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벽 안에서 행복한 나라 - 싱가포르가 이룬 부와 교육의 비밀 타산지석 14
이순미 지음 / 리수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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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연방에서 1965년에 분리.독립함으로써 공식적인 싱가포르 역사가 시작됐습니다만, 그들 땅의 역사는 훨씬 이전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3세기 경 중국에 의해 '반도 끝의 섬'이라 불리우다, 13세기 스리위자야왕국(2~3세기 동안 있었던 고대 해상왕국) 왕자에 의해 지금의 싱가포르(사자의 도시란 뜻) 이름으로 불리웠다죠. 

 

잊혀진 땅의 역사에서 누구나 아는 국가로의 역사는 1965년 리콴유 수상에 의해 만들어지기 시작합니다. 

국민 대부분이 무단정착촌에 살고, 제대로 된 교육도 없었고, 실업률이 10~20%에 달했다죠. 무엇보다 좁은 국토와 부족한 천연자원으로 고정 수입원이 없었답니다. 

이렇게 생존이 힘든 땅에서 지금은 GDP 2700억$(2012년 IMF 기준, 세계 39위)의 국가가 되었다네요. 

 

이 책은 저자 이순미가 미국, 영국, 싱가포르 등 주재원 10여년 생활을 토대로 쓴 것으로, 싱가포르 고유의 사회.문화와 리콴유 수상을 중심으로 한 싱가포르의 발전을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이 책에서 주목한 건 우리와 사뭇 다른 문화가 아닌, '독재'라 불리지만 국민이 애정해 마지않는 리콴유 수상의 '통치'였습니다. 

 

지금의 싱가포르를 보면 리콴유 수상이 품었던 '이상향'을 볼 수 있습니다. 인권을 확대 해석한 자유보다 '제한된 자유'를 중시하며, 자유가 소소한 방종이 되면 태형도 서슴치 않습니다. 

    

※ 태형 : 싱가포르의 태형이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다. 싱가포르에서는 기계로 태형을 가한다. 보통 사람은 하루에 한 대 맞기도 힘들 만큼 고통스럽고 위험하다고 한다. 임신이 불가능할 수도 있어서 여성에게는 태형을 가하지 않는다니 그나마 고마운 일이다. 태형보다 더 무서운 형벌은 추방이다. 

  

초등학교 마칠 때까지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중등교육조차 받을 수 없습니다. 몇 년에 한 번 있는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평생 낙오자로 살아야 하고, 그 시험만 잘 통과하면 편안한 삶이 보장된다는군요. 

 

오늘의 싱가포르를 만든 1등 공신을 '에어컨'이라 할 만큼 더위에 지쳐 늘어진 사람들을 다독여 '유리벽과 방공호'로 대변되는 이상향의 나라를 만들었습니다. 

유리벽 안은 쾌적하고 즐길 것 많지만, 유리문 밖에 나가면 너무 덥고, 냄새가 지독하며, 철저한 규제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비밀경찰의 존재 또한 '유리벽' 같습니다. 없는 듯 보이지만 분명 있는 유리처럼 말이에요. 

방공호는 또 어떤가요. 

태풍과 지진 등 자연재해에 대비하는 정도가 아니라, 핵 전쟁과 화학전 같은 미래형 전쟁을 대비한 방공호가 각 개인 집마다 있답니다. 

덕분에 치안이 엉망인 동남아 국가에서 확실한 '안전'의 이미지를 구축해 '금융 허브'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네요. 

 

사회 안전.질서에 해가 되지 않는다면 웬만한 자유와 권리를 보장 받는다지만, 싱가포르 국민에게도 불만이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들의 불만은 리콴유 수상의 도덕성 앞에 작아질 것 같습니다. 

 

리콴유 수상의 친한 친구가 부정부패에 연루된 적 있었는데, 그는 친구의 자살에도 불구 철저히 조사해 시시비비를 가리라고 지시했답니다. 최측근 부정비리에 솔선수범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공직사회의 투명성을 닦을 수 있었다네요. 

사스라는 전염병으로 싱가포르가 발칵 뒤집혔을 때, 수상의 모습은 소름이 돋을 만큼 짜릿했답니다. 문제가 있을 때마다 눈을 반짝이며 차분하게 논리적으로 연설하고 토론하는 모습이라니, 부럽기 그지 없어요. 

 

이제 50여년 역사를 가진 싱가포르는 리콴유 수상의 나라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척박한 땅인 채 말레이 연방에서 독립했을 때 리콴유와 다른 정반대의 지도자를 만났다면 어땠을까요? 

이런 생각을 하면 개인을 넘어 한 국가의 미래조차 '운'이 상당히 작용하는 게 아닐까, 의구심이 듭니다. 

 

지금의 싱가포르가 미래로 계속 이어지기 위해선, 리콴유 아들로 이어지는 현 싱가포르 총리 리센룽의 도덕성과 변화하는 국제정세의 적응력일 것입니다. 

어느 나라, 어느 사회건 완벽한 제도는 없습니다. 일반 사람들이 느끼는 제한된 자유나, 제한된 인간다운 삶에 대한 감수는 지도자층의 도덕성과 맞바꿔야 가능할 거에요. 이 둘의 균형이 조화롭다면 살기 좋을 테고, 균형이 깨진다면 그만큼 범인이 살기 어려운 세상일 겁니다. 

현재 싱가포르에서는 과거와 다른 새로운 글로벌 인재상 등장으로 교육에 대한 반성이 이뤄지고 있답니다. 아시아 3대 명문대학이 있는 자부심만큼, 변화에 대한 발빠른 대처가 있다면 좋을 것입니다. 

 

한 나라의 흥망성쇠 흐름을 볼 때, 국가로서 50여년 밖에 안된 싱가포르 미래에 호기심이 생깁니다. 

그들은 자신의 미래를 잘 만들어갈까요. 

그러하기를 기원합니다. 

 

 

  읽은 날  2013. 5. 7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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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기스칸, 잠든 유럽을 깨우다
잭 웨더포드 지음, 정영목 옮김 / 사계절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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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제국은 1200년 경 홀연히 나타나 세계 역사 상 가장 넓은 제국을 가졌으나, 150여년 짧은 영화를 누린 후 홀연히 사라졌어요. 

이젠 자취도 찾기 힘든, 바람같은 제국에 대해 궁금했습니다. 

 

이 책은 칭기스 칸의 사라진 역사가 기록된 <몽골 비사>에 기초해 씌여졌습니다. 

1200년 당시 높은 문명을 자랑하던 아랍은 몽골에 의해 많은 피해를 봤지만, 가져갈 것 없는 궁핍한 땅이었던 유럽은 피해 대신 몽골이 뚫어놓은 길로 문명의 혜택만 입었답니다. 

이것을 기초로 유럽이 주도하는 근대가 형성됐다는 게 저자의 설명입니다. 

 

몽골제국 확장기 때, 유럽은 듣도 보도 못한 몽골군이 엄청 무서웠나봐요. 몽골이 용을 훈련시켜 다닌다는 소문이 돌았을 정도였다네요. 겨우 150여년 동안 등장했던, 존재조차 몰랐던 변방 아시아인에게 호되게 당한 유럽인은 공포감을 갖게 되었고, 차차 몽골을 세계 악의 상징으로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독일 의대교수인 요한 프리드리히 블루멘바흐는 인간을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의 세 가지 기본 인종으로 나누고 여기에 하위 범주로 아메리카와 말레이를 넣었답니다. 아시아인이 몽골에서 유래했다는 이론에 따라 모든 아시아인을 몽골인 항목에 집어넣었다죠. 

이러한 몽골 인종 분류 체계는 서구 과학에 자리를 잡고 널리 받아들여지게 되자, 일부 발달이 늦은 아이 얼굴이 아시아인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몽골 인종에 속한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지진아를 격세 유전적 몽골 특성 또는 오랑우탄 특성이라고 했다니 기막히지만, 그만큼 유럽이 몽골을 두려워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제국 영토가 이토록 확장된 이유는 예상한 것과 비슷했습니다. 

칭기스 칸의 개인적 능력, 기존과 다른 관리방식(혈통이 아니라 능력에 따라 책임을 나눈 것),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제국의 발판으로 삼은 것, 그리고 스멀스멀 입혀진 신화적 지위.... 

그러나 간간히 보여지는 지나친 이상적 기술은 약간 거슬렸습니다. 

아랍과 인도의 수학으로부터 혁신적 방법을 채택하고, 인쇄술로 국가행정적 요구를 충족시키고, 알파벳을 사용하고... 

그러나 가장 큰 몽골제국의 비밀은 '끊임없는 정복' 이었습니다. 

칭기스 칸이 사망하자 대칸의 지위를 둘러싸고 아들과 왕비들이 쉼없이 권력투쟁을 했습니다. 서로 다른 정치적 이해관계는 끊임없는 정복으로 포획한 물질적 이해로 극복했다네요. 정복으로 얻은 전리품은 정치적 통일성이 흔들리는 제국을 문화적, 상업적으로 단단하게 해주었답니다. 

 

제국의 유지가 이렇다보니, 1300년 경 전세계를 강타한 페스트는 몽골제국의 커다란 위협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페스트가 교역으로 옮겨지는 병이다보니, 겁에 질린 사람들은 외국인이 병을 가져온다 비난했고, 교역은 갈수록 위축되었습니다. 

군사적 힘과 상업적 이득이라는 두 가지 이점이 사라지자 러시아, 중앙아시아, 페르시아, 중동 곳곳에 있던 몽골인은 제국의 보편적 원리를 버리고 그들의 언어, 종교, 문화를 따름으로써 새로운 양식을 찾아 나갔어요. 이로써 몽골제국을 지탱해오던 보편적 원리가 바람의 재처럼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제 남아 있는 제국의 흔적은 <몽골 비사>와 전설 이랍니다. 

칭기스 칸의 영혼이 실려져있다 전해지는 술데(영기)가 지하실이나 폐쇄된 방에 먼지가 쌓인 채 방치되어 있다가 언젠가 다시 나타나 몽골인을 이끌어줄지도 모른다는... 전설이 지금 몽골인에게 전해지나봐요. 

 

승자의 기록일 수 밖에 없는 '역사'의 태생적 한계 안에서 사라진 제국의 역사는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을 살아내지 않으면 과거는 한낱 스쳐가는 바람에 불과합니다. 

바람의 역사를 6년 동안 현장에서 발로 뛰면서 연구조사한 저자 잭 웨더포드의 노고를 기립니다. 

칭기스 칸의 짙은 한숨이 21세기 잭 웨더포드에게 전해져 이 책이 나온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모두 오늘을 살아내기를. 

설령 그렇지 않아 기억하는 이 없어도 

원래 삶은 바람같으니... 

연연해하지 않기를. 

노마드였던 칭기스 칸 처럼. 

 

 

 

 

 

 

읽은 날  2013. 5. 25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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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무척 재미있는 영화 <더 테러 라이브>를 소개하는 글입니다. 

 

 

 

 

한때, 우리의 문제가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하는지, 왜 안되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엄기호의 <우리가 잘못 산 게 아니었어>를 통해 우리의 냉정한 현실을, 루츠 판 다이크의 <처음 읽는 아프리카의 역사>를 통해 세계의 냉정함을 알게 되었어요. 

왜 이럴까, 무엇이 문제일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일까, 궁금했습니다. 

 

이에 대한 답은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를 통해 찾았습니다. 

누구도 어쩔 수 없는 지리적 운.명.이 근본적인 원인이더군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오래된 미래>를 통해 답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바로 우리가 살았던 과거 전통방식 사회에 답이 있다구요. 

절망스러웠습니다. 

과거 전통방식 사회로 돌아갈 수 없다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혼자 살지 않는 한, 부족.군락을 이루게 되고, 이렇게 집단이 되면 조직과 서열이 나타납니다. 집단의 크기가 작으면 작을수록 권력과 서열은 인간적이 되며, 집단의 크기가 클수록 권력은 비.인.간.적이 됩니다. (현대의 가장 큰 인간집단은 국가가 되겠네요.) 

농경사회로의 정착과 농경개선은 인구 증가를 불러왔고 차차 경제력등 사회.물적자본 확충으로 이어졌습니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사람 간 사회.경제적 차이는 점점 극대화됐습니다. 

왜 이럴까요. 

이것은 누구도 어쩔 수 없는 탐욕 때문입니다. 

탐욕은 종의 생존을 위해 필요할 수 있지만, 지나치기 쉬워집니다. 

못 가진 자, 가진 자..... 모두 쉽게 탐욕스러워 집니다. 

 

존 러스킨의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를 읽으며 절망한 것은, 존 러스킨 뿐 아니라 옳고 옳은 말을 한 옛 성현 가르침에도 불구, 현실은 왜 이렇냐라는 것이었습니다. 

작게는 우리나라의 늘어나는 빈부격차로부터, 

살기 위해 끊임없이 자원전쟁을 벌이는 미국, 

추격자 중국.인도, 그리고 무수히 많은 빈국과 빈민, 난민들.... 

 

이는 모두 각자 살아야 하는 생존법칙에 따른 것이란 생각입니다. 

우리가 미국같은 강대국이 되면, 우리도 미국처럼 행동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생존법칙을 여유있게 만들려면 지금 지구의 인구는 너무 많습니다. 

 

그래도 과거의 비참했던 대중보다 분명 나아졌다고들 합니다. 

인정하는 부분, 있습니다. 

그러나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제가 기대하는 시간과 실제 개선되는 시간의 속도가 엄청 다르기 때문에요. 

 

그리고 이렇게 주장하고도 싶습니다. 

노력해서 삶이 개선될 수 있었던 사람들의 비.중.에 변화가 있었나 싶은 거죠. 

우리나라 뿐 아니라 지구 차원에서요. 

이렇게 된 데에는 중산층이 급격히 무너진 우리나라에 살고 있어서 그럴수도 있겠습니다. 

 

지배자, 권력자가 있어도 서로 상생하며 살 수 있다면 좋을텐데... 

한정된 밀림에서 문화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소수 부족 인생이 멋진 삶일 수도 있을텐데..... 

현실의 대다수는 그렇지 못합니다. 

과거와 현재 대비 착취 당하는 사람의 비.율.이 어떻게 변했는지가 궁금해지는데요, 여기서 제 호기심이 멈췄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좀 더 나은 세상으로의 대안으로 '정치'가 종종 언급되곤 합니다. 

 

 

 

 

 

그러나, 정치는 각자의 가치관 문제인데다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으로 쉬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최근에 찾은 또 다른 대안은 북유럽입니다. 

 

 

 

북유럽은 1800년대 후반 ~ 1900년대 초, 국민대합의로 복지국가가 됐다는군요. 

 

그리고 2007년 세계금융위기에도 끄덕없는 다양한 북유럽의 사례를 <세계금융위기 이후>에서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생각하는 우리의 현실은 정치도 어렵고 북유럽의 대합의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런 책도 등장하나 봅니다. 

 

 

 

 

 

 

사실, 오랜 인류 역사 동안 몇 차례 제노사이드(인종, 이념 대립 등의 이유로 특정집단의 구성원을 대량학살하여 절멸시키려는 행위)가 있어 왔습니다. 그 외 불가항력적인 기상이변, 전염병 등에 의해서도 말입니다. 

우리는 급기야 또 다른 <제노사이드>를 꿈꿔야 하는 지경까지 온 것일까요? 

※ 소설 <제노사이드> : 인류보다 진화한 종에 의해 현행 인류가 제노사이드 당할 가능성을 그리고 있는 소설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의 대안은 무엇일까요. 

 

이 영화 <더 테러 라이브>가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물론 그래서는 안되겠지만 말입니다.) 

 

억압. 핍박받는 걸 뻔히 알면서도 현실 개선을 위한 필요성도 못 느끼고 늘 그래왔듯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생각의 변화가 생긴다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박노규는, 그의 아들은 승리한 것이 됩니다. 

언제고 그들의 승리를 기원하며.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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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을 위한 파인만의 QED 강의
리처드 파인만 지음, 박병철 옮김 / 승산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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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책을 검색하다 '양자전기역학(QED)'이란 단어를 종종 봤습니다. '양자론'이라고도 불리는 이것은 20세기 과학 중 우리의 사고를 송두리째 바꾸어 버린 사고 체계 중 하나라길래, 큰 마음을 먹고 읽어봤어요. 

 

리처드 파인만 교수는 양자전기역학이란 어려운 물리학의 핵심을 쉽게 풀어낸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양자전기역학이라는 물리학을 물리학자가 아닌 일반 사람들에게 간단하고(?) 솔직하게 설명하고 있어요. 

 

양자전기역학은 몇 가지를 제외한 모든 자연현상을 설명해주고 있으며, 지금까지(2001년) 이론 상 문제점도 없다고 합니다. 비록 터무니없는 방법으로 자연을 서술하고 있지만, 결과는 실험치와 정확하게 일치하고 있다네요. 

양자론으로 미래 일을 예측할 순 없지만, 어떤 사건의 발생 확률은 알 수 있다 합니다. 

다음과 같은 방식에 의해서요. 

 

 

 

이렇게 계산하는 것은 기존과 사뭇 다른, 우스운 방식(?)인가 봅니다. 파인만은 어처구니 없어 보이지만 이 방식 외엔 없다고 재차 강조하고 있어요. 확률진폭체계라 불리는 이 방식을 효율적으로 계산하기 위해 대학원생들은 4년의 시간을 투자한다며 부연 설명하고 있습니다. 

 

리처드 파인만의 간단한 설명에도 불구, 좀 난해했습니다. 

제가 이해한 건 구식 사고방식으로는 기존과 다른 현상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가령, 빛은 파동처럼 행동하는 게 아니라 입자처럼 행동하는 현상이라든지, 원자를 작은 태양계라 생각한다는 것(과거 사람들은 원자의 중심에는 무거운 핵이 있고 그 주위를 전자가 행성처럼 '궤도'를 돌고 있다고 믿었다네요. 전, 지금도 그러한데 말이죠. 파인만은 우리가 이런 고리타분한 생각을 믿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있던걸요!) 처럼 말입니다. 

기존 방식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면 새로운 사고 체계를 찾아야 하는데, 파인만은 '확률진폭체계'에서 답을 찾은 셈이지요. 

 

사실, 그의 설명보다 인터넷 검색이 훨씬 더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17세기 물리학자는 거시적 현상을 기술하기 위하여 고전역학을 발전시켜 왔다. 그러나 이런 거시적 해석이 물체의 속도가 빛의 속도에 가까울 때의 현상을 설명할 수 없었다. 또한 원자와 같은 아주 작은 물체인 미시세계에서의 실험 결과도 고전역학으로 설명할 수 없었다. 이에 1900년에서 1927년에 걸쳐 플랑크, 보어, 아인슈타인, 하이젠베르크, 드보로이, 슈뢰딩거 등의 많은 물리학자들이 그 대안으로 양자역학이라는 새로운 역학체계를 제시하였다. 

 

고전역학은 현재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미래의 어느 순간에 어떤 사건이 일어날지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결정론적 입장을 취한다. 고전역학은 인과법칙을 따르고 우연성을 배제한다. 이러한 물리학을 일반적으로 뉴턴 물리학이라고 하며, 뉴턴 물리학과 상대성이론을 합쳐서 고전역학이라고 한다. 

그러나 양자역학은 고전역학과 달리 확률론적 입장을 취한다. 확률론적 입장은 비록 현재 상태에 대하여 정확하게 알 수 있더라도 미래에 일어나는 사실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기존 방식으로 설명되지 않아 결정론적 사고에서 확률론적 사고로의 전환이라, 정말 커다란 사고의 변화가 아닐 수 없겠네요. 

사실 우리가 읽는 다양한 책은 '새로운 사고'를 하기 위한 도구일 때가 많은데, 이게 참 어려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철학, 과학, 미학, 문화예술.... 각 분야에서 커다란 사고의 변곡점은 늘 있어 왔어요. 

작게는 각자의 인생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제게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와 <블랙 스완>이라는 책이었어요. 

 

당신에게는 어떤 변곡점이 있었나요? 

당신에게 설명되지 않는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읽은 날  2013. 7. 10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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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는 더 이상 가슴 떨리는 단어가 아닙니다만, 연애소설은 재미있습니다. 

 

 

 

프랑스 소설은 매우 관념적이고 고급스러운 지적 유희에 매몰돼 있다는 세간의 평을 한번에 뒤집은, 기욤 뮈소의 연애소설입니다. 사물의 세부까지 꼼꼼하게 들여다보는 프랑스식 전통에 미국식 소설 기법, 즉 잔혹함, 빠른 전개, 영상미학의 감각적 요소가 잘 버무려져 있습니다.

    

 

 

 

 

브로드웨이 무대에 서겠다는 꿈을 품은 채 뉴욕에 온 젊은 프랑스 여자 줄리에트와 아내의 갑작스러운 자살로 인생의 모든 꿈이 산산조각 난 의사 샘이 어느 날 운명처럼 만나 불꽃같은 사랑에 빠져들면서 소설이 시작됩니다. 

  

 

 

 

 

여주인공 가브리엘의 인생에는 두 남자가 있습니다. 한 남자는 첫사랑, 한 남자는 아버지, 한 남자는 사명감 높은 경찰, 다른 한 남자는 신출귀몰하는 세계 최고의 도둑. 

오래 전 가브리엘의 마음 속에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를 남기고 떠난 두 남자. 그들이 한 날, 한 시에 나타나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듭니다. 

  

   

  

성공가도를 달리던 의사에서 노숙자 신세로 전락한 마크, 거듭되는 일탈 행위로 스캔들을 몰고 다니는 억만장자 상속녀 앨리슨, 복수를 꿈꾸며 뉴욕의 밤거리를 헤매는 소녀 에비, 지난 시절의 끔찍한 기억을 떨쳐버리지 못해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리는 커너. 이렇게 소설 속 주인공들은 저마다 깊은 상처와 고통이 있습니다. 

 

 

기욤 뮈소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은 저마다 지난 생애의 한 지점에서 비롯된 치유하기 힘든 상처와 고통을 안고 있습니다. 어떤 이는 상처를 받고, 어떤 이는 상처를 줍니다. 

상처로 얼룩진 그들의 삶을 구원해주는 것은 바로 '사랑'입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사랑하면서 화해와 용서를 통해 운명처럼 씌워진 고통을 극복하고 희망의 세계로 나아갑니다. 

 

처음 <구해줘>를 읽었을 때, 기존 독서 세상과 완.전.다.른. 새로운 재미에 흥분했었습니다. 연이어 기욤 뮈소의 소설 2권을 읽었는데요, 반복되는 패턴과 <구해줘>를 능가하지 못하는 재미 탓에 책장 구석진 곳으로 밀려났습니다. 

반복된 패턴을 쓰는 작가를 보면 실망스럽기도 하지만, 그만큼 자신을 뛰어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 생각하게 됩니다. 

 

 

 

 

알랭 드 보통의 연애소설은 연애와 철학을 접목시킨, 상당히 흥미로운 소설입니다.       

 

 

 

위의 책은 보통의 연애소설 3종 셋트라 불립니다. 

제가 보통을 처음 만난 건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였어요. 이 책이 '지식인의 책'에 자주 등장하길래 궁금해서 읽어봤드랬죠. 

그리고선 미친 듯 줄을 그어가며 읽었습니다. 

'이렇게 밑줄 긋게 하는 소설이 있다니, 처음이얏!!' 하면서요. 

이렇게 보통과의 인연이 시작되어 연애소설 3종 셋트 외 <여행의 기술>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까지, 5권이나 읽었습니다. 

 

저는 다양한 작가의 대표작 위주로 읽습니다. 2008년 이후 300여 권의 책을 읽었는데요, 이 중 시리즈 제외하고 3권 이상 읽은 작가는 공지영, 기욤 뮈소, 알랭 드 보통, 최재천 뿐입니다. 공지영, 기욤 뮈소, 최재천 모두 딱 3권인데, 알랭 드 보통만 유일하게 5권이니.... 제겐 좀 특별하긴 했습니다.     

 

 

 

 

<너를 사랑한다는 건>은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의 개정판으로 원제는 Kiss and Tell 입니다. 'Kiss and Tell'은 (보통 돈을 바라고 유명인과 과거에 맺었던) (성)관계를 공개하다, 폭로함, 비밀을 누설함, 믿음을 배신함...의 사전적 뜻을 갖고 있는데요,
 

대개 자기밖에 모른다는 비난을 받곤 하는 남자의 입장에서 씌여진 소설입니다. 

그러다보니 3종 셋트 중에선 가장 공감하기 어려웠어요.       

 

 

 

 

 

 

이와 반대로 <우리는 사랑일까>는 여성 입장에서 씌여진 소설입니다. 

20대 중반의 여주인공이 꿈꾸는 낭만적 사랑과 그녀의 남자친구 사이에서 벌어지는 아슬아슬한 사건을 통해 이상적 사랑이 어떻게 현실 속에서 성숙한 사랑으로 완성되어 가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랑과 자존감 사이에서 사랑을 택할 것 같던 여주인공이 당당하게 홀로 서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마지막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3종 셋트 중 가장 무난합니다. 

인류 역사 상 가~~~~장 오래되고 진부한 것 중 하나인 남녀의 연애를 이보다 철학적으로 풀어낼 순 없을 거 같아요. '연애' '사랑' 뒤에 숨은 '철학'을 보고 싶다면, 괜찮습니다. 

물론 재미도 있구요. 

 

        

 

 

 

 

 

 

똑같은 제목의 소설을 남성, 여성 각각의 작가가 쓴 <냉정과 열정 사이>입니다. 

츠지 히토나리와 에쿠니 가오리란 작가가 2년에 걸쳐 실제 연애하는 마음으로 써 내려간 릴레이 연애소설이에요. 

소설의 설정은 10년 후에 재회하기로 한 헤어진 연인인데, 독자 성향마다 호불호가 다른거 같습니다. 전 에쿠니 가오리의 ROSSO편이 훨씬 더 좋았어요. 여주인공 아오이를 잊을 수가 없네요. 

 

 

얼마 전 TV 드라마 <결혼의 여신>을 보고 필이 꽂혔는데, 갈수록 흥미가 떨어져 지금은 시큰둥합니다. 

'연애'에 설레진 않지만, 재미있는 '연애소설'을 읽어보고 싶어요. 

 

혹, 당신이 추천해 주실 수 있나요?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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