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2006-07-14

 

 

 

 


지난 세기 한국에서 생산된 중단편소설들을 엄선한 창비판 ‘20세기 한국소설’이 완간됐다. 도서출판 창비에서 계간 ‘창작과비평’ 창간 40주년 기념으로 기획해 지난해 1·2차분 36권을 펴낸 데 이어, 이번에 3차분 14권을 덧붙여 모두 50권으로 마무리했다. 이광수 김동인 염상섭 등 식민지 시기 문인들에서 김영하 배수아 하성란에 이르는 1990년대 말기의 젊은 문인들 작품까지 204명, 374편의 중단편을 망라했다.

창비는 이 전집의 특징으로 먼저 “기존의 모호한 기준으로 선정된 작가들의 대표작 구성을 창조적으로 해체하여 지금의 기준에 맞는 새로운 한국소설 100년을 정리했다”는 사실을 내세운다. 재선정 기준은 ▲리얼리즘 계열의 작품을 중심에 두되 다양한 경향의 대표작 망라 ▲‘엄밀한 다시 읽기’를 통해 일반적으로 알려진 대표작의 수정 ▲작가의 지명도에 흔들리지 않고 작품 중심으로 선정한다는 것 등이다. 최다 수록 작가는 6편이 실린 이태준이고, 현진건 채만식 김유정 박태원 김승옥 황석영 박완서의 작품이 각각 5편씩 실렸다. 최인훈과 백민석은 본인의 거절로 빠졌다.

또한 다양한 판본들 중에서 그 작품의 문학적 의미를 가장 잘 드러내고 왜곡되지 않은 판본을 선정해 대본으로 삼았다. 학생용 선집이나 전집에서 흔히 보이는 편집상의 개악이나 무분별한 어휘 수용, 섣부른 교열로 작품성을 훼손하는 오류를 바로잡아 최대한 작품의 원래 맛을 살렸다는 것이다. 사전을 찾지 않고도 소설을 읽어나갈 수 있도록 어렵거나 낯선 단어를 권말에 일일이 풀어놓았다.

이번 기획 전집을 만들면서 창비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대목은 독자의 눈높이에 맞춘 해설. 현장에서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는 교사 50여명과 박사급 전문연구진 50명이 이메일로 인터뷰하면서 감상 포인트를 짚어주는 방식을 택했다. 완간을 기념해 부록으로 ‘20세기 한국소설 길라잡이’를 붙인 것도 특징이다. 이 별권에는 20세기 한국소설의 주요 흐름을 살펴보는 시대별 총론 6편을 수록해 한국소설 100년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청소년들에게 한국문학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한 의도가 강한 이 전집의 대표 편집위원 최원식씨는 “진정한 교육은 정답을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질문하는 법을 함께 훈련하는 것이라는 금언을 명심하며 소설을 무엇보다 소설 작품으로 향수하게 하고자 했다”며 “독자들의 향수력을 고양하는 것이야말로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교육의 위기, 나아가 문학의 위기를 치유할 지름길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조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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