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벽 안에서 행복한 나라 - 싱가포르가 이룬 부와 교육의 비밀 타산지석 14
이순미 지음 / 리수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말레이시아 연방에서 1965년에 분리.독립함으로써 공식적인 싱가포르 역사가 시작됐습니다만, 그들 땅의 역사는 훨씬 이전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3세기 경 중국에 의해 '반도 끝의 섬'이라 불리우다, 13세기 스리위자야왕국(2~3세기 동안 있었던 고대 해상왕국) 왕자에 의해 지금의 싱가포르(사자의 도시란 뜻) 이름으로 불리웠다죠. 

 

잊혀진 땅의 역사에서 누구나 아는 국가로의 역사는 1965년 리콴유 수상에 의해 만들어지기 시작합니다. 

국민 대부분이 무단정착촌에 살고, 제대로 된 교육도 없었고, 실업률이 10~20%에 달했다죠. 무엇보다 좁은 국토와 부족한 천연자원으로 고정 수입원이 없었답니다. 

이렇게 생존이 힘든 땅에서 지금은 GDP 2700억$(2012년 IMF 기준, 세계 39위)의 국가가 되었다네요. 

 

이 책은 저자 이순미가 미국, 영국, 싱가포르 등 주재원 10여년 생활을 토대로 쓴 것으로, 싱가포르 고유의 사회.문화와 리콴유 수상을 중심으로 한 싱가포르의 발전을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이 책에서 주목한 건 우리와 사뭇 다른 문화가 아닌, '독재'라 불리지만 국민이 애정해 마지않는 리콴유 수상의 '통치'였습니다. 

 

지금의 싱가포르를 보면 리콴유 수상이 품었던 '이상향'을 볼 수 있습니다. 인권을 확대 해석한 자유보다 '제한된 자유'를 중시하며, 자유가 소소한 방종이 되면 태형도 서슴치 않습니다. 

    

※ 태형 : 싱가포르의 태형이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다. 싱가포르에서는 기계로 태형을 가한다. 보통 사람은 하루에 한 대 맞기도 힘들 만큼 고통스럽고 위험하다고 한다. 임신이 불가능할 수도 있어서 여성에게는 태형을 가하지 않는다니 그나마 고마운 일이다. 태형보다 더 무서운 형벌은 추방이다. 

  

초등학교 마칠 때까지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중등교육조차 받을 수 없습니다. 몇 년에 한 번 있는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평생 낙오자로 살아야 하고, 그 시험만 잘 통과하면 편안한 삶이 보장된다는군요. 

 

오늘의 싱가포르를 만든 1등 공신을 '에어컨'이라 할 만큼 더위에 지쳐 늘어진 사람들을 다독여 '유리벽과 방공호'로 대변되는 이상향의 나라를 만들었습니다. 

유리벽 안은 쾌적하고 즐길 것 많지만, 유리문 밖에 나가면 너무 덥고, 냄새가 지독하며, 철저한 규제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비밀경찰의 존재 또한 '유리벽' 같습니다. 없는 듯 보이지만 분명 있는 유리처럼 말이에요. 

방공호는 또 어떤가요. 

태풍과 지진 등 자연재해에 대비하는 정도가 아니라, 핵 전쟁과 화학전 같은 미래형 전쟁을 대비한 방공호가 각 개인 집마다 있답니다. 

덕분에 치안이 엉망인 동남아 국가에서 확실한 '안전'의 이미지를 구축해 '금융 허브'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네요. 

 

사회 안전.질서에 해가 되지 않는다면 웬만한 자유와 권리를 보장 받는다지만, 싱가포르 국민에게도 불만이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들의 불만은 리콴유 수상의 도덕성 앞에 작아질 것 같습니다. 

 

리콴유 수상의 친한 친구가 부정부패에 연루된 적 있었는데, 그는 친구의 자살에도 불구 철저히 조사해 시시비비를 가리라고 지시했답니다. 최측근 부정비리에 솔선수범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공직사회의 투명성을 닦을 수 있었다네요. 

사스라는 전염병으로 싱가포르가 발칵 뒤집혔을 때, 수상의 모습은 소름이 돋을 만큼 짜릿했답니다. 문제가 있을 때마다 눈을 반짝이며 차분하게 논리적으로 연설하고 토론하는 모습이라니, 부럽기 그지 없어요. 

 

이제 50여년 역사를 가진 싱가포르는 리콴유 수상의 나라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척박한 땅인 채 말레이 연방에서 독립했을 때 리콴유와 다른 정반대의 지도자를 만났다면 어땠을까요? 

이런 생각을 하면 개인을 넘어 한 국가의 미래조차 '운'이 상당히 작용하는 게 아닐까, 의구심이 듭니다. 

 

지금의 싱가포르가 미래로 계속 이어지기 위해선, 리콴유 아들로 이어지는 현 싱가포르 총리 리센룽의 도덕성과 변화하는 국제정세의 적응력일 것입니다. 

어느 나라, 어느 사회건 완벽한 제도는 없습니다. 일반 사람들이 느끼는 제한된 자유나, 제한된 인간다운 삶에 대한 감수는 지도자층의 도덕성과 맞바꿔야 가능할 거에요. 이 둘의 균형이 조화롭다면 살기 좋을 테고, 균형이 깨진다면 그만큼 범인이 살기 어려운 세상일 겁니다. 

현재 싱가포르에서는 과거와 다른 새로운 글로벌 인재상 등장으로 교육에 대한 반성이 이뤄지고 있답니다. 아시아 3대 명문대학이 있는 자부심만큼, 변화에 대한 발빠른 대처가 있다면 좋을 것입니다. 

 

한 나라의 흥망성쇠 흐름을 볼 때, 국가로서 50여년 밖에 안된 싱가포르 미래에 호기심이 생깁니다. 

그들은 자신의 미래를 잘 만들어갈까요. 

그러하기를 기원합니다. 

 

 

  읽은 날  2013. 5. 7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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