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조셉 캠벨 지음, 이윤기 옮김 / 민음사 / 200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단군신화> 처럼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이건 전해져 내려오는 신화가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 믿기엔 허무맹랑하지만, 분명 되짚어볼만한 역사적 비유와 은유가 있어 자세히 알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학자가 조셉 캠벨입니다. 

그는 <신화의 힘>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신의 가면 1~4> <신화와 함께 살기> <신화의 세계> <신화 이미지> 등으로 20세기 최고의 신화 해설자입니다. 

<신화의 힘>을 읽어보고 싶었으나, 절판이라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을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조셉 캠벨은 세계 각국의 신화를 조사, 연구하여 다음과 같은 공통분모를 찾아냈습니다. 

영웅이란, 스스로의 힘으로 복종(자기 극복)의 기술을 완성한 자로서, 모험 - 입문 - 귀환의 과정을 밟습니다. 대개 모험은 본인도 알기 어려운 세력과의 관계 속으로 끌려 들어가며 시작하여, 노파나 노인의 모습으로 자주 등장하는 초자연적인 조력자를 만나게 됩니다. 조력자 도움으로 첫 관문을 통과함으로써 그는 마법의 문턱을 넘어서게 되며, 본격적인 시련의 길로 접어들게 되지요. 

어렵사리 모든 장애물을 극복한 영웅은 세계의 여왕인 여신과 만나 아버지와의 화해를 이룹니다. 조셉은 이를 입문 과정으로 표현하는데, 아버지를 만나러 가며 느끼는 공포를 극복하고, 순간을 초월해 근원을 투시하게 된다네요. 

이 모든 과정을 끝낸 영웅은 전리품을 안고 귀환합니다. 때로는 회피하고 싶은 욕망과 유혹 사이에서 살짝 무너지기도 하지만, 이는 영웅의 성공을 더 인간적으로 만들어 줍니다. 

 

이러한 신화 체계는, 현대 석학들에 의해 여러 가지로 정의되었답니다. 프레이저는 자연계를 설명하려는 원초적인 서툰 노력이라 했고, 뮐러는 선사 시대로부터의 시적 환상의 산물이라고 했으며, 뒤르켐은 개인을 집단에 귀속시키기 위한 비유적인 가르침, 융은 인간의 심성 깊은 곳에 내재한 원형적 충동의 징후인 집단의 꿈, 쿠마라스와미는 인간의 심오한 형이상학적 통찰을 담은 전통적인 그릇, 교회에서는 하느님 백성에 대한 하느님의 계시라고 정의했다네요. 갖가지 판단은 판단자의 견해에 따라 결정되지만 동일한 것은 신화가 무엇이냐는 관점이 아니라, 신화가 어떻게 기능하고 인간에게 봉사해 왔으며 오늘날 어떤 의미를 갖느냐는 것입니다. 

 

조셉 캠벨은 신화를 어떻게 보았을까요. 

그는 신화가 과거에다 묶어두려는 경향이 있는 인간의 끊임없는 환상에 대응해, 인간의 정신을 향상시키는 데 필요한 상징을 공급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이 비의적 이미지는 우리 심성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랍니다. 이것이 충분하지 않으면 꿈을 통해서라도 내부에 나타나게 된다네요. 상징이 충분해야 우리의 에너지가 시대에 뒤떨어진 진부함에서 풀려날 수 있답니다. 

 

신화로부터 상징을 공급받아 이루려는 최종 목적은 마음이 현상계 저쪽 세계 (공, 혹은 범주를 초월한 존재)로 들어가 적멸에 이르는 것, 즉 본질을 깨닫는 것이랍니다. 

그 본질이란 기존 사회로부터 추방당했으나 영웅이 되는 첫 시작일 수도 있고, 영웅이 사회를 지키고 구원할 수 있도록 영웅의 시련을 나누어 부담하는 일 일수도 있습니다. 

여러가지 상징을 통해 동일한 구원이 계시되고 있으니, 신화에서 힘을 얻어 우주의 벽을 깨뜨리고 모든 경험을 초월하는 자각에 이르자는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저는 읽는 내내 불교가 떠올랐습니다. 

불변의 공에 대한 자각, 현상계 저쪽 세계..... 조셉 캠벨은 참으로 불교적이더군요. 그런데, 불교적 이야기를 서양사상 내러티브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이야기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야기는 계속 반복적이고, 알다가도 모르게 이어져 어렵기만 했습니다. 

제 이해의 폭이 적음을 탓해야겠지요. 

겨우 알만한 것은 신화가 과거 이야기에만 그쳐서는 안되고 상징적인 힘을 찾아내 오늘날 우리에게 도움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최근 여러나라의 역사를 보며 오래된 신화에서 오늘을 살아낼 힘을 찾아낸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일랜드도 과거 가.장. 비참한 나라라는 신화적 이미지를 갖고 있었으나, 1970년대 '역사 다시 보기'를 통해 새로운 민족, 국가상을 가지고 새롭게 도약하고 있다네요. 

 

우리도 그래야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 어려운 실마리를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할지, 역사학자들의 행보에 관심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읽은 날  2013.  9.  13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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