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아침에 일어나면 좋은 일만 있을 거예요.”

매일 밤 12시. 고된 하루를 뒤로 하며 어김없이 주문을 건다. 사람들은 이 주문을 들으며 거짓말처럼 편안히 눈을 감는다. ‘같이 있어서 힘이 되는 시간’ 이소라의 FM 음악도시는 그렇게 하루를 마감한다.

음악도시를 찾는 사람들은 누구나 ‘음도’ 시민이 된다. 음악도시 ‘시장’ 이소라는 시민들을 ‘꽃돌이’, ‘꽃순이’라 부르며 친근하게 반겨준다. 특유의 재치있는 입담과 편안한 목소리로 시민들을 위로하고 다독인다. 음도 시민들은 서로의 사연을 들으며 함께 울고 웃는다. 음도 시민들이 음악도시를 자주 찾는 이유다.

MBC FM 음악도시가 지난 23일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다. 이소라가 지난 2001년 유희열로부터 자리를 넘겨 받아 음악도시를 지켜온지 5년만의 일이다. 1996년 4월 ‘초대 시장’ 신해철의 진행으로 시작된 음악도시는 이로써 10년간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음악도시는 특유의 마니아층을 형성해 온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첫 음도 시장을 맡은 신해철은 1년 6개월 동안 거침없는 입담을 과시하며 청취자들을 사로잡았다. 신해철의 뒤를 이어 1997년 음악도시를 맡은 유희열은 소박하고 따뜻한 진행과 음악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인기를 모으며 3년 6개월 동안 음도 시장 역할을 했다. 이소라는 유희열로부터 마이크를 넘겨 받아 편안한 방송을 만들어왔다.

음악도시에서 매일 밤 11시부터 5분간 방송되는 ‘그 남자 그 여자’는 청취자들의 공감을 얻은 음악도시의 대표적인 인기 코너다. ‘그 남자’와 ‘그 여자’가 서로의 입장에서 독백을 하는데 남자와 여자의 세밀한 감정까지 잘 잡아냈다는 평을 듣는다. 2003년 12월 같은 이름의 책으로 묶여 나온 뒤 지난 20일 3권이 출판될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이소라는 마지막 방송을 마치며 “어떻게 하면 잘 사는 걸까 늘 생각하거든요. 결국은 ‘나’다운 걸 찾아가는 게 잘 사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떠나는 결정을 하기가 어려웠답니다. 하지만 제가 ‘나’다워지는 동안 음도 시민들도 ‘나’다워져서 만나자구요. 5년 동안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너무 행복해서 이거 그만둬야 하는 거 아닌가 늘 생각했던 거 아세요? 너무 좋아서 떠나는 거에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음악도시라는 이름이 없어지는 건 아쉬워요. 다른 DJ가 이어갔으면 좋았을텐데… 하지만 우리 금세 또 만나요”라는 말을 남겼다.

음악도시를 애청해 온 음도시민들은 음도의 빈자리를 허전해하며 여전히 음악도시 홈페이지를 찾고 있다. 음악도시 홈페이지에는 “언니 웃음으로 하루를 마감하고,언니 한숨으로 위로받고,언니와 함께 웃고 눈물짓던 그 시간이 벌써 그리워요”, “항상 음도가 있음으로, 이소라 씨가 있음으로 힘을 얻고 용기를 얻었는데… 음도는 단순한 라디오가 아니라,저를 비롯한 음도시민의 일상이었습니다” 같은 글이 이어지고 있다.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도 음악도시 종방 반대 네티즌 청원이 벌어졌다. 이미 목표정원 1000명을 넘겨 1300명 정도가 서명을 한 상태다. 네티즌들은 “이소라의 FM 음악도시는 시끄러운 세상 속에서 쉼표가 되어주는 방송”, “돌아올 때까지 다시듣기를 반복해 들으며 기다려야겠다 ”는 의견을 남겼다.

또 네티즌들은 자신의 블로그에도 “음도는 외롭고,아프고,슬픈 사람들이 위로받는 작은 마을… 라디오를 켜면 언제나 나를 반기고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어른들에게 있어 고향 같은 존재였다”, “내 추억도, 청춘도 같이 떠나가는 것 같아 아쉽다”, “꼭 친구 하나를 잃어버린 기분이다”라는 글을 남기며 음악도시의 빈자리를 그리워하고 있다.

FM 음악도시의 김재연 작가는 종방 이후 음악도시 홈페이지에 ‘안녕 안녕’이라는 글을 올렸다. 김 작가는 이소라 씨가 울지 않아서 이상하다는 음도시민의 글을 봤다며 “이소라 언니는 원래 눈물이 많잖아요. 사실 마지막 방송은 생방송이 아니었어요. 언니가 울 것 같아서 생방송 못하겠다고 그랬거든요. 같이 고민 했는데 차분하게 조용히 마무리 짓자고 마음을 모았답니다”라고 밝혔다.김 작가는 마지막으로 “음악도시 안에서 옹송거리며 다시 반갑게 인사할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기다려요”라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지은 기자 herang@kmib.co.kr 2006-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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