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작가가 쓴 소설을 국내독자들이 읽지 않고 있다.

장기간의 침체기를 겪고 있는 한국소설 시장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푸른숲. 2005) <아내가 결혼했다>(문이당. 2006)를 제외하고는 '팔리는' 작품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교보문고 온라인집계에(23일 기준) 따르면 전체 판매순위 40위권 내에 진입한 한국소설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7위), <사랑 후에 오는 것들>(14위), <아내가 결혼했다>(18위>, <인간 연습>(25위) 네 권뿐이다.

인터넷 서점 YES24의 집계 결과도 비슷하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4위), <인간연습>(10위), <아내가 결혼했다>(13위), <뿌리 깊은 나무>(26위) 네 권만이 종합 판매 순위 40위 권 안에 올라있다.












이에 반해 해외소설은 강세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교보문고 9위, YES24 25위), <다빈치 코드>(교보문고 20위, YES24 38위), <공중그네>(교보문고 24위, YES24 32위), <플라이 대디 플라이>(교보문고 30위), <오만과 편견>(교보문고 32위, YES 17위), <향수>(교보문고 36위, YES24 30위), <연금술사>(교보문고 30위, YES24 36위), <호박방>(YES24 27위), <모모>(교보문고 40위),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YES24 39위) 등 10여권의 다양한 해외소설이 판매순위 상위를 장식하고 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 집계에서는 <공중그네>(은행나무. 2005)가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보다 한 단 계위인 4위를 차지하고 있어, 전체 문학 차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공중그네>의 작가 오쿠타 히데오의 신작 <남쪽으로 튀어! 1, 2>(은행나무. 2006)는 출간 일주일 만에 종합 순위 18위에 올랐으며 <파이 이야기>(작가정신. 2004)의 작가 얀 마텔의 <셀프>(작가정신. 2006)도 출간 되자마자 종합순위 8위에 ‘껑충’ 뛰어 올랐다.

사실, 팔리는 소설이 없는 소설 시장의 악순환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교보문고가 집계한 2005년 소설부문 베스트셀러 순위 집계에 따르면 10위에 안에 오른 한국소설은 김별아의 <미실>(문이당. 2005) 단 한 권뿐이었다

나머지 9권은 <다빈치 코드>(베텔스만코리아. 2004) <모모>(비룡소. 2000) <연금술사> (문학동네. 2001) <해리포터와 혼혈왕자 제6권 1, 2>(문학수첩. 2005)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문학동네. 2001) <공중그네> <어둠의 저편>(문학사상사. 2005)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세종서적. 2005) <오자히르>(문학동네. 2005) 모두 해외소설이었다.

일류(日流)를 걱정하던 한국소설시장은 이제 일류를 지나 전 세계 국가들의 소설로인해 시장을 잠식 당하고 있다.

해외소설의 꾸준한 선전을 고려 할 때 한국문학의 이 같은 악순환과 장기간의 침체기는 원인을 짚어 봐야 할 중대 사안이다.

최근의 한국소설 대부분은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출간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시장에서 사라져 버리는 ‘수모’를 겪었다.











월에 언론의 주목을 받은 신인 한유주의 <달로>(문학과지성사. 2006), 임정연의 <스끼다시 내 인생>(문이당. 2006)을 포함해 6월에 주목 받은 방현희의 <바빌론 특급 우편>(열림원. 2006) 등단 9년차 김종광의 <낙서문학사>(문학과지성사. 2006)는 모두 대중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 채 시장에서 사라졌다.

독자들에게 가장 사랑받아야 할 한국소설이 이처럼 외면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첫 번째 이유로는 ‘읽히는 소설’이 적다는 점.

장기간 베스트셀러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과 <아내가 결혼했다>의 가장 큰 장점은 탄탄한 스토리 구조다. ‘긴 호흡’을 유지해야 하는 장편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한번 읽기 시작하면 단숨에 읽히는 뛰어난 가독성도 장점이다.












출간된 지 5~6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는 <연금술사>나 <향수>(열린책들. 2000) 역시 깊은 의미를 담고 있으면서도 어렵지 않게 읽히는 작품들이다. 일류(日流)를 대변하는 <플라이 대디 플라이>(북폴리오. 2006) <공중그네>는 탄탄한 스토리는 물론 쉽고 따뜻한 이야기로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작품들이다.

이에 비해 최근 출간 된 한국소설 대부분은 어려운 문체나 형식 때문에 쉽게 읽히지 않거나 이야기 구조가 헐겁다는 취약점을 보이고 있다.

신예작가 한유주의 <달로>는 문장의 새로운 형식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암호’에 가까운 어려운 문장 때문에 독자들로부터 멀어졌다.

평단의 높은 평가를 받은 <낙서문학사> 역시 쉽게 읽히는 작품은 아니다. 문학의 자성을 촉구하는 태도는 신뢰가 가지만, 풍자성이 강한 독특한 형식은 일반 독자들이 읽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

동성애, 근친상간을 다룬 <바빌론 특급 우편>은 독자들이 다가서기 힘든 소재를 다뤘다는 점에서, <스끼다시 내 인생>은 빈약한 문장밀도와 스토리구조로 독자를 끌어당기지 못해 서점에서 사라졌다.












이제 관심을 두어야 할 소설은 <내 머릿속의 개들>(문학동네. 2006) <백수생활백서>(민음사. 2006) <>(생각의나무. 2006)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한겨레출판. 2006) 네 권의 소설이다.

가장 최근에 출간 된 네 작품은 모두 대형 문학상과 관련이 있는 소설이다.

<내 머릿속의 개들>은 문학동네 작가상 수상작이며, <백수생활백서>는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이다. <발칸의 장미를 내게 주었네>는 2006년 이상문학상 수상작가 정미경의 단편 소설집이고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는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이다.

‘따끈따끈’한 네 권의 소설이 맥없이 쓰러진 기존 소설들의 병실 행을 이어 갈 지, 새로운 용트림을 시작 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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