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 버전의 삼국지가 나왔다. 국내 최고의 무협소설작가 검궁인씨가 역사무협소설이란 새 문패를 내건 '삼국지'(여러누리ㆍ전 10권)를 펴냈다.

"또 삼국지야"라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 그만큼 '삼국지'는 수십 종 나와 있다. 이문열, 황석영, 김홍신, 장정일 등 내로라하는 작가들이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썼다. 그런데도 검궁인씨는 '삼국지'를 냈다. 뭐가 다를까. 그는 "무협코드를 입혔다"고 명쾌하게 설명한다. "원본 '삼국지'를 10번 이상 읽고, 25년 동안 300여권의 무협소설을 쓴 내공을 다 쏟아부었다"는 것이다.

'삼국지'는 필독서의 하나로 꼽히지만, 완독한 사람이 드물다. 지루하고 방대하고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다른 길을 택했다. 장황하고 현학적인 내용을 다 가지치기했다. 황제 자리를 놓고 벌이는 권력투쟁 이야기를 무림의 절세고수들이 펼치는 천하쟁패 이야기로 재구성했다.

그는 정본, 원본, 평역, 편저 형태로 나온 기존 '삼국지'를 비판한다. "국내 작가들의 '삼국지'를 빠짐없이 다 읽었다. 그런데 똑같다. 사건 전개, 문단 순서, 계절 변화까지 일치한다. 원본의 리라이팅에 불과하다"고 일침을 가한다.

'삼국지'가 고전 명작이나 논술 대비용 역사서로 대접받는 것도 못마땅하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는 어디까지나 대중소설일 뿐이다. 머리 싸매고 공부해야 할 역사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재미'를 첫번째 덕목으로 삼아 재창작했다.

우선 기본틀을 무협지처럼 바꿨다. 촉, 위, 오 등 세 나라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공간을 무황성이란 무림으로 변형시켰다. 저 유명한 도원결의 장면도 뺐다. 왕윤이 수양딸 초선을 취하기 위해 절하는 장면 등은 창작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다 바꾼 건 아니다. 주요 등장인물, 줄거리 등 90% 이상 원본에 충실하다. 뼈대는 그대로 두고 포장을 바꾼 리모델링인 셈이다. 그래서 검궁인의 '삼국지'는 쉽다. 무림 고수들의 칼끝처럼 빠르게 읽힌다. 관우, 장비, 조자룡, 여포 등의 전투 장면은 무협영화처럼 박진감 넘친다. 작가 특유의 간결하고 명쾌한 문체도 한몫했다.

삼국지의 매력은 뭘까. 작가는 "천하를 두고 싸우는 남자들의 야망이 담겨 있다. 음모와 배신, 정치, 처세 등이 장강처럼 흘러 독자를 끌어들인다"고 설명한다. 개인적으로는 제갈공명을 가장 좋아한다. 순수하기 때문이다. 그는 병법, 정치 등의 전문가였지만 야망이 없어 지혜를 발휘할 수 있었다. 현대사회에도 적합한 인물이다.

이 소설은 2003년부터 조선닷컴에 연재되며 인기를 끈 '호유삼국지'를 책으로 묶은 것이다.

스포츠조선 2006-01-23 < 임정식 기자 d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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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에서는 무협 혹은 추리적 기법이 동원된 삼국지 책들이 인기라고 한다.  국내에서 출간되었다가 판매부진으로 절판된 영웅 삼국지의 경우도 400만부가 넘게 팔렸다고 한다.
아쉽게도 우리 나라에는 정역이냐 평역이나에 대한 논란과 함께 그 두가지 버젼의 책들 중심으로 작품성이나 판매량이 크게 좌지우지 하는 것 같다.  물론 해학과 풍자가 가득한 고우의 만화삼국지도 있지만...
이 책이 얼마나 선전을 할지 모르겠지만 정역이냐 평역이냐를 좀 벗어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어치피 진수의 역사서 삼국지를 나관중이나 모종강이 나름대로의 재미를 위해서 살을 붙이고 뼈를 발라낸
창작소설에 불과하니까...삼국지의 하이라이트인 적벽대전의 경우 진수의 역사서 삼국지에는 딸랑 2줄 가량 짤막하게 설명이 되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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