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불제 민주주의 - 유시민의 헌법 에세이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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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정치의식은 각종 선거나 투표 때 가진자 편에 선 자를 안 찍는다! 와, 최근 서점가를 휩쓸고 있는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를 읽으면 좀 나아지려나 하며 제자리 걸음 걷는 수준이다.

지난 4.27 재보궐선거 (이걸 했었던 거 맞아? 왜 이리 아득한지!) 때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한 유시민의 패배를 보고, 사람이 진중하지 못하고 돌출행동을 일삼더니 꼴이 그렇네...로 시작해 끄트머리에 안쓰럽다로 어설프게 끝나는 것이 영 찜찜했다.
한 때 노무현 전대통령의 오른팔이기도 했던 그가 어쩌다 '노무현 정신'의 대표 아이콘이 되지 못한 것일까? 언젠가 나도 그의 지지자였던 거 같은데, 그를 지지해주지는 못할망정 '꼴'이란 단어를 쓰는 건 뭘까 싶어 이 책을 읽게 됐다.

기억도 잘 안나는 옛날, 그의 저서 중 '경제' 관련된 책을 읽고 신선한 시각을 제공하는 사람이라 생각하다가,
정치인으로 급부상하던 거품에 내 시선도 같이 얹어 보고,
노무현 전대통령 재임시절 너나할 것 없어 보이는 돌출행동에 염증도 내보고
그 분이 돌아가셨을 때 같이 울어보고,
그러다 저러다 4.27 그의 패배로 읽어본 이 책은 '어정쩡한 정치인 유시민' 이미지로 각인됐다. 

책의 출판시점은 2009. 3월, 노 전대통령 서거 1년 싯점이다.
그는 국회의원, 장관편을 통해 처지를 변명하기도 하고, 최장집 교수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에 대해 반박하기도 하고, 온전한 민주공화국을 실현하기에 온전한(?) 유권자가 적다고 하며, 당분간 지역주의가 타파되기 힘들다고 직설적으로 얘기한다. 
그가 제일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많은 대중이 각성되기를, 국가의 진정한 힘은 대중에게서 나오느니 몽매한 대중이 얼른 잠에서 깨기를 원한다는 내용같다.
그의 말처럼 대중의 수준이 올라가야 정치 수준이 올라가겠지만,
변명도 아니고 대중을 휘어잡는 것도 아니고 설득하는 것도 아니고 선동도 아닌 것이 영 어정쩡하다.

어정쩡한 가운데 그래도 기억하고 싶은 부분을 꼽는다면 다음이다.
 
나쁜 시스템이 악한 상황을 만들면 선량하고 평범한 사람도 악을 저지르게 된다.  그러나 아무리 나쁜 시스템과 상황 속에서도 선을 행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이 없다면 악한 시스템과 그것이 만드는 악한 상황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다.  문명의 역사는 악한 시스템과 악한 상황이 영원히 계속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입증한다.  우리들의 일상적 생활공간에는 선을 행하는 무수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악을 저지르는 사람만큼이나 평범하다.

그들이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를 수배했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시민단체 회원이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유모차 엄마를 기소했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촛불집회에 가지 않았으니까
그들이 전교조를 압수수색했을 때
나는 항의하지 않았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시민들을 불태워 죽였을 때
나는 방관했다
나는 철거민이 아니었으니까
마침내 그들이 내 아들을 잡으러 왔을 때는
나와 함께 항의해줄
그 누구도 남아 있지 않았다

어정쩡함으로 기억되는 이 책이 잊혀져갈 즈음, 그야말로 우연히 케이블TV 백지연의 '끝장토론', '20대와의 대화 - 유시민'편을 시청하게 됐다.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모르는 이 프로를 단 한번이라도 시청한 적 없기에 언제 하는지조차도 몰랐는데, TV 채널을 돌리다 유시민 얼굴을 보게 됐고 이내 끝까지 시청하게 됐다. 그렇게 만든 힘은 나 또한 많은 20~30대가 유시민에게 갖는 정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프로를 본 후 유시민의 이미지는 기존의 어정쩜함이 아닌 '진중함' 으로 바뀌었다.
비록 직설적이고 신랄하며 번뜩이는 재치와 날카로움을 기대하는 20대 논객 요구에는 상당히 못 미쳤지만, 철학을 곁들이며 한글자 한마디 진중하게 대화하는 그의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가 대표로 있다는 국민참여당이 신선하게 보이는 것이...

토론 중 유시민이 본인의 나이가 '53' 이라고 말해 깜짝 놀랐다.
언제고 그는 한참 활동적인 나이 40대라고만 생각했는데, 내가 나이를 먹은 만큼 그도 나이를 먹어가고 있는 중인가보다.
정상까지 찍고 내려온 뒤의 우울함, 그리고 많은 일들, 열패감....등등 나이와 함께 그를 다소 변하게 한 부분일 것이다.
앞으로도 있을 수많은 난관 그리고 현재의 현실정치, 그 모든 것을 결국은 그가 잘해낼 거라 믿는다.
더불어 우리나라의 정치도 더디지만 한 발자국씩 전진할 것을, 믿는다.

그런데, 정말 드럽게 어렵다고 하는 진보의 통합은 어찌 될까?
아! 기사가 떴네~! 


 

읽은 날 : 2011. 5. 8.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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