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런틴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4
그렉 이건 지음, 김상훈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별점을 하나 주는 것은 아두 드문 일이다. 내가 원하는 만큼의 만족도에 아주 크게 미치지 못하거나 독자를 우롱할 정도로  오탈자를 남발하거나 까다로운 문장으로 읽기가 불편하거나, 사기성에 가까운 홍보에 비해서 책 내용은 턱없이 부실한 경우가 바로 해당이 된다. 이 책은 위 3가지 중 첫번째와 두번째에 해당한다. 비중을 둔다면 첫번째 부분이 다소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 둘이나 셋을 줄 수 있는 예외도 있다. 분명 좋은 책이고,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 책인데 나에게만 다소 맞지 않는다고 느껴지는 책들인데 이 책은 별 하나를 주었으므로 그 예외에서는 벗어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내가 지난해에 읽은 책중에 가장 긴 시간이 걸렸던 책이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분들처럼 내용이 어렵거나 높은 수준의 책이라서 그런것은 절대 아니다. 쉽다고도 할 수 없지만 어려워서 읽기 힘들었다 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다. 그 이야기 전개 방식이 상당히 지루하고 따분하여 진행이 안 된 것이다. 양자역학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혹은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된것도 아니고 수축과 확산이라는 단어를 지겹도록 반복하며 이야기는 계속 같은 스토리가 반복되는 듯한 정체된 스토리 전개가 그렇다는 것이다. 워낙 재미없게 읽었고 읽은지도 꽤 되어 줄거리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이 책이 소개에 나와있는  부분까지만 읽어볼만 하다.

 

---2034년 11월 15일. 지구의 밤하늘에서 별들이 완전히 사라진다! 지름이 명왕성 궤도의 두 배나 되는 정체불명의 검은 구체 버블(bubble)이 태양계를 완전히 감싸버린 것. 세계적인 혼란과 폭력을 불러온 이 초유의 사건이 벌어진지 30여년, 별이 사라진 밤하늘은 이제 일상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2066년. 전직 경찰관이자 사립탐정인 닉은 24시간 감시 체제하에 있는 병원에서 사라져버린 정신지체 여성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그는 이 여성이 오스트레일리아 남부의 독립국가인 '뉴홍콩'의 한 연구소로 보내어졌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추적을 시작하는데...---

 

위 내용이 이 책의 소개에 나와 있는 줄거리다. 타 인터넷 서점에도 몇 군데의 토시만 틀릴 뿐 같은 줄거리 언급은 여기까지만 나와있다. 사실 이 줄거리는 책속의 5분이 1 정도로 기억한다. 그 뒷부분의 내용을 알았더라면 결코 구매를 고려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이후의 줄거리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손쉽게 마무리되며 특별한 놀라움도 긴장감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여하튼 본인은 위 책소개에 나온 줄거리를 보고 책 구입을 결정했고 위 내용까자의 초반 이야기 전개만이 그나마 이 책 전체중에 만족을 하는 부분이었다.  처음에는 미래 세계를 배경으로 한 진지한 심리 스릴러물로 짐작을 했는데 전혀 스릴러 분위기도 나지 않는 방향으로 흐른다.

 

양자역학 이라는 소재는 충분히 SF 소설에서 매력적이고 재미있게 표현될 수 있는데 다소 답답한 소설이라는 점 외에는 와 닿지 않는 소설이었다. 또한 번역 문제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알고 있기로는 이 책의 역자분은 다수의 SF 작품에서 많은 책을 번역해서 지명도도 있고 좋은 평판을 듣는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된 것인지 이 책에서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비유를 하자면  어색한 번역소프트웨어를 이용해서 번역한 듯한 어법에 맞지 않는 어색한 문장들이 종종 나온다는 것이다.

 

저자 소개를 보면 오스트레일리아 SF협회의 디트머상 최우수 장편상을 수상했다고 나와있는데 앞으로는 좀 더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는 상을 수상한 작품을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고, 이 책의 작가가 쓴 다른 책, 그리고 이 출판사의 다른 SF총서 시리즈 및 이 책의 번역자분이 번역한 다른 책은 이 책의 기억이 당분간 내 머릿속에 남아 한동안은 구입을 망설이게 할 것 같다. 또 한가지 당부하자면 새로나온 책을 소개할때는 편집팀에서 직접 책을 읽고 쓴 책소개인지 아님 출판사에서 보내온 홍보물이나 책소개를 그대로 옮긴 것인지 분명히 표시를 해 주었으면 좋겠다.

 

다른 독자분들의 서평을 보면 아주 어려운 책을 끝까지 읽거나 10권짜리 전집을 읽은 후에는 왠지 모를 뿌듯함이  있다고 하는데 이 책은 그 범주에 포함시키기는 어려운 책이다. 책의 상태도 짚고 넘어가자면 표지가 지나치게 얇아서 훼손되거나 짖어지기 쉬워 보이는 점도 눈에 띈다.  행복한 책읽기 SF 총서는 기존판들은 모두 절판시키고 곧 새로운 디자인으로 선보인다고 하는데  이런 부분은 참고가 되어 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인용:

포콰이가 잠든 후에는 강화 해제 상태로 대기실에 앉아 하이퍼노바로 확산과 수축을 행하며, 가상의 나 자신들에게 파동함수의 냉혹한 분산조차도 극복하고 살아남을 수 있을 정도로 강한 목표의식을 심어 주려고 노력했다.  고의적으로 강화를 해제함으로써 포콰이에 대한 내 책임을 저버렸을 대는 일말의 가책을 느꼈지만, P3가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수축에 간섭하도록 놓아둘 수는 없었다. 나는 속으로 되뇌었다. 만에 하나 ASR이 모독적인 연구에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나락의 아이들>이 알아차린다면, 그들은 이 건물을 통째로 폭파할 것이다. 그럴 경우, 강화 상태이든 아니든 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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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unty 2005-05-14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서를 조금 읽어보았는데 하드 SF라서 그런지 괴상한 문장도 많이 나오지만 우선 작가가 워낙 문장을 못쓴다는.. ㅎㅎ 그런 점에서 95점 이상을 줄 수 있는 번역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역자(김상훈씨)가 번역한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 번역과 비교해보신다면 무슨 뜻인지 아실 거예요. (작가도 글을 아주 잘쓰고 번역도 그에 못지않게 매끄럽습니다.)

눈보라콘 2005-05-14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서 내용이 괴상한지는 모르겟습니다만 상도 받을 정도니 문장을 못 쓰지는 않았겟죠..재미는 원래 원작이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매끄럽지 않은 번역문장은 원작을 탓할 순 없겠죠..
예전 수능시험 칠때 언어영역 등에 출제되는 ...아래 문장중 가장 어색한 문장을 찾으시요? ....같은 곳에 나오는 어법에 어긋나는 틀린 문장의 보기예문을 보는 듯한 부분이 몇 곳 있더군요.

영주 2005-05-16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에 관해서는 jaunty님과 동감입니다. 제 생각에는 이 책은 독자를 고르는 책 같군요. 저는 별 다섯개라도 모자란다고 생각하지만 SF 마니아라도 하드SF는 싫어하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여름 2005-05-16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빌려서 조금 읽어본 적이 있는 책인데 문법에 어긋나는 껄끄러운 문장들이 있더군요 파란님도 그부분을 리플로 다시 다신것 같습니다 다른 사이트에서도 번역 부분을 지적한 글을 보았습니다 재미없다고 느낀것, 문장이 어렵다는 것과 우리말 문법에 맞지않는 번역은 구분이 되어야 하겠지요 파란님이 재미가 없어서 번역에 불만을 표한거라고는 보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