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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4월
평점 :

'오베라는 남자'의 프레드릭 배크만 장편소설.
이 책이 나오자, 출판사에서는 오베라는 남자의 후속작이라는 이야기가 없더라도
이 자체로 재밌고 감동이라고 했고, 또한 읽은 독자들도 그러했더랍니다.
고백하건데,
초반에는 대체 이 산란하고 억지스러움은 뭐냐고,
오베라는 남자가 최선인게야? 하고 생각했다죠.
죄송합니다.
초반은 조금 그러했다지만
아무튼 1/4을 넘어서면서부터는
묘하게 오베스러운 할머니는 오지랖의 영역이 더 넓고
또한 이웃들이 더욱 엮여 있으니,
오베라는 남자의 몇 배로 감흥을 주는 명랑소설이었더랍니다.

이 이야기의 주 무대는 아파트.
엘사의 맞은편에 사는 할머니,
그리고 브릿마리와 켄트, 까만치마를 입는 여자,
레나트르와 마우드, 알프,
무슨 증후군 아이,
그리고 개 워스, 거기에 괴물까지도 사는 집입니다.
엘사는 엄마와 둘이 사는데,
그런데 엄마는 지금 동생을 임신중이십니다.
그리고 그 엄마는 아주 정리되고 완벽을 추구하는 정말 열심히 일하는 병원 경영자였죠.
그리하여 엘사는 대부분 할머니와 지냈습니다.
동네에서 테러리스트로 불리기도 하는 할머니는
정말 완전 제멋대로인데, 그 정도가 어마어마하죠.
그리고 이 할머니의 엘사를 무진장 사랑하는 할머니여서,
학교에서 여기저기 튀는 성격의 엘사의 든든한 지원군이었더랍니다.
교장앞에서 지구본을 집어던질 정도로 말이죠.
"나도 화가 나요...... 할머니는 아프지 않다고 거짓말을 했고
... 그래도 할머니가 보고 싶어서 그것 때문에 화가 나요!"
할머니가 병원을 다니긴 했지만 이럴 줄은 몰랐는데,
할머니와 엘사가 이야기하던 미아마스 나라로 떠나버린 할머니,
마지막까지도 쾌할 엉뚱을 함께 했던 할머니는
그렇게 떠나십니다.
그런데 할머니는 엘사에게 숙제를 남기죠.
이웃들에게 미안함을 고백하는 편지를 전달하라고 말입니다.
이 숙제는 이웃들에게는 할머니의 용서를 전달하는 편지이기도 했지만,
그렇지만 그동안 할머니가 당신의 과거 이야기를 손녀에게 해주지 않았기에
그리하여 엘사가 할머니의 역사를 알게되는 개기가 된답니다.
깰락말락나라에서 만든 어느 이야기에 따르면
저주를 풀고 바다를 해방시킨건 미아마사 출신 여자아이다.
하지만 할머니는 어떤 식으로 저주를 풀었는진 한 번도 설명한 적이 없었다.
할머니가 들려준 이야기들에는
할머니와 그리고 이웃들의 이야기가 녹아있었습니다.
'성'이라 부르는 아파트의 이웃들의 이야기.
그 이야기와의 개연성들은 엘사가 사과편지를 전달하며
끊임없는 질문을 하면서 이야기를 파악하게 되지요.
아파트는 단순한 집이 아니었습니다.
'성'일 수 밖에 없었던 것, 할머니가 어떻게 친구를 지켰는지.
이웃들은 어떠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던 것인지를
엘사는 사과편지를 전달하며 알게 되고,
할머니가 마무리짓지 못했던 관계를 풀어주게 된답니다.
똑똑한 아이라고 철떡같이 믿고 있던 고슴도치 할머니,
할머니가 옳았습니다.
비정상이었던 거 미안해.
사랑한다.
우라지게 사랑한다.
할머니의 개떡같은 행동들은 안개떡이기도 했고,
그러한 비정상적이라서 미안하기도 했지만
그러한 행적으로 인해 엘사가 또 다른 가족들에 이어 속하게 되지요.
말도 안되는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만 같더니,
눈물이 울컥하는 감동도 있고, 엮이는 상황들이 흥미로워지기도 하고.
'미안하다, 사랑한다'하는 느낌으로 축약되는 명랑감동 소설.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