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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짝꿍 최영대 ㅣ 나의 학급문고 1
채인선 글, 정순희 그림 / 재미마주 / 1997년 5월
평점 :
생각해보면 나는 참 풍요로운 어린시절을 보냈다. 피아노도 배우고,엄마를 따라 시립도서관도 다녔다. 앞으로의 소망과는 별개로,내 인생의 황금기는 초등학교 시절이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그 빛나던 시절에도 나한텐 우리반 영대가 늘 있어왔다. 기억에도 생생한, 사람이면 가지고 있는 움푹패인 배꼽같은 지점들.그 낮은 고지를 차지한 누군가가 꼭 한명은 있어왔다.
나는 꿈꾼다.시지푸스 운명처럼 우리는 지구상에 짐 지워진 고통의 총량을 저마다 나눠가져 바톤을 터치한다. 영대,넌 힘들었으니까 이젠 마음껏 즐거워도 돼. 박건반(clavis),넌 찬란한 시절을 보냈으니 지금은 죽어라 힘내야 할 시기.
이름도 없이 내 기억속에 웅크리고 있는 영대들 생각이 난다.글 속의 영대짝꿍처럼 우리반에서 제일 먼저 너한테 다가가서 '미안해,울지마'라고 말하지 못했던 것.사과하고 싶다.
상처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아프냐고 묻는것은 허영일 수 있다.나는 누군가 지금 나한테 아프냐는 질문을 한다면 그 사람을 붙잡고 엉엉 울어버릴 것 같다. 그래도 상처의 시간.상처의 기억에서 과거로 회귀해 사과를 주고 받을 수 있다면 그래서 기억은 남아도 상처가 치유된다면 좋겠다.
나에게도.영대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