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다 노부나가'전법 덕 봤다

 

[중앙일보] : 일본 자민당은 11일 총선에서 1석을 '도둑' 맞았다. 압승을 예상하지 못하고 도쿄지역의 비례대표 후보를 적게 공천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비례대표 순위까지 다 되고도 남은 1석은 결국 법에 따라 사민당에 넘어갔다. 희대의 압승을 이끈 고이즈미 준이치로(사진(右)) 총리의 전략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평소 존경하는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左))의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고이즈미는 역사소설을 즐겨 읽는다. 선거 전에는 '노부나가의 관(棺)'이란 책을 몇 번 반복해 읽었다. 노부나가는 전국시대인 1500년대 후반 일본을 거의 평정했던 무장이다. 이번 선거전에서 고이즈미가 구사한 노부나가의 전법은 두 가지.

첫째는 수구세력 파괴를 통한 창조다. 노부나가는 1571년 천하통일의 구상을 방해하던 불교세력을 수구세력으로 간주한다. 그리고 반항하던 승병(僧兵)들을 섬멸하기 위해 교토 인근의 히에이잔(比叡山) 전체를 불태워 버렸다. 승려와 불교 신자 3000여 명이 희생됐다. 그러나 이후 그는 비정한 영웅으로 치켜세워졌다.

우정 민영화 법안에 반대해 무소속으로 당선된 와타누키 다미스케(綿貫民輔) 전 중의원 의장은 "고이즈미가 우정 민영화 반대세력을 수구세력으로 몬 뒤 해당 지역구에 자객후보를 내세운 것은 노부나가의 히에이잔 토벌과 똑같다"고 말했다. 실제 고이즈미는 지난달 27일 유세에서 "난 역사소설을 읽으며 전국시대 무장들의 삶을 배웠다. 그에 비하면 지금 자민당의 권력 투쟁 같은 것은 하찮은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 전법은 '사만구일(捨萬求一)'. 하나에 집중하기 위해 나머지를 모두 버린다는 것이다. 노부나가는 전투에서 자잘한 전술에는 구애받지 않고 기회가 보이면 전격적으로 돌진해 격파하는 작전을 폈다. 그래서 병사들도 잘 따랐다. 고이즈미는 이번 선거에서 우정 민영화만을 줄곧 외쳤다. 여권에서도 "우정 민영화 하나 갖고 선거 전 한 달을 끌 수 있겠느냐"고 했지만 고이즈미는 듣지 않았다. 선거에서 부동표 대부분이 자민당에 쏠린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고이즈미는 게이오(慶應)대학 3학년 때인 40년 전 '요코스카(橫須賀) 게이오 학생회'의 문집에 이런 글을 썼다. "인생은 50년. 누구나 죽는다. 장렬한 기백으로 전쟁에 임한 노부나가는 참으로 멋지다. 상대방을 쓰러뜨리지 않으면 내가 죽임을 당했던 전국시대의 무장들에게 강한 매력을 느낀다." 노부나가는 1582년 혼노지(本能寺)에서 측근의 배신으로 장엄한 최후를 맞는다. 그렇다면 고이즈미의 노부나가식 전법은 과연 어떤 끝을 맺을까.

[중앙일보 2005-09-13 04:38] 도쿄=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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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힘은 역시 대단하다. 몇 몇 신문에서 고이즈미 총리가 오다 노부가나를 존경하는 인물로 밝히자 그를 주인공으로 한 역사소설이 베스트샐러 차트에 이름을 올렸다. 일본 역사소설이야 중국 역사소설만큼이나 국내에서 꾸준한 대중적 인기가 있는건 사실이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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