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만리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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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선생의 화제의 신작, <정글만리>를 읽었습니다. 

핫한 시즌에 핫한 책이라니, 평소의 저답지 않습니다만, 직장동료 책상 위에 있어 가능했어요. 

직장 동료는 <정글만리>에 대해 대가다운 면을 발견하기 어렵고 누구나 아는 내용을 어깨 힘주어 설명하려고만 한 뻣뻣한 글이라며, 이만저만 실망이 아니라는 평을 하더군요. 

뭐, 그래도 조정래 선생이니까, 읽어봤습니다. 

 

저의 간단 평은 이렇습니다. 

"역시 대가야~" 

 

<정글만리>에는 평소 선생다운 문장의 힘이 없습니다. 가독성 강한 문장에 여기저기 호기심과 재미 가득한 글로 페이지를 휘리릭 휘리릭 넘기게 해요. 

이것은 선생의 선택이지 않을까 싶어요. 

선생 필력이야 알고도 남음인데, 일부러 이런 문체를 사용한 거 같습니다. 이 책의 첫 독자는 종이 지면에 익숙한 독자가 아닌, 가상공간의 네티즌이거든요.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3개월 동안 매일 연재되면서, 1백만 회 이상의 높은 조회수와 1만 건 이상의 댓글로 생생한 반응을 보여줄 수 있는 사이버 세상의 독자가, 바로 선생이 만난 독자입니다. 아무래도 이러한 독자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선생은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으로 우리나라 근현대의 비극을 예리하게 그려왔습니다. 결코 지나칠 수 없는 자기 성철이자 미래를 향한 발판이죠. 이런 과정을 겪은 후 선생이 택한 곳이 '중국'입니다. 

이미 중국은 형용사가 쉼없이 증가하고 있는 나라에요.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G2로 등장해 미국을 상대할 수 있는 강대국, 그리고 무시할 수 없는 한반도 정세.....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형용사는 이제 너나할 것 없이 중국을 결코 가볍게만 볼 수 없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이런 중국에 대해 선생은 무엇을 말하려 했을까요? 

 

중국은 거대한 땅과 인구로 쉽게 파악하기 힘든 곳입니다. 

군맹무상(群盲撫象) 뜻처럼 맹인이 코끼리 만지기, 딱 그 느낌이 아닐까 싶어요. 

저 또한 그랬습니다. 

 

위화의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를 통해 압축성장 후유증 속에서 평범한 사람이 겪는 고통을 봤고, 인민이 단결하길 바라는 중국 내 극소수 지식인의 바램을 봤습니다. 

위화는, 단결된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며 평범한 사람들이 잘 살 수 있는 미래에 희망을 놓지 않고 있어요. 

 

사토 마사루의 <시진핑 시대의 중국>은 굳건한 공산당의 실체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제 아무리 인민의 각성이 이뤄진다 해도, 특유의 인재 육성 프로그램과 촘촘한 인맥이 건재한 공산당이 여전히 중국의 심장부더군요. 

 

정세현의 <정세현의 정세 토크>는 한반도 내에서 중국을 인식해야만 하는 우리의 위치를 말해주고 있었구요. 

 

그리고 마지막, 중국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대로 오랜 동양의 철학과 문화의 중심이기도 했구요. 

 

이렇게 조각조각난 중국의 모습이 <정글만리>란 재미난 이야기로 추렴되더군요. 

왜 중국인지, 한중일 3국의 모습과 관계가 어떠한지, 지금 어떻게 해야하는지...쉽고 재미있게 풀어져 있습니다. 

 

<정글만리>는 중국에 진출한 종합무역상사 부장인 전대광이란 인물을 통해 전쟁터와 다름없는 그들의 활약상과 중국의 문화와 현재에 대해 얘기해주고 있습니다. 

런타이둬~ (사람이 너무 많아, 나 빼고 3억쯤 없어져야 해 란 의미)를 입에 달고 사는 나라, 수많은 빈부격차에도 불구, '돈이 적더라도 영 안 주는 것보다는 한결 낫지요. 우리 할아버지때만 해도 한 푼도 못 받고 배곯으며 일한 적도 있다던데요.' 라며 7천개가 넘는 계단을 하루 3,600원 받으며 불평없이 일하는 농민공들. 

 

그리고 무엇보다 중국 내 공산당이 차지하는 위치가 인상적이었어요. 

몇 년에 걸쳐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만 될 수 있는 당원은 1당 독재를 떠받치는 인간 피라미드로서, 그들 중 일부가 빼돌린 돈이 133조원에 달한다 해도 이것을 바라보는 시각 차는 동양과 다르다는군요. 

즉, 서양 선진국들이 중국 관리의 부정부패가 민심의 동요를 일으키게 되어 국가의 존망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확대해 생각하며 비판하고 있으나, 그건 중국 내부 사정을 전혀 모르거나 일부러 외면한 철저한 서양의 관점이라는 겁니다. 

중국 인민들은 놀랄 만큼 당과 관리들에 대해서 너그럽고, 믿음을 가지고 있대요. 그들은 능력이 있고, 나라를 위해 애쓰고 있으니 어느 정도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답니다. 관리들은 몇백 대 일의 경쟁을 뚫고 그 자리에 오른 존재로, 평범한 사람들은 그 자체만으로 기죽지 않을 수 없다네요. 

인민의 당에 대한 절대적 신뢰에는 마오쩌둥에 대한 굳건한 기억이 있어 가능하답니다. 인민의 85%가 농민인 시절, 마오쩌둥이 토지개혁으로 85%에 달하는 인민을 소작농에서 해방시켜 줬는데, 그 막강한 기억이 마오를 신으로까지 추앙시키는 거 같아요. 

 

선생이 이 책을 쓰기 위해 막대한 조사.연구를 했다는데요, 

중국을 서양 혹은 민주주의란 필터를 통해 보지 않고,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중국만의 내러티브에서 봐야한다는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제3자는 그가 처한 상황과 입장이라는 두 개의 안경알을 통해 바라볼 수 밖에 없다하더라도 서양 혹은 민주주의라는 필터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자각이 들어요. 

선생의 방대한 조사에도 불구, 여전히 중국의 미래는 물음표로 남을 수 밖에 없고 그들의 미래는 그들한테 달렸다는, 또 반복되는 답이 남지만, 

자못 뻔하고 흔할수 있어 보이는 이 책은, '역시 대가~'란 인정이 충분하고도 남습니다. 

 

 

 

         

 

읽은 날 2013. 10. 23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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