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오식당
이명랑 지음 / 시공사 / 200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책 제목만 봐서는 자전적 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어보니 작가 자신과 그 주변의 실제 상황을 담은 수필에 오히려 더 가까운것 같다. 작가 자신의 경험이 없으면 이러한 작품을 쓰기 어려웠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쉽게 쉽게 진도가 나가고 어려운 책은 아니었지만 마음에 와 닿는 그 무엇을 주지는 못하는 소설인것 같다. 이 책을 읽기전의 느낌은 시장통 사람들의 따듯하고 훈훈한 이야기들이 담긴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읽으면서 계속 드는 생각은 주부들이 아침마다 즐겨보는 불륜드라마나 소위 아줌마들이 어렷 모이면 길게 늘어놓는 수다에 등장하는 그 흔하고 잡다한 이야기들이 이 책속에 그대로 녹아들어간것 같다. 책속에 등장하는 영등포 시장통 사람들 개개인도 마찬가지다. 편들어주고 싶은 캐릭터보다는 다들 좀 불쌍하고 우울하고 답답해보인다.

물론 그 사이 사이에 재미있고 어떤 메세지를 주는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썩 유쾌하게 읽혀지는 소설은 아니라는 점이다. 여자 성석제라고 하는 문구가 눈에 띄는데 아직 성석제 소설을 사 놓고 보지를 못한 본인으로서는 얼른 다음에 성석제 소설을 읽어봐야 할 것 같다. 이명랑 작가의 이전작품도 이 작품과 꽤 유사해 보인다. 아직은 이명랑 작가의 소설이 나의 코드와 맞는지 잘 모르겠다.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한 기본적인 줄거리가 나오는 자전적인 소설이 아닌 새로운 스타일이나 다른 주제의 작품으로 그녀를 다시 만나보고 싶다. 최근에 어린이 동화책 이후로 신작이 나오지 않고 았는 것 같은데 올해에는 새로운 작품을 만나게 되길 바란다.

인용:

엄마의 오른쪽 무릎이 벌에 쏘인 것처럼 부어올라 있었다. 무릎 안쪽에 솜뭉치를 쑤셔놓은 듯했다. 아니다. 그건 솜뭉치가 아니었다. 엄머가 버텨온 세월이 거기, 당신의 무릎 안쪽에 고스란히 고여 있었다. 가난 앞에 주먹질 한번 할 수 없었던 세월의 막막함이 거기 한줌의 엉어리가 되어 박혀 있었다. 스스로 한 마리 우매한 소가 되어 그저 묵묵히 현재만을 일궈야 했던 늙은 어미의 무르팍엔 열매 대신 염증이 맺혔고 어미는 자신이 꽃 피워낸 그 흉한 꽃이 못내 부끄러워 두 손으로 얼른 무릎을 감싸쥐었다. 무릎을 감싸쥔 엄마의 손등 위엔 벌겋게 부어오른 무릎보다 더 붉고 더 길은 주름이 그어져 있었다.
--P.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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