서 점차 그 범위를 넓혀가야겠다는 것.

당장은 아이들에게 책을 많이 읽어주고,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긍정적인 언어를 쓰고, 자꾸 밖으로 데리고 나가 TV대신 자연을 접할기회를 주고, 가급적 많이 놀게하고… 별것 아닌 일 같지만 실천하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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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몽 2015-05-01 19: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책읽어주고 이야기 많이 나누고 공감한다는 것이 점점 힘들게만 느껴집니다.
점점 제시간에 대한 욕구가 강해져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어요..
엄마라는 역할에서 중심을 잡는것이 점점 힘들어집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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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고민도 상담하고 싶을 정도로 좋았어요 주변에도 권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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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2023-01-16 16: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현대문학입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출간 10주년을 맞이하여 기념 영상에 선생님의 100자평을 전체 혹은 일부를 아이디는 블러 처리하여 사용코자 합니다. 부디 허락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클라라비 2023-01-16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감사합니다 :)
 
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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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내가 처음 읽어본 김영하 작가의 책이다. 팟캐스트로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을 들으면서도 정작 김영하 작가의 책은 한 권도 읽어보질 못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때에는 작가의 스타일이라던지 문체 등에 전혀 익숙하지 않은 상태.



일단 소재자체가 매우 흥미롭다. 기억이나 기록 등에 대한 주제를 좋아해서 메멘토나 인셉션 류의 영화에도 열광했는데, 이 책도 비슷한 전개방식이라 흥미진진했다.



기본적으로는 알츠하이머에 걸려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은퇴한 70세의 연쇄살인범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이다.

딸 은희와 둘이서 외로이 살고있는 김병수. 마을에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나자, 우연히 만나게 된 박주태가 연쇄살인범이라 직감하는데,

그가 은희와 교제중이라는 사실을 알게되자, 실제로는 은희를 노린다는 확신으로 딸을 지키려한다.



그런데, 자신의 사라져가는 기억들을 붙들기위해 녹음과 기록을 하고있음에도,

조금씩 현실과 기록에 차이가 벌어진다.

읽는 나도 점점 더 헷갈리고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어떤것이 현실인고 어떤것이 기록인지, 혹은 기록이 정확한 것인지, 내가(혹은 화자가) 이상한건지 다른 사람이 나를 속이는 것인지...



아무튼 결론적으로는 몇 가지의 반전이 있는데,

실은 스토리상의 이러한 반전들이 주는 충격은 상대적으로 미미하였다 (읽으면서 어느정도는 예상이 되기도 했다),

오히려 치매환자의 시점에서 씌여진 이야기라는 것 자체에 대해 생각을 많이하게 되었다.

이 책을 `세계가 무너져내리는 공포체험에 대한 기록`이라고 한 줄로 정리한 것을 보았는데,

정말이지 이보다 더 요약을 잘할수는 없지싶다.



내가 알츠하이머 당사자라고 생각해보자.

여러형태로 애써써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록자체가 현실과 어긋남으로 인해 느껴야하는 혼돈과 자괴감.

영화 `내 머리속의 지우개`에서도 나온 대사처럼 `기억이 사라지면 영혼도 사라지는거야`와 같은, 점차 내 자신의 소멸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과거와 미래가 없다면 현재는 무슨 의미일까`





`장편소설`로 분류됨에도 불구하고 실제 분량이 많은 책은 아닌데다,

이야기의 특성상 한번 읽기 시작하면 몰입되어 중단하기가 어려워 단숨에 읽어내렸다.

다만 같은 이야기를, 이 책의 다른 등장인물의 시점으로 서술해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봄.





기억에 남는 구절들.



+ 나는 살아오면서 남에게 험한 욕을 한 일이 없다.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피우고 욕도 안 하니 자꾸 예수 믿느냐고 묻는다. 인간을 틀 몇 개로 재단하면서 평생을 사는 바보들이 있다. 편리하기는 하겠지만 좀 위험하다. 자신들의 그 앙상한 틀에 들어가지 않는 나 같은 인간은 가늠조차 못 할 테니까

+ 치매는 늙은 연쇄살인범에게 인생이 보내는 짓궂은 농담이다.

+ 그가 사냥하는 것이 짐승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강한 예감이 든다. 만약 이 예감이 맞아떨어지나면 이것은 신이 내게 던지는 고급스런 농담일까, 아니면 심판일까.

+ 지금 신은 내가 저지른 악행의 신성을 스스로 진부하게 만들 것을 명령하고 있다.

+ 과거와 미래가 없다면 현재는 무슨 의미일까

+ 인간은 시간이라는 감옥에 갇힌 죄수다. 치매에 걸린 인간은 벽이 좁혀지는 감옥에 갇힌 죄수다.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숨이 막힌다.

+ ˝무서운 건 악이 아니오. 시간이지. 아무도 그걸 이길 수가 없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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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Chaeg 2015.No 5 - April
(주)책(월간지) 편집부 엮음 / (주)책(잡지)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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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4월호.

이번달의 `불친절하고 사적인 책 선택` 꼭지에서 다룬 몽테뉴의 수상록을 꼭 읽어봐야겠다. 읽을 책 추가.

그리고 그냥 팍 꽂힌 한 문장.
고독은 능동적일 때 근사해지고,
사람은 감정적으로 독립했을 때 자유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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