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가 박민규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서 자신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어릴 때부터 학교 가기가 싫었다. 커서도 학교 가기가 싫었다. 커닝을 해 대학에 붙긴 했지만 여전히 학교 가기가 싫었다." 

이런 박민규 다움이 이 책의 주제나 내용에 그대로 드러납니다. 

 

그가 선택한 소재는 실제로 있었던 '삼미 슈퍼스타즈'란 야구팀입니다. 

1981년 프로야구가 생겨날 즈음, 인천은 어느 기업도 나서지 않은 사고 지역이었답니다. 당시 삼미의 김현철 회장이 구세주처럼 등장해 인천을 연고로 만든 '삼미 슈퍼스타즈'가 개막전에 참가하죠. 

그러나 6개 구단 중 최약체답게 프로야구 역사 상 역대 최저 기록인 15승 65패를 기록하다, 경영난에 부딪힌 삼미가 청보에 매각하면서 프로야구 역사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러했던 삼미 슈퍼스타즈의 팬클럽에 관한 이야기, 어느 정도 예상갑니다. 

최약체 팀을 응원했던 팬클럽, 그것도 마지막이라는 의미에 관한 거겠지요? 

예상과 달리 박민규는 삼미 슈퍼스타즈를 통해 '자신의 야구'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자신의 야구가 뭐냐면,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 것입니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요?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요. 야구선수가, 그것도 프로가 치기 힘들다고 치지 않고, 잡기 힘들다고 잡지 않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만약 이래도 된다면, 괜찮을까요? 

 

박민규는 말합니다. 

우리는 그라운드에 서 있는 프로 야구선수와 다를 바 없다구요. 야구선수가 날아오는 공을 치거나 잡거나 해야하듯 우리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훅훅 다가오는 유혹을 잡을 수 밖에 없다는 거죠. 

'어이, 자네 새 차를 뽑았다며? 여어, 진급을 축하하네! 에서 사소하게는 자네 요즘 비싼 담배로 바꿨군, 이나 미스 정 많이 예뻐졌네, 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당당한 모습으로 프라이드를 키워주며, 작은 성취감과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이러한 것들이 착취의 다른 얼굴이라네요. 마치 누구나 칠 수 있을 것 같은 공을 끊임없이 던져주듯, 심지어 코앞에 공을 던져 유혹하듯 말이에요. 

알기조차 힘든 유혹 속에서 '자기만의 야구' 즉 '자기만의 인생'을 살기 위해선 남들이 하는 것처럼 우승을 목표로 하지 않고 끊임없는 자기 수양을 한다면 가능하답니다. 

 

한때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일원이었던 주인공은, 마지막에 그 길을 찾아갑니다. 

신이 누구나 감당키 어려울 만큼 긴 시간을 주었는데, 우리에게 시간이 없다는 것은 즉, 시간에 쫓긴다는 것은 돈을 대가로 누군가에게 자신의 시간을 팔고 있기 때문임을 자각하게 되지요. 

알고 보면 인생의 모든 날은 휴일이라며, 가진 게 간단하면 인생이 간단하다며 그렇게 그만의 인생을 찾아갑니다. 

 

모두 와닿는 말이며, 와닿는 내용이에요.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보며 생각합니다. 

나름 다양한 독서를 한다지만, 취향에 맞는 책만 읽어온 것은 아닐까, 하는.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그런 느낌의 책을요. 

치기 힘들고 잡기 힘들어도 할 수 있다란 믿음을 갖고 행하면 모두 할 수 있다란 생각에서 지속적으로 멀어지고 있다란 생각. 

그런 책이나 생각을 만나면, 나랑은 안 맞군... 하고 외면해왔을 거란 생각도요. 

 

박민규는 <지구영웅전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등 꾸준히 자본주의 반대편에서 소설을 쓰고 있는 작가입니다. 

어릴 때부터 학교 가서도 학교 가기가 싫었다던 그에게 무엇이 집필의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을까, 문득 궁금해집니다. 

 

다양하고 다채롭고 싶은 독서 앞에, 저 역시 꾸준히 한 길을 가고 있네요. 

무엇이 그 길을 가게 하는지.... 

또렷한 대답이 되돌아 옵니다. 

 

 

 

 

 

읽은 날  2010. 1. 4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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