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맹기 서강대 언론대학원 교수는 지난 학기 수강생들에게 새로 쓴 책 ‘커뮤니케이션의 역사’를 교재로 제시했다. 하지만 학기 말까지 교재를 구입한 학생은 절반 정도밖에 안 됐다. 필요한 부분 혹은 책을 통째로 복사하거나 도서관에서 대출해 보는 수강생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학생들이 과목마다 읽어야 할 교재도 많고, 가격이 비싼 책들도 많기 때문에 무조건 책을 사도록 요구할 순 없지만…”이라며 말을 줄였다.

대학가에 횡행하는 교재 불법 복사를 견디다 못해, 한 출판사가 고육책을 내놨다. 커뮤니케이션 북스(대표 박영률)는 지난달부터 이 출판사에서 낸 언론학 서적 500여종 중 ‘영상 매체란 무엇인가’ ‘매스커뮤니케이션의 이해’ 등 언론학 서적 34종을 교재용 보급판으로 새로 펴냈다. 커뮤니케이션 북스는 교재용 보급판 출간에 맞춰 ‘불법 복사는 책과 출판과 지성을 죽입니다’는 구호를 담은 포스터를 만들어 전국 대학에 배포, 불법 복사 반대 캠페인도 펼치고 있다.


교재용 보급판은 판형과 활자를 정본의 85% 크기로 줄이는 대신, 표지와 내용은 원래 책대로 수록했다. 보급판 책값은 8500원으로 묶었다. 보통 2만원대인 교재의 절반 내지 3분의 1 수준이다. 표지 윗부분에는 ‘교재용 특별 보급판’이란 문구를 새겼다. 고가의 양장본(Hardcover)을 내놓은 다음, 대

중 독자들을 위해 나중에 ‘페이퍼백’(Paperback·보급판)을 출간하는 구미권의 출판 방식을 본뜬 셈이다.
출판사에서 저자와 학생들에게 보급판 교재에 대한 반응을 조사했더니, “그동안 교재 책값이 너무 비쌌는데,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는 긍정적 반응이 대부분이었으나, 책의 품질 저하를 우려하는 지적도 나왔다. 대학·대학원생 63명을 대상으로 교재용 보급판에 대한 반응을 조사한 결과, 글씨가 작아서 불편하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이런 가격이면 보급판을 사겠다고 한 학생이 84%인 53명이나 됐다.


교재용 보급판은 이달 31일까지 대학 구내 서점과 대형 서점, 인터넷 서점에서 한 달간 한정 판매한다. 이 출판사 전정욱 팀장은 “자체 조사 결과, 대학 수업에서 교재를 구입해 공부하는 학생들은 수강생의 30%에 불과했고, 학교 앞 복사 가게에서 무단 복제한 책으로 공부하는 이들이 많았다”면서 “불법 복사는 지성 사회를 해치는 범죄라는 사실을 학생들이 깨달았으면 한다”고 했다.


 

 

 

(김기철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kichul.chosun.com])-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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