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기스칸, 잠든 유럽을 깨우다
잭 웨더포드 지음, 정영목 옮김 / 사계절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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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제국은 1200년 경 홀연히 나타나 세계 역사 상 가장 넓은 제국을 가졌으나, 150여년 짧은 영화를 누린 후 홀연히 사라졌어요. 

이젠 자취도 찾기 힘든, 바람같은 제국에 대해 궁금했습니다. 

 

이 책은 칭기스 칸의 사라진 역사가 기록된 <몽골 비사>에 기초해 씌여졌습니다. 

1200년 당시 높은 문명을 자랑하던 아랍은 몽골에 의해 많은 피해를 봤지만, 가져갈 것 없는 궁핍한 땅이었던 유럽은 피해 대신 몽골이 뚫어놓은 길로 문명의 혜택만 입었답니다. 

이것을 기초로 유럽이 주도하는 근대가 형성됐다는 게 저자의 설명입니다. 

 

몽골제국 확장기 때, 유럽은 듣도 보도 못한 몽골군이 엄청 무서웠나봐요. 몽골이 용을 훈련시켜 다닌다는 소문이 돌았을 정도였다네요. 겨우 150여년 동안 등장했던, 존재조차 몰랐던 변방 아시아인에게 호되게 당한 유럽인은 공포감을 갖게 되었고, 차차 몽골을 세계 악의 상징으로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독일 의대교수인 요한 프리드리히 블루멘바흐는 인간을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의 세 가지 기본 인종으로 나누고 여기에 하위 범주로 아메리카와 말레이를 넣었답니다. 아시아인이 몽골에서 유래했다는 이론에 따라 모든 아시아인을 몽골인 항목에 집어넣었다죠. 

이러한 몽골 인종 분류 체계는 서구 과학에 자리를 잡고 널리 받아들여지게 되자, 일부 발달이 늦은 아이 얼굴이 아시아인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몽골 인종에 속한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지진아를 격세 유전적 몽골 특성 또는 오랑우탄 특성이라고 했다니 기막히지만, 그만큼 유럽이 몽골을 두려워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제국 영토가 이토록 확장된 이유는 예상한 것과 비슷했습니다. 

칭기스 칸의 개인적 능력, 기존과 다른 관리방식(혈통이 아니라 능력에 따라 책임을 나눈 것),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제국의 발판으로 삼은 것, 그리고 스멀스멀 입혀진 신화적 지위.... 

그러나 간간히 보여지는 지나친 이상적 기술은 약간 거슬렸습니다. 

아랍과 인도의 수학으로부터 혁신적 방법을 채택하고, 인쇄술로 국가행정적 요구를 충족시키고, 알파벳을 사용하고... 

그러나 가장 큰 몽골제국의 비밀은 '끊임없는 정복' 이었습니다. 

칭기스 칸이 사망하자 대칸의 지위를 둘러싸고 아들과 왕비들이 쉼없이 권력투쟁을 했습니다. 서로 다른 정치적 이해관계는 끊임없는 정복으로 포획한 물질적 이해로 극복했다네요. 정복으로 얻은 전리품은 정치적 통일성이 흔들리는 제국을 문화적, 상업적으로 단단하게 해주었답니다. 

 

제국의 유지가 이렇다보니, 1300년 경 전세계를 강타한 페스트는 몽골제국의 커다란 위협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페스트가 교역으로 옮겨지는 병이다보니, 겁에 질린 사람들은 외국인이 병을 가져온다 비난했고, 교역은 갈수록 위축되었습니다. 

군사적 힘과 상업적 이득이라는 두 가지 이점이 사라지자 러시아, 중앙아시아, 페르시아, 중동 곳곳에 있던 몽골인은 제국의 보편적 원리를 버리고 그들의 언어, 종교, 문화를 따름으로써 새로운 양식을 찾아 나갔어요. 이로써 몽골제국을 지탱해오던 보편적 원리가 바람의 재처럼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제 남아 있는 제국의 흔적은 <몽골 비사>와 전설 이랍니다. 

칭기스 칸의 영혼이 실려져있다 전해지는 술데(영기)가 지하실이나 폐쇄된 방에 먼지가 쌓인 채 방치되어 있다가 언젠가 다시 나타나 몽골인을 이끌어줄지도 모른다는... 전설이 지금 몽골인에게 전해지나봐요. 

 

승자의 기록일 수 밖에 없는 '역사'의 태생적 한계 안에서 사라진 제국의 역사는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을 살아내지 않으면 과거는 한낱 스쳐가는 바람에 불과합니다. 

바람의 역사를 6년 동안 현장에서 발로 뛰면서 연구조사한 저자 잭 웨더포드의 노고를 기립니다. 

칭기스 칸의 짙은 한숨이 21세기 잭 웨더포드에게 전해져 이 책이 나온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모두 오늘을 살아내기를. 

설령 그렇지 않아 기억하는 이 없어도 

원래 삶은 바람같으니... 

연연해하지 않기를. 

노마드였던 칭기스 칸 처럼. 

 

 

 

 

 

 

읽은 날  2013. 5. 25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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