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근원수필 (보급판) - 고전의 향기 듬뿍한 『근원수필』의 새 모습
김용준 지음 / 열화당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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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하면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봤음직한 피천득 선생의 <인연>이 떠오릅니다. 

뭔가 아득한 느낌이에요. 

수필...... 

예전에는 '에세이(essay)'란 단어를, 근래에는 '산문'이란 단어를 더 보게 됩니다. 

아득하고 그리운 마음에 <근원수필>을 읽어보게 됐어요. 

그런데, 원래 읽으려던 책은 <관촌수필>...... 어휴, 기억력이란! 

 

수필, 에세이, 산문... 차이를 찾아봤습니다. 

수필은 경수필, 중수필로 나뉘는데, 중수필을 에세이라 하더군요. 

산문은 소설이나 수필을 뜻한다니, 산문 > 중수필 = 에세이 > 경수필, 정도 되겠네요. 

 

<근원수필>은 '근원'이란 호를 가진 사람이 쓴 글입니다. 바로 김용준이란 분인데, 화가이자 미술평론가, 미술사학자라네요. 그는 1950년에 월북한 작가로서, 오랜기간 금시기됐던 분이랍니다. 

 

이 수필집은 세속을 날카로이 보나 거세게 비난하지 않는 근원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치부를 겸손의 방식으로 드러내는데, 그 솔직함에 빙긋 웃게 됩니다. 짐짓 체하지 않아 보기 좋았어요. 

또한, 1948년에 나온 책답게 시대의 문체(?)로 씌여 있어 읽기의 색다른 맛이 있습니다. 

고어(古語 문체가 뭔지 모르지만요) 와 현대어의 중간(?) 느낌이 신선했어요. 

 

이런 문장들입니다. 

"나는 구름같이 핀 매화 앞에 단정히 앉아 행여나 풍겨 오는 암향을 다칠세라 호흡도 가다듬어 쉬면서 격동하는 심장을 가라앉히기에 힘을 씁니다." 

"역대로 게를 두고 지은 시가 이뿐이랴만 내가 쓰는 화제는 십중팔구 윤우당의 작(作)이라는 이 시구를 인용하는 것이 항례다." 

 

근원은 자신의 수필집에 대해 이렇게 평합니다. 

"수필다운 수필이란 다방면의 책을 읽고 인생으로서 쓴맛 단맛을 다 맛본 뒤에 저도 모르게 우러나오는 글이나, 

마음속에 부글부글 괴고만 있는 울분을 어디 호소할 길이 없어 가다 오다 등잔 밑에서, 혹은 친구들과 떠들고 이야기하던 끝에 공연히 붓대에 맡겨 한두 장 씩 끄적거리다 보니 그게 그만 수필이 되었다" 라구요. 

정확한 자평(自評) 입니다. 

 

근원 말대로, 수필집을 관통하는 주제와 내용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초반의 정돈된 글과 달리 후반으로 갈수록 무엇을 위해 글을 썼을까... 싶은게, 실망스러웠어요. 

글마다 서로 다른 느낌과 주제는 자유분방한 예술가 기질에서 나왔겠지만요. 

엉뚱한 주제의 여러 글이더라도 전체적인 그림이 보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하나하나의 이쁜 구슬이면 충분할까요, 못난 구슬이라도 꿰어서 빛나면 좋을까요. 

저는 후자가 좋습니다만...  아무래도 예술가 기질이 농후한 글과는 안 맞나 봅니다.                                  

 

 

 

 

 

푸른하소구슬목걸이

루브르박물관, 소장

 

 

읽은 날  2012. 8. 24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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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만리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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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선생의 화제의 신작, <정글만리>를 읽었습니다. 

핫한 시즌에 핫한 책이라니, 평소의 저답지 않습니다만, 직장동료 책상 위에 있어 가능했어요. 

직장 동료는 <정글만리>에 대해 대가다운 면을 발견하기 어렵고 누구나 아는 내용을 어깨 힘주어 설명하려고만 한 뻣뻣한 글이라며, 이만저만 실망이 아니라는 평을 하더군요. 

뭐, 그래도 조정래 선생이니까, 읽어봤습니다. 

 

저의 간단 평은 이렇습니다. 

"역시 대가야~" 

 

<정글만리>에는 평소 선생다운 문장의 힘이 없습니다. 가독성 강한 문장에 여기저기 호기심과 재미 가득한 글로 페이지를 휘리릭 휘리릭 넘기게 해요. 

이것은 선생의 선택이지 않을까 싶어요. 

선생 필력이야 알고도 남음인데, 일부러 이런 문체를 사용한 거 같습니다. 이 책의 첫 독자는 종이 지면에 익숙한 독자가 아닌, 가상공간의 네티즌이거든요.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3개월 동안 매일 연재되면서, 1백만 회 이상의 높은 조회수와 1만 건 이상의 댓글로 생생한 반응을 보여줄 수 있는 사이버 세상의 독자가, 바로 선생이 만난 독자입니다. 아무래도 이러한 독자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선생은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으로 우리나라 근현대의 비극을 예리하게 그려왔습니다. 결코 지나칠 수 없는 자기 성철이자 미래를 향한 발판이죠. 이런 과정을 겪은 후 선생이 택한 곳이 '중국'입니다. 

이미 중국은 형용사가 쉼없이 증가하고 있는 나라에요.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G2로 등장해 미국을 상대할 수 있는 강대국, 그리고 무시할 수 없는 한반도 정세.....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형용사는 이제 너나할 것 없이 중국을 결코 가볍게만 볼 수 없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이런 중국에 대해 선생은 무엇을 말하려 했을까요? 

 

중국은 거대한 땅과 인구로 쉽게 파악하기 힘든 곳입니다. 

군맹무상(群盲撫象) 뜻처럼 맹인이 코끼리 만지기, 딱 그 느낌이 아닐까 싶어요. 

저 또한 그랬습니다. 

 

위화의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를 통해 압축성장 후유증 속에서 평범한 사람이 겪는 고통을 봤고, 인민이 단결하길 바라는 중국 내 극소수 지식인의 바램을 봤습니다. 

위화는, 단결된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며 평범한 사람들이 잘 살 수 있는 미래에 희망을 놓지 않고 있어요. 

 

사토 마사루의 <시진핑 시대의 중국>은 굳건한 공산당의 실체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제 아무리 인민의 각성이 이뤄진다 해도, 특유의 인재 육성 프로그램과 촘촘한 인맥이 건재한 공산당이 여전히 중국의 심장부더군요. 

 

정세현의 <정세현의 정세 토크>는 한반도 내에서 중국을 인식해야만 하는 우리의 위치를 말해주고 있었구요. 

 

그리고 마지막, 중국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대로 오랜 동양의 철학과 문화의 중심이기도 했구요. 

 

이렇게 조각조각난 중국의 모습이 <정글만리>란 재미난 이야기로 추렴되더군요. 

왜 중국인지, 한중일 3국의 모습과 관계가 어떠한지, 지금 어떻게 해야하는지...쉽고 재미있게 풀어져 있습니다. 

 

<정글만리>는 중국에 진출한 종합무역상사 부장인 전대광이란 인물을 통해 전쟁터와 다름없는 그들의 활약상과 중국의 문화와 현재에 대해 얘기해주고 있습니다. 

런타이둬~ (사람이 너무 많아, 나 빼고 3억쯤 없어져야 해 란 의미)를 입에 달고 사는 나라, 수많은 빈부격차에도 불구, '돈이 적더라도 영 안 주는 것보다는 한결 낫지요. 우리 할아버지때만 해도 한 푼도 못 받고 배곯으며 일한 적도 있다던데요.' 라며 7천개가 넘는 계단을 하루 3,600원 받으며 불평없이 일하는 농민공들. 

 

그리고 무엇보다 중국 내 공산당이 차지하는 위치가 인상적이었어요. 

몇 년에 걸쳐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만 될 수 있는 당원은 1당 독재를 떠받치는 인간 피라미드로서, 그들 중 일부가 빼돌린 돈이 133조원에 달한다 해도 이것을 바라보는 시각 차는 동양과 다르다는군요. 

즉, 서양 선진국들이 중국 관리의 부정부패가 민심의 동요를 일으키게 되어 국가의 존망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확대해 생각하며 비판하고 있으나, 그건 중국 내부 사정을 전혀 모르거나 일부러 외면한 철저한 서양의 관점이라는 겁니다. 

중국 인민들은 놀랄 만큼 당과 관리들에 대해서 너그럽고, 믿음을 가지고 있대요. 그들은 능력이 있고, 나라를 위해 애쓰고 있으니 어느 정도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답니다. 관리들은 몇백 대 일의 경쟁을 뚫고 그 자리에 오른 존재로, 평범한 사람들은 그 자체만으로 기죽지 않을 수 없다네요. 

인민의 당에 대한 절대적 신뢰에는 마오쩌둥에 대한 굳건한 기억이 있어 가능하답니다. 인민의 85%가 농민인 시절, 마오쩌둥이 토지개혁으로 85%에 달하는 인민을 소작농에서 해방시켜 줬는데, 그 막강한 기억이 마오를 신으로까지 추앙시키는 거 같아요. 

 

선생이 이 책을 쓰기 위해 막대한 조사.연구를 했다는데요, 

중국을 서양 혹은 민주주의란 필터를 통해 보지 않고,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중국만의 내러티브에서 봐야한다는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제3자는 그가 처한 상황과 입장이라는 두 개의 안경알을 통해 바라볼 수 밖에 없다하더라도 서양 혹은 민주주의라는 필터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자각이 들어요. 

선생의 방대한 조사에도 불구, 여전히 중국의 미래는 물음표로 남을 수 밖에 없고 그들의 미래는 그들한테 달렸다는, 또 반복되는 답이 남지만, 

자못 뻔하고 흔할수 있어 보이는 이 책은, '역시 대가~'란 인정이 충분하고도 남습니다. 

 

 

 

         

 

읽은 날 2013. 10. 23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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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과 좌절 - 노무현 대통령 못다 쓴 회고록
노무현 지음 / 학고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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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여 년 인생을 단어로 표현한다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아직도 부르기 힘든 이름, 고 노무현 대통령은 '성공과 좌절'이란 단어로 자신의 인생을 표현했습니다. 

그 분이 말한 성공이란 어릴 때 생각했던 것처럼 먹고 사는 데 걱정 없는 사람, 또는 출세한 사람이 됐다는 뜻입니다만, 성공의 핵심적 요소인 명성과 명망이 땅에 떨어지게 생겼으니 남은 게 없다 말합니다. 

우리나라 정치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인생을 걸고 도전했는데, 이 또한 거의 원점에 돌아와 있으니 좌절이라 말해요. 

빈껍데기만 남은 성공과 원점으로 돌아온 좌절이, 고 노무현 대통령 스스로가 말한 자신의 인생입니다. 

 

60여 년 인생을 '좌절'로 표현하는 것,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어째됐든 팔짱 낀 채 무관심과 수수방관으로 살아온 게 아닌, 누구보다 행동과 실천으로 목표를 향해 열심이었으니 말입니다. 

만약, 그 분이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그 분 말처럼 스스로도, 준비된 조직적 세력도 없이 정권을 잡았고, 우리 사회가 미처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개혁을 하려 한... 그 시작부터 겪었던 좌절을 느끼지 않을 수 있었을까요. 

 

가정이든 학교든 기업이든 長의 자리는 무척 중요합니다. 

운이 맞아 떨어진다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거침없이 해나갈 수 있고 그 영향은 실로 막대하니까요. 

그러나, 長이 된다해서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룰 순 없습니다. 여러가지가 맞아야 가능하니까요. 

그렇다해도 정치인이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오르고자 하는 이유는 그만큼 확실한 자리가 없기 때문이기도 할 거에요. 

만약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면.... 어쩜 그 분은 여전히 인생의 성공을 향해 지금도 열심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책에는 북한 로켓이 문제되던 2006년 자신과 인식이 달랐던 참모들 얘기며, 이라크 파병 등에 대한 얘기가 담담히 기술되어 있습니다. 이라크 파병에 대해, 대통령이 역사의 오류를 기록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그럴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스스로 역사의 오류로 남을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 말합니다. 

헌법 개정 문제 또한, 되느냐 안 되느냐의 논의와 토론조차 되지 못하고 언론이 담합해 덮어버릴 줄 몰랐다며 끔찍해 합니다. 대의명분이나 정당성이 얼마나 힘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말하는 부분은, 정.말. 아렸습니다. 

 

대의명분이나 정당성...그 허울좋은 이름 대신 그 분 말대로 보통 사람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상식대로 세상이 돌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 분이 꿈꾸던 바로 '사람 사는 세상' 말입니다. 

 

저는 아직 그 분 앞에 객관적이기 힘듭니다. 

우리 사회는 어떨까요. 

아직 역사란 이름이 켜켜히 쌓이기 힘든 시간인데요, 세월이 지나 우리의 역사는 그 분을 어떻게 평가할지...긴 시간을 두고 지켜보는 게 할 일이라 여겨집니다. 

 

 

        

 

 

읽은 날 2009.  10.  16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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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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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박민규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서 자신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어릴 때부터 학교 가기가 싫었다. 커서도 학교 가기가 싫었다. 커닝을 해 대학에 붙긴 했지만 여전히 학교 가기가 싫었다." 

이런 박민규 다움이 이 책의 주제나 내용에 그대로 드러납니다. 

 

그가 선택한 소재는 실제로 있었던 '삼미 슈퍼스타즈'란 야구팀입니다. 

1981년 프로야구가 생겨날 즈음, 인천은 어느 기업도 나서지 않은 사고 지역이었답니다. 당시 삼미의 김현철 회장이 구세주처럼 등장해 인천을 연고로 만든 '삼미 슈퍼스타즈'가 개막전에 참가하죠. 

그러나 6개 구단 중 최약체답게 프로야구 역사 상 역대 최저 기록인 15승 65패를 기록하다, 경영난에 부딪힌 삼미가 청보에 매각하면서 프로야구 역사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러했던 삼미 슈퍼스타즈의 팬클럽에 관한 이야기, 어느 정도 예상갑니다. 

최약체 팀을 응원했던 팬클럽, 그것도 마지막이라는 의미에 관한 거겠지요? 

예상과 달리 박민규는 삼미 슈퍼스타즈를 통해 '자신의 야구'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자신의 야구가 뭐냐면,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 것입니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요?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요. 야구선수가, 그것도 프로가 치기 힘들다고 치지 않고, 잡기 힘들다고 잡지 않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만약 이래도 된다면, 괜찮을까요? 

 

박민규는 말합니다. 

우리는 그라운드에 서 있는 프로 야구선수와 다를 바 없다구요. 야구선수가 날아오는 공을 치거나 잡거나 해야하듯 우리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훅훅 다가오는 유혹을 잡을 수 밖에 없다는 거죠. 

'어이, 자네 새 차를 뽑았다며? 여어, 진급을 축하하네! 에서 사소하게는 자네 요즘 비싼 담배로 바꿨군, 이나 미스 정 많이 예뻐졌네, 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당당한 모습으로 프라이드를 키워주며, 작은 성취감과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이러한 것들이 착취의 다른 얼굴이라네요. 마치 누구나 칠 수 있을 것 같은 공을 끊임없이 던져주듯, 심지어 코앞에 공을 던져 유혹하듯 말이에요. 

알기조차 힘든 유혹 속에서 '자기만의 야구' 즉 '자기만의 인생'을 살기 위해선 남들이 하는 것처럼 우승을 목표로 하지 않고 끊임없는 자기 수양을 한다면 가능하답니다. 

 

한때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일원이었던 주인공은, 마지막에 그 길을 찾아갑니다. 

신이 누구나 감당키 어려울 만큼 긴 시간을 주었는데, 우리에게 시간이 없다는 것은 즉, 시간에 쫓긴다는 것은 돈을 대가로 누군가에게 자신의 시간을 팔고 있기 때문임을 자각하게 되지요. 

알고 보면 인생의 모든 날은 휴일이라며, 가진 게 간단하면 인생이 간단하다며 그렇게 그만의 인생을 찾아갑니다. 

 

모두 와닿는 말이며, 와닿는 내용이에요.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보며 생각합니다. 

나름 다양한 독서를 한다지만, 취향에 맞는 책만 읽어온 것은 아닐까, 하는.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그런 느낌의 책을요. 

치기 힘들고 잡기 힘들어도 할 수 있다란 믿음을 갖고 행하면 모두 할 수 있다란 생각에서 지속적으로 멀어지고 있다란 생각. 

그런 책이나 생각을 만나면, 나랑은 안 맞군... 하고 외면해왔을 거란 생각도요. 

 

박민규는 <지구영웅전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등 꾸준히 자본주의 반대편에서 소설을 쓰고 있는 작가입니다. 

어릴 때부터 학교 가서도 학교 가기가 싫었다던 그에게 무엇이 집필의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을까, 문득 궁금해집니다. 

 

다양하고 다채롭고 싶은 독서 앞에, 저 역시 꾸준히 한 길을 가고 있네요. 

무엇이 그 길을 가게 하는지.... 

또렷한 대답이 되돌아 옵니다. 

 

 

 

 

 

읽은 날  2010. 1. 4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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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조셉 캠벨 지음, 이윤기 옮김 / 민음사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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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신화> 처럼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이건 전해져 내려오는 신화가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 믿기엔 허무맹랑하지만, 분명 되짚어볼만한 역사적 비유와 은유가 있어 자세히 알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학자가 조셉 캠벨입니다. 

그는 <신화의 힘>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신의 가면 1~4> <신화와 함께 살기> <신화의 세계> <신화 이미지> 등으로 20세기 최고의 신화 해설자입니다. 

<신화의 힘>을 읽어보고 싶었으나, 절판이라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을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조셉 캠벨은 세계 각국의 신화를 조사, 연구하여 다음과 같은 공통분모를 찾아냈습니다. 

영웅이란, 스스로의 힘으로 복종(자기 극복)의 기술을 완성한 자로서, 모험 - 입문 - 귀환의 과정을 밟습니다. 대개 모험은 본인도 알기 어려운 세력과의 관계 속으로 끌려 들어가며 시작하여, 노파나 노인의 모습으로 자주 등장하는 초자연적인 조력자를 만나게 됩니다. 조력자 도움으로 첫 관문을 통과함으로써 그는 마법의 문턱을 넘어서게 되며, 본격적인 시련의 길로 접어들게 되지요. 

어렵사리 모든 장애물을 극복한 영웅은 세계의 여왕인 여신과 만나 아버지와의 화해를 이룹니다. 조셉은 이를 입문 과정으로 표현하는데, 아버지를 만나러 가며 느끼는 공포를 극복하고, 순간을 초월해 근원을 투시하게 된다네요. 

이 모든 과정을 끝낸 영웅은 전리품을 안고 귀환합니다. 때로는 회피하고 싶은 욕망과 유혹 사이에서 살짝 무너지기도 하지만, 이는 영웅의 성공을 더 인간적으로 만들어 줍니다. 

 

이러한 신화 체계는, 현대 석학들에 의해 여러 가지로 정의되었답니다. 프레이저는 자연계를 설명하려는 원초적인 서툰 노력이라 했고, 뮐러는 선사 시대로부터의 시적 환상의 산물이라고 했으며, 뒤르켐은 개인을 집단에 귀속시키기 위한 비유적인 가르침, 융은 인간의 심성 깊은 곳에 내재한 원형적 충동의 징후인 집단의 꿈, 쿠마라스와미는 인간의 심오한 형이상학적 통찰을 담은 전통적인 그릇, 교회에서는 하느님 백성에 대한 하느님의 계시라고 정의했다네요. 갖가지 판단은 판단자의 견해에 따라 결정되지만 동일한 것은 신화가 무엇이냐는 관점이 아니라, 신화가 어떻게 기능하고 인간에게 봉사해 왔으며 오늘날 어떤 의미를 갖느냐는 것입니다. 

 

조셉 캠벨은 신화를 어떻게 보았을까요. 

그는 신화가 과거에다 묶어두려는 경향이 있는 인간의 끊임없는 환상에 대응해, 인간의 정신을 향상시키는 데 필요한 상징을 공급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이 비의적 이미지는 우리 심성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랍니다. 이것이 충분하지 않으면 꿈을 통해서라도 내부에 나타나게 된다네요. 상징이 충분해야 우리의 에너지가 시대에 뒤떨어진 진부함에서 풀려날 수 있답니다. 

 

신화로부터 상징을 공급받아 이루려는 최종 목적은 마음이 현상계 저쪽 세계 (공, 혹은 범주를 초월한 존재)로 들어가 적멸에 이르는 것, 즉 본질을 깨닫는 것이랍니다. 

그 본질이란 기존 사회로부터 추방당했으나 영웅이 되는 첫 시작일 수도 있고, 영웅이 사회를 지키고 구원할 수 있도록 영웅의 시련을 나누어 부담하는 일 일수도 있습니다. 

여러가지 상징을 통해 동일한 구원이 계시되고 있으니, 신화에서 힘을 얻어 우주의 벽을 깨뜨리고 모든 경험을 초월하는 자각에 이르자는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저는 읽는 내내 불교가 떠올랐습니다. 

불변의 공에 대한 자각, 현상계 저쪽 세계..... 조셉 캠벨은 참으로 불교적이더군요. 그런데, 불교적 이야기를 서양사상 내러티브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이야기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야기는 계속 반복적이고, 알다가도 모르게 이어져 어렵기만 했습니다. 

제 이해의 폭이 적음을 탓해야겠지요. 

겨우 알만한 것은 신화가 과거 이야기에만 그쳐서는 안되고 상징적인 힘을 찾아내 오늘날 우리에게 도움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최근 여러나라의 역사를 보며 오래된 신화에서 오늘을 살아낼 힘을 찾아낸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일랜드도 과거 가.장. 비참한 나라라는 신화적 이미지를 갖고 있었으나, 1970년대 '역사 다시 보기'를 통해 새로운 민족, 국가상을 가지고 새롭게 도약하고 있다네요. 

 

우리도 그래야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 어려운 실마리를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할지, 역사학자들의 행보에 관심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읽은 날  2013.  9.  13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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