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에 걸리신 그 분께 대추차를 드렸어요
낡고 찌그러지고 커피 찌든 때로 가득한 텀블러에 겁도 없이..
잘 드셨다고 텀블러를 돌려받았는데
오마나
너무도 깨끗하게
새 것이 되었습니다
그 분의 연세..저희 작은 아버지 뻘..
그분은,그분은,
우리 본당 주임 신부님
직접 수세미로,솔로
닦으셨을 생각을 하니
ㅠㅠ고맙고 미안해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말 없는 칭찬을 한 몸에 받은 듯
복에 겨운 저는
성당 마당에 쌓인 눈을
조용히 쓸었습니다
마당에서부터 신부님 차 입구까지..
그리고 어르신들 넘어지실까봐
성당 입구부터 엘리베이터 타는 곳까지..
춤 추듯 기쁨으로 넘실대면서요
눈을 쓸고 있을 때는
조용히 일을 처리하고 싶어서
˝예수님,제발 아무도 안보게 해주세요˝
했다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될 무렵부턴
˝아...이 쯤에선 누군가 나타나주어야 하는거 아닌가?˝로 바뀌었어요
흙흙
인간..
그래도 오늘 마음이
여전히 천국과 지옥을 수시로 왔다갔다 하긴 하지만
존재는 행위를 넘어선다는 것
살아보니 좀 더 살아가고 싶도록
더 좋고 선한 나로 만들어주는
누군가들 덕분에 행복해져서
기록에 남겨봅니다
히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