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청춘이다 - 인생 앞에 홀로 선 젊은 그대에게
김난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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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 최성일> 을 읽기 전까지 알라딘서점의 베스트셀러가 책 선정 포인트 중 하나였다. 시대흐름 쫓아가기, 스터디 셀러 목록 훑으며 대부분 읽었음에 뿌듯해하기, 그리고 인터넷쇼핑의 매매습관까지 더해져, 잘 팔리는 것은 일단 눈여겨 보게 된다.
그럼에도, 책에 있어서는 약간의 욕심이 더해져 '나만이 읽은 책' '잘 알려지지 않은 명전' 에 대한 욕심을 조금 내기도 하고, 남들이 다 읽는 책이라 일부러 안 읽는 새침함을 내보기도 한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쉬지 않고 올라와 있었지만, 예의 새침함으로 '베스트셀러라고? 난 안 읽을테야' 를 고수하다, 지치지 않고 올라오는 지속성에 그만 손을 들고 말았다. 이 정도라면 안 읽어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 책은 2010.12월 초판 이후 2011.8월 읽은 책이 343쇄로 내 생애 책 읽기 중 단연 두드러지는 성적으로, 지금까지 읽은 몇 안되는 자기계발서적 중 단연 최.고. 였고, 베스트셀러에 충분하고 합당한 이유가 분명 있었다.

"네 눈동자 속이 아니면, 답은 어디에도 없다"
"아직 재테크 시작하지 마라"
"바닥은 생각보다 깊지 않다"
"작심삼일 당연하다, 삶의 방식이란 결심이 아니라 연습이니까"
많이 알고 있을 내용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따뜻한 마음과 시선으로 얘기해 주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김난도 교수가 쓴 다음의 편지내용을 보면, 저절로 위로와 힘을 얻게 된다.

힘 내. 얘기가 길어졌지? 내가 늘 그래. 대신 긴 설교를 요약해줄게. (선생님답지?)
일. 나태를 즐기지 마.  은근히 즐기고 있다면 대신 힘들다고 말하지 마.
이. 몸을 움직여. 운동하고, 사람을 만나고, 할 일을 해.  술 먹지 말고, 일찍 자.
삼. 그것이 무엇이든 오늘 해.  지금 하지 않는다면, 그건 네가 아직도 나태를 즐기고 있다는 증거야.  그럴 거면 더 이상 칭얼대지 마.
사. (마지막이야, 잘 들어!) 아무리 독한 슬픔과 슬럼프 속에서라도, 여전히 너는 너야. 조금 구겨졌다고 만 원이 천 원 되겠어? 자학하지 마. 그 어떤 경우에도, 절.대.로.
그거 알아? 모든 것은 흘러.  지나고 나면 이번 일도 무덤덤해질 거야.  하지만 말야, 그래도 이번 자네의 슬럼프는 좀 짧아지길 바라. 
잘 자.
(아니, 아직 자지 마. 오늘 할 일이 있었쟎아?)

저자는 '청춘은 원래 아픈 것', '아파야 청춘' 이라지만, 내게 청춘은 불안인 듯 싶다.
청춘이 아니라 할 수 없는 나이에, 그렇다고 불안하지 않아 청춘도 아닐 것 같지만, 이 책은 망각의 늪에서 건져올려 날 물들인다. 그 물들임이 너무 훌륭하여 후배에게 그.냥. 책을 빌려줬다.  독서가 좋은 일임에도 강권하기 어려운 자잘한 이유를 무시할 만큼 좋았기에.

책을 빌려 받은 후배들은 각자의 지인에게로 전파되어 3개월이 넘도록 내 손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그 기간이 길면 길수록 더한 뿌듯함을 느낀다.
그 기쁨과 행복은 이 책이 +α 로 내게 선물해 준 것이다.

 

읽은 날 : 2011. 8. 14.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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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버트란드 러셀 지음 / 사회평론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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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주로부터의 귀환, 다치바나 다카시>에서 서구에 일상적인 종교로 인식된 기독교 부분을 읽다가 궁금증이 생겨 읽게 됐다. 그 정도로 일상화된 기독교임에도 기독교인이 아니라고 대놓고 얘기하는 노철학자가 있다니, 그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그런데, 이게 무슨 우연의 일치인지. 이 책을 읽기 시작한 날, 충격적인 일을 겪었다.

초1 딸과 얘기하던 중 우연히 다음의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학교 입학 후 바로는 아니지만 1학기 언제부터인가 매.일. "걸음마 성경"을 모두 같이 읽고 선생님이 진행하는 "골든벨"을 한다는 것.이.다!!!
.......................
이건 정말 말이 안되는 이야기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립학교에서 교사의 종교적 취향만으로 특정종교를 가르친다는 점.
초1,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범위가 좁은 아이에게 부모 동의는 커녕 부모도 인지못하는 상태에서 가르친다는 점.
일상적인 대화 속 종교이야기가 아닌,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가르친다는 점 - 가령, 반 아이들이 모두 같이 읽을 정도로 같은 책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는 것.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 지금 내 딸에게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다음 날, (평소에 생각할 수 없는) 교장선생님과 통화를 했다.
"전화주셔서 감사합니다. OO초교 교장 OOO입니다"가 전화수신 멘트인 교장선생님과의 통화는 매우 고마웠다.
대부분 학부모들이 알고서도 말씀을 안 하는데 이렇게 알려주셔서 고맙다며 지금까지 진상파악도 못한 학교가 잘못했고 바로 시정하겠다고.
그 다음날 아이를 통해 확인해보니, 역.시. 바로 조치됐다.

러셀은 다각적 측면에서 시종일관 진지하고 철학적인 논조로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에 대해 얘기한다. 제1원인론, 자연법칙론, 목적론, 신성을 위한 도덕론…
그 중에서 가장 많이 공감하는 것은 "종교의 일차적이고도 주요한 기반은 두려움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다.
아마도 무의식 중에 <미학 오디세이1권, 진중권> 을 통해 본 내용이 재차 합리화되는 부분이라 그럴 수도 있겠다.
러셀은 1870~1970년으로 세대가 주는 문체 차이 탓인지 쉬 읽혀지지 않지만, 책 말미에 있는 철학자이자 신부인 코플스턴과의 대화가 가장 압축적으로 이 책을 설명한다.
그 둘의 대화는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입장에 대해 얘기하며 평행선을 달리는데, 그것이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과의 양보할 수 없는 차이인가 보다.

코플스턴 : 무엇인가가 분명 실재합니다. 그러므로 이 사실을 설명하는 무언가가 존재해야 하며 그것은 우연 존재들의 연속 그 바깥에 있는 존재인 것.
러셀 : 실재하는 존재들은 그저 거기에 있을 뿐이므로 그것들의 실재를 설명하는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

이미 내 생각은 종교는 이성이 아닌 감성적인 일이라 선을 긋고 있었던지라, 감성이 아닌 논리적으로 전개되는 이 책을 통해 얻은 것은 딱히 인상적이지 않다. (어쩌다 생긴 궁금증에 대한 적절한 책이 아니었을 수도 있고) 역시 이성적, 논리적으로 종교인이 되기는 어려운 일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 했다. 


 

읽은 날 : 2011. 11. 16.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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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불제 민주주의 - 유시민의 헌법 에세이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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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정치의식은 각종 선거나 투표 때 가진자 편에 선 자를 안 찍는다! 와, 최근 서점가를 휩쓸고 있는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를 읽으면 좀 나아지려나 하며 제자리 걸음 걷는 수준이다.

지난 4.27 재보궐선거 (이걸 했었던 거 맞아? 왜 이리 아득한지!) 때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한 유시민의 패배를 보고, 사람이 진중하지 못하고 돌출행동을 일삼더니 꼴이 그렇네...로 시작해 끄트머리에 안쓰럽다로 어설프게 끝나는 것이 영 찜찜했다.
한 때 노무현 전대통령의 오른팔이기도 했던 그가 어쩌다 '노무현 정신'의 대표 아이콘이 되지 못한 것일까? 언젠가 나도 그의 지지자였던 거 같은데, 그를 지지해주지는 못할망정 '꼴'이란 단어를 쓰는 건 뭘까 싶어 이 책을 읽게 됐다.

기억도 잘 안나는 옛날, 그의 저서 중 '경제' 관련된 책을 읽고 신선한 시각을 제공하는 사람이라 생각하다가,
정치인으로 급부상하던 거품에 내 시선도 같이 얹어 보고,
노무현 전대통령 재임시절 너나할 것 없어 보이는 돌출행동에 염증도 내보고
그 분이 돌아가셨을 때 같이 울어보고,
그러다 저러다 4.27 그의 패배로 읽어본 이 책은 '어정쩡한 정치인 유시민' 이미지로 각인됐다. 

책의 출판시점은 2009. 3월, 노 전대통령 서거 1년 싯점이다.
그는 국회의원, 장관편을 통해 처지를 변명하기도 하고, 최장집 교수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에 대해 반박하기도 하고, 온전한 민주공화국을 실현하기에 온전한(?) 유권자가 적다고 하며, 당분간 지역주의가 타파되기 힘들다고 직설적으로 얘기한다. 
그가 제일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많은 대중이 각성되기를, 국가의 진정한 힘은 대중에게서 나오느니 몽매한 대중이 얼른 잠에서 깨기를 원한다는 내용같다.
그의 말처럼 대중의 수준이 올라가야 정치 수준이 올라가겠지만,
변명도 아니고 대중을 휘어잡는 것도 아니고 설득하는 것도 아니고 선동도 아닌 것이 영 어정쩡하다.

어정쩡한 가운데 그래도 기억하고 싶은 부분을 꼽는다면 다음이다.
 
나쁜 시스템이 악한 상황을 만들면 선량하고 평범한 사람도 악을 저지르게 된다.  그러나 아무리 나쁜 시스템과 상황 속에서도 선을 행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이 없다면 악한 시스템과 그것이 만드는 악한 상황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다.  문명의 역사는 악한 시스템과 악한 상황이 영원히 계속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입증한다.  우리들의 일상적 생활공간에는 선을 행하는 무수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악을 저지르는 사람만큼이나 평범하다.

그들이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를 수배했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시민단체 회원이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유모차 엄마를 기소했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촛불집회에 가지 않았으니까
그들이 전교조를 압수수색했을 때
나는 항의하지 않았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시민들을 불태워 죽였을 때
나는 방관했다
나는 철거민이 아니었으니까
마침내 그들이 내 아들을 잡으러 왔을 때는
나와 함께 항의해줄
그 누구도 남아 있지 않았다

어정쩡함으로 기억되는 이 책이 잊혀져갈 즈음, 그야말로 우연히 케이블TV 백지연의 '끝장토론', '20대와의 대화 - 유시민'편을 시청하게 됐다.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모르는 이 프로를 단 한번이라도 시청한 적 없기에 언제 하는지조차도 몰랐는데, TV 채널을 돌리다 유시민 얼굴을 보게 됐고 이내 끝까지 시청하게 됐다. 그렇게 만든 힘은 나 또한 많은 20~30대가 유시민에게 갖는 정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프로를 본 후 유시민의 이미지는 기존의 어정쩜함이 아닌 '진중함' 으로 바뀌었다.
비록 직설적이고 신랄하며 번뜩이는 재치와 날카로움을 기대하는 20대 논객 요구에는 상당히 못 미쳤지만, 철학을 곁들이며 한글자 한마디 진중하게 대화하는 그의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가 대표로 있다는 국민참여당이 신선하게 보이는 것이...

토론 중 유시민이 본인의 나이가 '53' 이라고 말해 깜짝 놀랐다.
언제고 그는 한참 활동적인 나이 40대라고만 생각했는데, 내가 나이를 먹은 만큼 그도 나이를 먹어가고 있는 중인가보다.
정상까지 찍고 내려온 뒤의 우울함, 그리고 많은 일들, 열패감....등등 나이와 함께 그를 다소 변하게 한 부분일 것이다.
앞으로도 있을 수많은 난관 그리고 현재의 현실정치, 그 모든 것을 결국은 그가 잘해낼 거라 믿는다.
더불어 우리나라의 정치도 더디지만 한 발자국씩 전진할 것을, 믿는다.

그런데, 정말 드럽게 어렵다고 하는 진보의 통합은 어찌 될까?
아! 기사가 떴네~! 


 

읽은 날 : 2011. 5. 8.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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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 - 국민의사 이시형 박사의
이시형 지음 / 생각속의집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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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3개로 구분해 본다. 사회적인 나, 가정 안의 나, 그냥 나.
지난 2008~9년에 나름 어렵고 힘든 일을 많.이. 겪었다. 그 일들은 업무와 관련된 일들로 법원에 가야했고 경찰서에 가야했던 것으로 모두 '사회적인 나'와 관련이 있었다. '그냥 나'는 어떠한 악의가 없었기에, 내 의도와 상관없이 그렇게 되버린 일이었노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가족으로부터 위로 받을 수 있는 일들이었다.
힘들었지만 사회적인 내가 받은 상처는 순간순간 '그냥 나'와 가족으로부터 즉각적인 치료를 받아 견딜만 했다.


반면 작년 2010년 겨울. 그 겨울에 겪은 일들은 그렇지 않았다.
너무도 부당한 대우, 해결책이 없는 문제, 벗어날 탈출구가 없는 일들에 꽁꽁 묶여 받은 자존감의 심각한 상처는 '그냥 나'가 오롯이 감당해야할 일이었다.


"OO님, 제가 어떤 점을 고치면 될까요?"
"넌 그게 문제야! 욱 하는 성미!"
.....................!!!
다른 이들과 달리 고분고분하지 않고 나름 주장 있어 보이나 딱히 흠 잡을 게 없는데 맘에는 안 드는.
이게 내가 가진 문제였다.
생각보다 긴 직장생활 동안 혹은 생각보다 긴 인생살이 동안 그냥 미워서, 그냥 꼬투리 잡고 싶어서 당해본 일이 없었고,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날 수 있듯 피할 수 있었건만 여기 일은 그럴 수 없었다. 기억하는 한 이렇게 무자비하게 '그냥 나'가 공격받은 일이 없었다.

무자비한 많은 에피소드 사례 속에서 나는 허우적대며 절절히 외로웠다.
피부로 스며들어온 고통은 책도 못 읽게 했다. 한 글자씩은 읽어나가나 그게 문장이 되면 도통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어 몇 번을 되돌아 읽다가 이내 책을 덮어버렸다.
고 노무현 전대통령이 '책을 읽을 수 없다' 로 표현한 그 심정을 감히 알것만 같았다.
그렇게 피부로 스며들어온 고통이 내 심장에 머물다 나를 서서히 관통해 나갈 때까지....기다렸다.

 
그 기다림의 세월동안 견디게 해 준 것들 -  고통이 관통함을 오로지 느끼기, 세월, 혼자만의 시간, 가족, 지인들, 그리고 이 책.
인생은 김재진의 시처럼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이다.
혼자... 나 만이 아닌 그 혼자에 위안 받으며 '시'에게 이런 놀라운 힘이 있음을 세삼 느꼈다. 


  

읽은 날 : 2010. 12. 09.  by 책과의 일상

어느덧 세월은 흘러 1년이 지나가고 있고, 언제나 그러하듯 가볍게 '지나간 일'로 얘기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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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로부터의 귀환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전현희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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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라... 내게 '우주'는 태양을 시작으로 행성들이 이웃해 늘어선 '수금지화목토천해명' 이미지가 전부이다. 나로호, 이소연…은 뚜렷이 각인되지 않아 골똘히 생각해야 떠오르는 것으로, 가늠할 수 없는 공간 크기만큼이나 일상과 격리된 일이다. 그나마 갖고 있는 '수금지화목토천해명'은 한 장의 종이 위에 모든 것을 그리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속임수라 하니 빈약하기 그지없다. 그 속임수가 어느 정도인지 보자. 

"교과서에 여러 쪽을 펼칠 수 있는 면을 만들거나, 폭이 넓은 포스터용 종이를 사용하더라도 도저히 불가능하다.  상대적 크기를 고려한 태양계 그림에서, 지구를 팥알 정도로 나타낸다면 목성은 300미터 정도 떨어져 있어야만 하고, 명왕성은 2.4킬로미터 정도 떨어져야만 한다.  (더욱이 명왕성은 세균 정도의 크기로 표시되어야만 하기 때문에 눈으로 볼 수도 없다)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인 프록시마 켄타우루스를 그린 그림에 나타내려면 1만 5천길로미터 바깥에 표시되어야만 한다.  목성을 이 문장 끝에 있는 마침표 정도로 표시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축소하면, 명왕성은 분자 정도의 크기가 되어야 하지만 여전히 10미터 떨어진 곳에 표시되어야만 한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

이 책은 저자가 1981년 11월부터 [중앙공론]지에 연재된 글을 1983년 1월 책으로 출간한 것으로, 170만 년에 이르는 인류 역사 가운데 겨우 100 여명 넘는 사람만이 지구 환경 밖으로 나간 경험을 쓴 것으로, 포털 상 분류는 '과학/공학'이나 내겐 '인문'학 책이다.
생각해보라. 170만년 중 겨우 100여명만이 했던 이 체험 – "잠재의식 하에서 시작된 변화가 본인이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커졌을 때, 사람은 그것을 초래한 체험의 내적 의미를 해석하려고 의식적인 반성을 시작한다. 그것이 어느 정도 성공하는가는 오로지 그 사람의 성찰 능력에 달린 문제이다." 라고 말한 저자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하기 때문이다.

우주비행사는 고도의 훈련을 받은, 문학•정서적 분야보다 수학과 과학 즉 이성이 매우 발달한 이들이라 웬만하지 않고선 감동을 잘 안 받는다. 이러한 그들이  우주 공간에 진입하면서 본 지구의 광경은 너.무.나. 감동적이어서 종종 그들의 인생 혹은 종교관을 바꾸어 놓기도 했다. 아마 시인이 그 광경을 봤다면 그 광경에 심취해 지구 귀환을 못 했을지 모른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주 비행사 중 한명인 유진 서넌의 표현을 보자.

"그때의 광경은 각별하다. 인간이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방식으로 지구를 볼 수가 있다. 지구와 멀어짐에 따라 대륙과 대양이 한눈에 조망되었다가, 마침내 지구의 둥근 윤곽이 보이기 시작한다. 세계가 한눈에 보인다. 전인류가 내 시야 속으로 들어와 버린다. 눈앞의 청색과 백색의 구체 위에서 지금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이 현재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하면 왠지 감동적이다. 게다가 지구상에서 시간이 흐르고 있는 모습이 눈으로 보인다. 해 뜨는 지역과 해 지는 지역이 동시에 보이고, 지구가 회전하고 시간이 흘러가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그건 정말 신의 눈으로 세계를 보는 것이다. 살아 있는 세계가 조금씩 내 눈앞에서 그 생을 전개하고 있다. 나도 그 세계에 속한 일원이지만, 나는 여기에 있고 나머지 모든 세계는 나에게 보여지며 거기에 있다. 나는 사람이면서 눈만은 신의 눈을 가지고 체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구로부터 멀어짐에 따라 지구는 점점 아름다워진다. 그 색깔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은 평생 잊을 수 없다.
우리들은 며칠이나 걸려 초고속 로켓을 타고 겨우 달에 도착했다. 우주의 광경 중에서 변한 것은 지구의 크기뿐이고, 그 나머지 우주는 아무런 변화도 없다.
우주도, 지구도, 인간도, 생명도 신이 창조한 거라고 생각한다. 이 존재가 단순히 우연에 의해 생겨났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은 앞에서 말했듯이 우주 체험이 가져다 준 확신이다."
 
아! 나도 우주선을 타고 지구가 내 눈앞에서 점점 더 작아지는 광경을 볼 수만 있다면!
그 비용이 5억이란 소문에 그냥 바램으로만 남을 듯 싶다.  -_-;

해보고 안 해본 것의 차이는 일상생활 어디서 볼 수 있지만, 우주 체험은 인간의 감각, 기존의 인식, 과학을 뛰어넘는 것이라 종종 종교적인 경험으로 나아간다. 다카시가 인터뷰한 우주비행사는 주로 미국인들인데, 미국은 '종교'를 적는 칸이 있다면 기독교를 전제하고 교파를 적을만큼 기독교가 생활 깊숙히 파고든 나라이다. 하여 (예외는 있으나) 종교적 체험으로 나아간 이 우주체험을 무신론자, 시인 등 예술인이 경험했다면 어떤 이야기를 전해줄까 자못 궁금하다.
이 같은 신비 체험의 표현 불가능성, 전달 불가능성 - 연애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 연애 심리를 천만 단어를 쓴다 해도 설명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일텐데, 그들은 체험을 어떻게 우리에게 전해 줄까?

5억이 있다해도 감히 체험할 수 없는 우주체험을 간접적이나마 본 것에 감사하며, 내게 과학책이 아닌 인문, 에세이 혹은 여행책인 이 책의 여운 - '체험'의 내면화는 본인의 성찰능력에 달린 문제라는 저자의 말대로 하루하루 성찰의 힘이 길러지길 소원한다. 


 

읽은 날 : 2011. 10. 24.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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