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전우익 지음 / 현암사 / 199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분의 이름이나 책의 서평,혹은 느낌표의 선정도서라는 이유로 이 책을 읽지는 않았다. 누런 책 표지와 더불어 토속적인 제목에다가 살아온 삶의 고난이 느껴지는 주름이 자글자글한 전우익 할아버지의 얼굴이 표지를 덮고 있는 출간일이 10년이나 지난 이 책은 그다지 읽고 싶은 동기를 주기에 이려웠다. 그러다가 해당 방송의 PD(일명 쌀집아저씨)가 조그마한 농사짓고 조용하게 살고계신 전우익 할아버지의 집을 방문해서 그와 몇마디 나누는 대화를 듣고 이 책을 구입해서 읽게 되었다.

그들의 짧은 대화속에서 '보통 할아버지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PD의 질문에 그리 기쁘거나 친절한 대답은 물론이거니와 자기를 만나러 온 사림들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 조금은 꼬장꼬장한 인상과 짜증나는 표정으로,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할아버지의 말중에는 나나 이 한국이라는 나라에 살고 있는 모든 이들이 귀담아 들어야 하는 내용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책이 앞부분의 저자 양력을 보니 역시나 평범한 농촌의 할아버지가 아니었다.젊은시절 청년 운동을 하시고 옥고도 치르시고 그 이후에도 그리 평탄한 삶을 살아온 분은 아니었다. 책을 읽고 특별한 가르침을 받았거나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평범한 삶 속에서 내 자신이 잊고 있었던 소중한 가치와 삶의 지혜를 조금은 얻게 된 것 같다. 부족함이 없이 살다보니 진정 소중한 것을 잠시 잊고 지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갑갑한 도시 생활을 벗어나 인위적이지 않고 정직한 자연과 함께 서로 더불어 살아가는 삶으로 마음의 풍요로움을 체감하고 있는 저자의 모습과 편지글을 보면서 도시의 삭막함을 잠시 잊을 수 있었던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분의 책이 3권이 나와있는데 책 두께를 봐서는 3권을 한권으로 합본해서 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출판사에 가져본다.

인용:
사람은 노동을 통해서 사람이 된다고 하는데, 고역은 사람을 삐뚜러지고 잔인하게 만들어 왔다고 생각해요. 노동의 고역에 오랫동안 시달려 온 사람들은 일 자체를 부정합니다. 그래서 고들은 자식들은 일을 시키지 않겠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자식들은 사무원,공무원을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일을 변화시켜 노동의 고역(비지깜 흘리며 하는 일)에서 벗어나게 하자는 게 아니고 나와 내 자식만은 일을 시키지 않겠다는 것은 극히 이기주의적인 발상입니다. 일을 변화시키는 일이 생활을 변화시키고 삶의 방식과 태도를 변화시켜 결국은 자신과 세상도 변화시키는 기초가 될 수 있지 않느냐 하고 생각해 봅니다. --P. 56 ~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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