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의학의 위기
멜빈 코너 지음, 소의영 외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1년 3월
평점 :
절판


 

<현대의학의 위기, 멜빈 코너>

 

직장 후배의 남친은 레지던트 1년차다.  소문대로 레지1년차 생활은 사람의 생활이 아니다. 30시간 근무 3시간 쪽잠, 밥을 먹으면서도 졸기 일쑤, 불규칙한 생활과 식습관은 온몸에 징후를 보여주고 있고, 그럼에도 우울한 환자의 일상은 그를 황폐화시키는 듯 했다.
그를 보며 궁금해졌다.  그토록 잠을 못 잘만큼 일이 많은 건지, 그래야만 하는 건지, 다른 방법은 없는 건지.

 

많은 사람들은 평소에 자신의 병을 방치해 놓았다가 죽기 직전 병원에 가는 경우가 많다. 이 때 "만일, 당신의 어머니라면"의 강력기제가 발휘되어, 설령 예방접종을 받지 못하는 수많은 아이들의 운명이 있다 하더라도 눈에 들어올 리 없다. 절박한 마음만큼 현대 의학기술에 대한 과도한 기대도 생겨난다. 이런 것들이 때때로 구식의 값싼 방법에 비해 이점이 있다. 그러나 그로 인해 더 추가된 가치가 진료비를 정당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사나 환자나 모두가 의심하지 않는다.
"그것이 효과가 있다는 증거가 없다""아마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로 교묘히 변하고, 또 "확실히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로 바뀐다.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다"가 명확하고 설득력 있게 당신을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된다.

 

오슬러의 "병동에서 살라"의 경구 탓에 수련의사는 "레지던트"라 불려진다. - 현대 의학이 오슬러의 취향에서 출발한 관계로, 수련의들은 특정 장기에 대해서 극도로 전문화된 과학적인 이론과 문제들에만 촛점을 맞추는 전문의 밑에서 배우게 된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이런 질병들이 발병하기 전에 발생을 억제하거나 질병 초기에 경과가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는 등의 1차적 혹은 2차적 예방 대책을 마련하는 일에는 많은 돈을 투자하는 의료기관은 없다.

 

의학사의 대가인 토머스 맥퀸은 인간의 수명이 늘어난 주된 이유가 사회.경제적 변화와 생활 양식의 변화 및 백신과 같은 특정 질병의 예방법들 때문이라 한다. 즉, 현재의 의학체계가 고도의 전문화. 과학화 대신 1차, 2차 예방에 초점을 맞춘다면, 직장 후배의 남친은 전보다 훨씬 더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의사는 '환자와 보이지 않는 벽'을 가진 의사가 아니다. 환자에게 위안을 주고 가끔은 생명을 구하기도 하는 노력, 만나기 쉽고 친근하고 우리 주변에 있는 의사가 더 필요할 지 모른다.

 

지금 의사는 왜 환자와 '보이지 않는 벽'을 갖게 되었나?

 

"의과대학에 갓 들어간 신입생이 가장 먼저 경험하는 것은 해부학 실습이다. 즉 그것은 의학계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의학계의 가장 젊은 사람들조차도 외부 사람들과 격리시키는 방법이다.  그것은 처음으로 우리는 우리이고 그들은 그들임을 알게 하는 경험인 동시에, 의대생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고 다시는 그들과 같아질 수 없을 것임을 일깨우는 첫 사건이다. 교수와 학생 모두 이 과정이 극히 중요한 과정임을 알고 있다.
잠이 몹시 부족하고, 할 일은 산더미같이 쌓이고, 새로운 과학 지식은 계속 배워야 하고, 과중한 환자 수를 배당받는 등의 수련 과정은 점차적으로 자신의 생존 자체가 위태롭다는 관념을 젊은 의사들에게 불어넣는다.
자신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잠에서 깨어나게 하는 것도 환자들이다.  열심히 최선의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속절없이 죽어 가는 사람도 환자요, 그러한 노력에 고마움을 표시하지 않는 것도 환자이다.  또 환자들은 병원에서 나가면 종종 병을 발생시킨 처음의 나쁜 버릇으로 되돌아간다.
수련이 끝난 후 의사가 자신의 환자를 직접 볼 때가 되면, 보통은 환자에 대한 부담도 적당해 지고 밤잠 없이 지내는 날도 거의 없어짐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은 자신과 환자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든다."

 

이렇게 전문화되어 진료가 점점 냉혹해지고 비인간적으로 변하고 있다. 의학 교육을 담당하고 의료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런 것들을 싫어하면서도 변하지 않는 원인은 무엇인가?

 

"이에 대한 대답은 의미심장하며 문화인류학적이다.  그들은 변화시킬 수 없다.  위계 질서가 강한 조직에서는 어느 누구도, 제 아무리 높은 위치에 있더라도 그 조직이 운영되도록(혹은 실패하도록) 움직이는 힘을 자기 의지대로 거역할 수 없다.  의료 제도의 경우 이것을 움직이는 힘은 꾸준한 과학의 진보, 의학 수련의 문화적 전통(내가 이렇게 했으니, 너도 이렇게 해야만 한다는 사고 방식), 가난한 사람들의 보건을 수련의를 통해서라도 해결해야 할 국가적 필요성, 환자들보다 주식 투자자들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보험 회사들의 잘못된 의식, 의료보험의 의료비 지불의 왜곡된 패턴 및 그 결과에서 파생되는 의사들의 소득 불균형과 피상적인 의료의 전문화, 터무니없는 행정 비용의 낭비, 욕심과 기만, 그리고 나날이 늘어가는 의료 사고 소송이 의학적 판단에 미치는 심대한 영향 등이다.
그러나 아마도 가장 강력한 힘은 내가 제안한 "만일 당신의 어머니라면" 원리일 것이다"

 

한숨 나온다.
이 사회는 온통 문제점 투성이다. 정치, 교육 등도 모자라 의학계도 이렇다니!
문제가 없는 곳은 없단 말인가! 문제가 있어야만 당연한 것인가!
저자는 짙은 한숨을 내뿜고 있는 나에게 '위안이래봐야'의 수준을 제시하고 있다.

 

"결핵, 말라리아, 주협흡충, 어린아이가 있는 어머니, 여성이 임신 및 출산과 관련된 문제 – 이 숫자는 여전히 전세계에 걸쳐 에이즈로 죽는 사람보다 많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유독 에이즈에 집중적인 관심을 가질까?
간단히 말해 에이즈는 우리에게도 닥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에이즈에 대한 관심은 전혀 동정심 때문이 아니라 공포심 때문이다."

 

"에이즈의 공포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부유층을 편안한 잠에서 깨워 그들의 멋진 지갑에서 푼돈을 끄집어내어 세계적으로 보건 의료의 위기가 지속되는 곳에 던져놓았다.  시스템과 같은 에이즈의 조절과 예방에 대한 체계, 전세계를 망라하는 새로운 연결망도 구축되고 있다.
그들이 옳다는 희망을 갖자. 우리 자신에 대한 두려움만이 돈을 꺼내게 하고, 질병으로 인한 수백만 명의 조기 사망에 대한 공포만이 우리 양심을 자극한다는 사실에 대하여 부끄러움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희망을 갖자."

 

결국, 직장 후배 남친은 문화인류적 원인이 해결되지 않는 한 지금처럼 쪽잠을 자야한다.
세계의 99%인 우리는 부유층의 공포심에 기대어 개미 눈물만큼 희망을 가져야 한댄다.
이런, C B.

 


읽은 날   2011. 9. 7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편한 경제학
세일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불편한 경제학, 세일러>

 

2011년 KOSPI 하락률 -11%, 내 주식계좌 수익률 +20% 정도, 훌륭한 성적표다. 만족스러운 편이다.

 

짧지 않은 주식 투자자로서 생존한 비결을 뽑자면, 무릇 '투자'는 道를 닦는 과정임을 충분히 인지한 덕이 아닐까 싶다.
'공포''과욕' 중 지금 나는 어디쯤 서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기를 까먹지 않으려 노력한 덕이라 생각한다.
그것이 가능케 된 기저에는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 필립 피셔> 와 이 책이 바탕이 됐다.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 필립 피셔> 의 '황금손가락'에 대한 얘기는 '과욕'을 다스리게 도와줬다.
"'황금손가락 증후군'은, 강세장에서 승률을 높게 치는 경우 자기가 100% 승률의 천재-내가 찍은 종목이 다 전부 황금으로 변한다는 착각-라 믿는, 정말로 무섭고 끔찍한 질병이다. 강세장이라 너도 오르고 나도 오른 것 뿐인데, 많은 이는 자신이 가진 황금손가락 때문이라 착각하기 쉽다."

 

그리고 이 책, <불편한 경제학>을 통해 알게 된 주식투자의 본질도 상당히 도움이 됐다.
"큰 돈은 제대로 '투기'를 하기 위해 외환시장이나 채권시장에서나 놀지 주식시장에서는 놀지 않는다. 큰 자금이 주식시장에 들어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눈먼 돈을 왕창 벗겨먹기 위해 가.끔. 들어올 뿐이다.
주식, 복권, 경마와 동일한 것이다.  개미들에게 오락, 배설을 제공하고 기금을 조성하는 것이 복권이나 경마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주식시장도 눈먼 돈들에게 오락, 배설이라는 효용을 제공하고 기금을 조성(기업들에게 자본 조달)하는 것이다"

 

하여, 주식 투자로 수익을 얻게 되더라도 황금손가락 증후군에 걸리지 않게 마음을 평정시키고, 단기 급락으로 손실을 보더라도 지금 '공포'의 단계인지 아닌지 정신을 가다듬는다.  그리고 주식투자가 결국은 '투기'임을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이 책은 다음 아고라에서 '세일러'라는 필명으로 활동 중인 저자의 글을 모은 책이다. 이 책에도 본명은 밝히고 있지 않다.
2012.1월 지금도 다양한 자료와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꾸준히 글을 올리고 있는데, 정체(?)는 베일에 싸여 있을 뿐이다.

 

이 책의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인 '인플레이션' - 가령, '인플레이션이 오기 때문에 실물자산에 투자해야 한다', '인플레이션 탓에 화폐를 들고 있으면 손해다' 는 교묘한 눈가림이라 한다.
과거 역사를 보면 은행에서 저축에 대해 이자를 주기 시작한 시기(17세기)와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난 시기가 일치한다. 실제 인플레이션율은 은행이자율보다 낮아 모두가 소비를 미루고 은행에 저축하려고만 하면 경제가 붕괴되기에,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높도록 만들어 저축으로 인한 화폐의 퇴장이 일어나지 않도록 만든다 한다.
결국, 인플레이션의 문제보다 기대심리가 버블을 만들게 한 원인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돈'이란 무엇인가?
'돈'은 본원통화의 공급 확대가 아닌, 은행의 신용창조 행위 결과로 생겨난 신용통화라 한다. 쉽게 말해 '대출'인데, 50조 원의 본원통화가 있다면 25배 정도인 1,300조 정도의 통화가 만들어진다. 이 통화가 만들어지려면 반드시 이자를 붙여 빌려와야만 존재하게 되는데, 이런 시스템 논리 상 항상 돈이 모자라게 되있고, 누군가는 부도를 내게 되어 있다. 누군가는 반드시 탈락해야 하는데, 이를 지연시키는 방법은 대출을 추가로 계속 늘려 가는 것이다. 대출이 계속 발생할수록 버블은 점점 더 커지며, 이 버블이 터질 때 불황이 온다.
결국  버블은(주식) 인간의 '광기'가 만들어 내는 것이다. 단, 부동산 버블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주식 버블과 달리 부동산 버블은 경제를 촉진시키지 못한다. 그리고 버블이 꺼질 때도 주식보다 더 큰 비극을 남긴다.

 

그럼, 지금 상황은 어떤가?
경제위기로 인해 가계와 기업 모두 기존의 빚갚기에 나섰고(= 통화량 수축), 연방정부가 긴급하게 '최종 대출자'역할을 떠맡아 빚내기(= 돈 공급)에 나섰다. 이는 긴급하게 미 연방정부가 빚더미가 무너져 내리지 않도록 지탱하는 것일 뿐, 본질적인 경제회복이 되기에는 여러모로 역부족이다.
이는 그리스에 대한 지원이 어려운 이유로 찾아볼 수 있다. 왜 그리스를 지원하지 못하는가 하면, 오늘날의 신용(통화)시스템에서는 사회 내에 존재하는 신용의 크기만큼, 딱 그 만큼 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때문이다.  즉, EU집행부가 그리스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는 것은, EU 전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신용을 다 써버려서 여유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미국은 공황을 피할 수 없고 (피한다 해도 후에 더 큰 재앙을 만날 수 밖에 없다), 나아가 전 세계 동시 버블, 국가 간 빈부격차 심화, 전 세계의 인구구조 변화 (미국, 유럽, 일본 모두 4,50대 인구 감소 중) 가 우리 앞에 놓여져 있다.
또한, 저자는 중국은 계속 치사량을 높여가며 모르핀 주사를 맞고 있을 뿐 곧 중국의 몰락을 보게 될 확률이 크다 한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저자는 '환율'에 주목해야 한다며 '풀뿌리 외환보유고'를 쌓아야 한다 한다.
나는 저자의 논리적 전개보다 다음의 이야기가 훨씬 더 와닿았다.

 

"제가 아는 지인은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데, 이 사업이 극히 경기에 민감한 업종입니다….고민하는 지인에게 저는 아파트의 매도를 권유하면서, 아파트와 사업이 맛보기에 해당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앞일은 누구도 알 수 없다.  지금 아파트를 매도했다가 아파트가격이 다시 오른다 치자, 그러면 아파트를 매도한 것은 아깝겠지만 당신의 사업은 아주 잘 될 것이다. (아파트 가격이 더 상승한다는 것은 최소한 경기침체 극복을 반영하는 것일 테니)
반대로 아파트를 매도한 뒤 경기침체가 아주 심해져서 사업이 망했다고 치자.  그러면 아파트는 경기침체가 심해지기 전에 높은 가격을 받고 팔았으니 그 돈으로 재기를 도모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이 대공황이라 하더라도 "지금은 대공황 진행 중!”이라고 언론에 대서특필 되는 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그 상황 한복판에 놓여 있는 우리는 어쩌면 모를 수 있다.
투자에 있어 과욕과 공포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지난 경험을 통해 톡톡히 알게 되어,
앞 일은 아무도 모르니 지금이 불황이든 아니든 과욕을 항.상. 경계 (Risk를 관리할 것)하는 투자자의 자세를 갖게 됐다.
이 책은 지식적인 측면에서나 실제 투자생활에 있어서나 내게 큰 도움을 준 고마운 책이다.

 

 
읽은 날   2010. 7. 15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사랑일까 -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공경희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사랑일까, 알랭 드 보통>

 

(아~! 드디어 보통이다.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려 왔는지! 기다리고 기다렸던 그의 책 - 글감이 내게 왔다.)

 

누구는 한 작가를 온전히 이해하려면 그의 책을 다 읽어야 한다지만, 난 작가의 대표작을 읽는다. 이런 내게 '보통'은 특별하다. 
2008년 여름부터 시작해 190여권 읽은 지금까지 중복되는 작가가 거의 없다. 공지영의 책 3권, 기욤 뮈소의 책 3권이 그나마 손 꼽는 경우인데, 알랭 드 보통의 책은 무려 5.권.이.나. 읽었다.
하여, 보통은 내게 특별한 작가였다가, 얼마전 신간홍보로 내한한 사진을 보고 살짝.....!

 

앨리스는 여러모로 사랑스러운 여성이다. 에릭은 그녀의 애인인데, 그는 자신의 의도가 어떠했든, 여자친구가 얼마나 많든 상관없이, 이성을 상대할 때 심한 편견을 갖고 있다. 그 편견은 권능 있는 어머니(여자)에 대한 두려움과 그런 어머니가 사나운 남편 앞에서 물렁해지는 여자가 된다는, 개인사에서 나온 것이다.
이런 앨리스의 애인은 한눈을 팔았다. 그를 보며 앨리스는 머리에 더 수준 높은 일을 담고 있는 사람과 같이 있다는 특권을 되새기며 이렇게 생각하곤 했다.
"더 중요하고 훌륭한 일을 다루는 남자라면 틀림없이 사랑할 가치가 있는 사람이야. (그게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도)"

 

그야말로 속 터지는 일이다.
이 책 <우리는 사랑일까> 를 읽을 당시, 내 주위에도 속 터지는 케이스가 있었다.
일주일에 평균 8번 남친을 만나는 그녀는 남친의 이해하기 힘든 경제관념 때문에 힘들어 했다.
그녀의 상황 등으로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그녀는, 남친과 놀러 갔다온 후 더 힘들어 했는데, 이런 경우였다.
"이번에 든 경비가 모두 190,000 인데, OO이는 보드가 없어서 대여했으니까 120,000 이야."
친구 사이에도 보기 힘든 완벽한 더치페이는, 남친이 놀러가자 해 그냥 따라가주는 경우 등, 만사가 이런 식이었다.
보이지 않는 벽으로 그녀는 남친에게 단돈 만원을 빌리질 못해 5분을 걸어 찾아간 CD기에서 카드가 읽히지 않자, 현금서비스 1만원을 받기까지 했다한다.
그런 남친을, 소위 결혼까지 생각한다는 남친의 그런 태도 탓인지 남친한테 "사랑해~!" 란 말을 들어도 "나도." 란 말을 도저히 못하겠더라 한다. ("나도"는 말이다, 내가 널 사랑하진 않지만 네 사랑을 받음에 최소한 동의한다는 약한 표현일 수 있지 않은가!)
우린 그를 씹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 당장 헤어져!" 란 말은 못하고 같이 어울려 험담을 해주곤 했다.
그런 그녀에게 이 책을 꼭 읽히게 하고 싶었다.

 

앨리스는 휴가에서 돌아와 오랜 진실을 깨달았다.
"몇 주 사이에 원래 색으로 돌아가는 피부를 보면서 그녀는 오랜 진실을 깨달았다.  애인과 결혼하려고 아내를 버린 남자는 새 애인을 찾고 만다는 것 – 또 낙원을 찾아 카리브 해의 섬으로 날아간 사람은 불가피하게 햇빛과 바다에 실망하고는 그 실망을 가라앉히느라 마음속으로 또 다른 낙원을 찾는다는 것을."
그런 후 "에릭과 같이 앉아 저녁을 먹을 때면, 적당한 상대만 있다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으리라는 자신감을 잃고, 할 말이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었던" 자신을 발견하고 당당하게 이별을 한다.
다른 건 몰라도 "나도" 란 말을 못하는 사이라면, 앨리스처럼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하는 거 아니냐고. (이해하기 어렵다규~!)

 

그럼에도 그녀는, 남녀사이 일은 둘 밖에 모른다는 진실과 특수한 상황의 연금술로 그와 결혼을 했고, 예쁜 딸도 얻었다.
그래도 가끔 흠칫 놀란다 한다. "내가 결혼했구나! 이, 남자와.......!!"

 

내게 옳은 선택과 그녀에게 옳은 선택이 같은 순 없을 것이다.
그녀의 선택은 계산기를 두드려대는 요즘 시대의 연애사의 한 단면으로 보이지만, 그러지 않길 바랄 뿐이다.
결혼한 지 12년(혹은 13년인지 기억 안나는)차인 나는, 결혼은 그야말로 초절정 불꽃을 피운 사이여야만 다사다난한 결혼생활을 이어갈 힘을 가지게 된다고, 지금도 철썩같이 믿는다.
만약, 그녀가 계산기 시대의 지금 포지션이 아니었어도 그런 선택을 했을까? 싶지만, 어쩌랴,

행복한 결혼생활을 만들어갈 책임을 스스로 선택한 것이니, 그녀의 선택이 옳은 일이었음이 되길 빌 뿐이다.

 

 

읽은 날   2011. 1. 20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계사 편력 1 - 아버지가 딸에게 들려 주는 세계사 이야기, 개정판 세계사 편력 1
자와할랄 네루 지음, 곽복희 외 옮김 / 일빛 / 200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계사 편력 1, 자와할랄 네루>

 

<역사란 무엇인가, 에드워드 핼리트 카>에 의하면 역사를 연구하기 전에 역사가를 연구하라 했다.
누가 쓴 역사인가에 따라 구슬이 목걸이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와할랄 네루가 누구인지 보자면,

 

지은이J. 네루 Jawaharlal Nehru (1889년~1964년) : 인도 알라하바드에서 태어난 네루는 많은 관료와 학자를 배출한 명문 가문 출신으로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공부한 뒤 변호사가 되었다. 1919년부터 간디 밑에서 인도 독립을 위한 반영 투쟁에 적극 나섰고 독립 후 초대 총리를 지냈다.

 

이 책 <세계사 편력 1>은, 1930년 10월 26일부터 1933년 9월 8일까지 약 3년 동안 옥중 생활을 하면서 그의 외동딸 인디라 간디에게 쓴 196회분의 편지글을 엮은 것이다. 네루는 이 편지를 통해 당시 13세의 나이로 어머니와 할아버지마저 투옥되어 홀로 남겨진 어린 딸에게 역사와 인생을 보는 튼실한 안목을 키워주고자 했다. 이 세계사 편지들을 읽고 자란 인디라 간디는 훗날 인도의 여성 총리가 되어 인도 발전에 크게 기여했으며 네루의 외손자도 총리를 지냈다.

 

음....13살 딸에게 보내는 편지라니... 아버지의 편지를 받은 13세의 딸이 그 내용을 얼마나 이해했을까 싶지만, 그것이 자양분이 되어 훗날 여성 총리가 된 것이리라.
내게 이런 편지를 쓸 능력이 없어 책을 읽는 것이고, 책을 읽음으로써 우리 아이들을 괜찮게 지도하는 엄마가 되고 싶은 것이 소소한 독서이유 중 하나이다. 아들을 재우는 날이면, 읽은 책 이야기를 해달라는데 (딸은 절대 요구를 안한다), 다양하고 새로운 시각의 책을 자주 이야기해 주.지. 못하지만 (책은 읽었으나, 기억이 곧 휘발되버려), 가끔이라도 해주는 게 어디냐 싶어 스스로 위.안. 삼는다.

 

인상깊은 이 책의 프롤로그를 보자.

"보통 사람들은 언제나 영웅일 수는 없다.  그들은 날마다 빵과 버터, 자식들 뒷바라지, 또는 먹고 살아갈 걱정 등 여러 가지 문제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때가 무르익어 사람들이 커다란 목표를 세우고 거기에 확신을 갖게 되면 아무리 단순하고 평범한 사람이라도 영웅이 되며, 역사는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해 커다란 전환기가 찾아온다.  그리고 그들 속에서 위대한 지도자가 나타나 모든 인민에게 활기를 불어넣어 큰 일을 이루도록 이끄는 것이다."

 

윗글의 사상이 책 전반에 흐르고 있는데, 더욱이 좋은 것은 편지글이다 보니 역사,가 이야기, 즉 스토리 텔링이라 물 흐르듯 읽을 수 있어 좋다.
'예수와 기독교' 는 기독교에 대한 역사적 이해를 높일 수 있어 좋았고, '로마제국' 하면 이상하게 쫄게 되는 이유도 알 수 있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이것이 정치가들이나 경세가라고 자처하는 자들이 하는 짓이다!" 란 표현이 가장 와닿았던 십자군에 대한 설명이었다.

 

"1095년 십자군 전쟁이 시작된 뒤 장장 150년간에 걸친 십자가와 초생달, 즉 기독교와 이슬람교 사이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에 많은 사람들은 은혜로운 목적을 위해 출전했으며, 또 많은 사람들이 성스러운 원정에 참가하면 죄가 사해진다는 교황의 약속을 믿고 십자군에 참가했다. 그러나, 십자군에는 콘스탄티노플 교회를 누루려는 로마의 속셈과, 베네치아나 등을 비롯한 신흥 무역항 상인들의 막힌 통상로를 뚫기 위한 속셈이 있었을 뿐이다. 일반 사람들은 이런 이유가 숨어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  아무도 이런 사정을 말해 주지 않았다."

 

이것이 권력, 국가 등 힘 가진 놈들이 수천년동안 해 온 짓거리에 지나지 않을 뿐더러, 지금은 보이지 않는 금융권력이 바통을 터치받아 자리를 보존하고 있다!  내가 읽은 세계사편력 1~2권, 총 1천 페이지 그 기나긴 항해 끝에 느낀 간단 소감이기도 하다.

 

13세기의 몽고는 역사상 그토록 광대한 제국, 몽고인의 정복에 비견할 만한 게 없었다길래 <총. 균. 쇠, 제레드 다이아몬드>가 생각났다. 그 책은 유럽이 어떻게 지배하는 문명이 되었는지를 알려주고 있는데, '몽고' 가 너무 쉽게 무시당한 느낌이다.
역사상 불가해한 몽고인의 급속한 몰락에 이어, 유럽은 장미 전쟁, 흑사병 등 위기의 순간을 새로운 항로의 발견으로 이겨내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식민지를 거느린 제국주의 시대로 진입한다.

 

새로운 항로의 발견이 등장한 시기를 압축하는 표현을 보자.
"우선 선교사가 건너가고 많은 개종자가 생겨나면 그 다음에 병사를 보내며, 그리고는 개종자와 협력해서 그 곳 정부를 타도하는 것"
핵심이지 않은가!

 

너무 쉽게 무시당한 몽고!  언젠가는 몽고에 대한 책, 읽어봐야지!

 

 

사진출처 : Ko's Familyhttp://blog.naver.com/kosfamil?Redirect=Log&logNo=40013080...

 

 

읽은 날    2010. 5. 26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총 균 쇠 (무선 제작) - 무기.병균.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개정증보판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사상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총,균,쇠  -  제레드 다이아몬드>

 

<처음 읽는 아프리카의 역사, 루츠 판 다이크>를 읽고 지구 최초의 땅이자, 최초의 인류가 출현한 아프리카가 지금은 왜 그리 낙후됐을까 궁금증이 생겨 읽은 책이다. 이 책 역시 [지식인의 서재, 한비야]편에 추천되 있었기에 서슴없이 읽게 됐다.

 

저자는 지배하는 문명과 지배 당하는 문명의 차이를 총,균,쇠, 이 세 가지에서 찾았다. 총과 쇠는 중앙집권적이고 선진문명을 대표할 수 있다하나 균은 무엇일까?  총보다 쇠가 먼저이지 않을까? 궁금증을 안고 읽어 나갔다.

 

'총,균,쇠'든 '쇠,총,균'이든 제목과 달리 시작은 '먹을거리' 였다. 정확히 말하면 인간이 먹을 수 있는 농산물이 key 였다.

"지구 상의 총 20만 종 야생 식물 중에서 인간이 먹을 수 있는 것은 수천 종에 불과하다.  현대 세계에서 모든 농작물을 통틀어 연평균 총생산량의 80%를 책임지고 있는 농작물은 겨우 12종에 불과하며, 현대에 와서도 새로 작물화된 주요 식량 식물은 단 하나도 없다는 사실만 보아도 유용한 야생 식물은 이미 고대인들이 거의 빠짐없이 살펴보았고 그중에서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은 모조리 작물화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먹을거리가 어떻게 총,균,쇠를 통해 실현되는지 보자.
1. 먹을 거리가 있어야 인간이 정착을 하고 그때부터 인구 밀도가 높아진다 → 인구가 많아지면 사회가 복잡해져 중앙 집권적 정치 제도를 필요로 하는 사회로 발전 → 인구 성장, 중앙 집권적 정치제도 등이 군사와 군대를 양성 → 양성된 군대로 이웃나라 정복

2. 비옥한 토지의 풍부한 식물은 대형 야생 초식성 포유류가 증가하는 결정적 원인이 된다 → 너무 작거나 큰 것은 도움이 안된다. 적당한 크기가 중요한데, 가령 소나 말이 대표적이며 특히 '말'은 군사적 목적으로도 유용하다 →  근대사의 인류 주요 사망원인 (천연두, 인플루엔자, 페스트 등등) 은 모두 동물 질병에서 진화된 것들인데, 다양한 동물 개체와 접하고 있던 유럽은 접촉이 없던 지역 (가령 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보다 면역체계를 보다 빨리 적응시킬 수 있었다.

사례 하나 : 1837년 대평원에서 가장 정교한 문화를 가지고 있던 만단족 인디언들은 세인트루이스에서 미주리 강을 타고 거슬러 올라온 한 척의 증기선 때문에 천연두에 걸렸다. 만단족의 한 마을은 불과 몇 주 사이에 인구 2000명에서 40명으로 곤두박질쳤다.

 

결국 이 책은 유럽이 왜 다른 곳에 비해 강자가 되었는지를 서술하고 있다.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식물'이 자랄 수 있는 하필 그 곳에 위치한 비옥한 초승달 지대는, 결정적으로 '운'도 작용한다. 그 행운은,
1. 식량 생산이든 문화 전파든 신속하게 전파된 것은 동서 축 방향이다. 남북 축 방향은 전파가 더딜 뿐 아니라 위도에 따라 (즉, 환경에 따라) 유전자 조건도 달라진다.
2. B.C. 4000년~3000년경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서 탄생한 국가는 하필 강우량(과 그 밖의 이유로)이 적어 지금은 사막, 반사막 등으로 변했으나, 북서유럽은 강우량이 하필 많아 그러한 운명을 피하다.
3. 오랫동안 전세계를 선도했던 중국이 유럽에게 빼앗긴 이유 : 중국은 지리적 요소로 인해 일찍 통합되어 만성적으로 분열된 유럽이 각 나라 사이의 경쟁을 촉진할 동안 그러질 못했고, 거대한 통일된 국가로서 민첩함이 떨어져서이다.

 

이러한 오래된 역사가 알려주는 결론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식량 생산을 시작한 두 중심지(비옥한 초승달지대와 중국)가 아직도 현대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직계 후손들의 국가(현대 중국)를 통해서든지, 일찍이 두 중심지의 영향을 받던 이웃 지역의 국가(일본, 한국, 말레이시아, 유럽)을 통해서든지 아니면 해외로 이주한 사람들이 지배하고 있는 국가(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브라질)를 통해서든지 말이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인,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아메리카 원주민 등이 세계를 지배하게 될 가능성은 여전히 희박하다.  B.C.8000년 당시의 역사가 지금도 우리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결론이 비약적으로 느껴진다.
지금까지 유럽을 중심으로 기술된 흐름에서 중국, 이웃 지역 국가, 미국 등이 갑자기 등장하며,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등에 너는 식물인간이야! 라고 단정지으니 말이다.
현대의 많은 발전과 각성 등으로 그들이 당당히 식물인간 선고를 거부했으면 하는 바램이, 이 책의 결론을 살짝 못 본 척 하게 한.다.

 

 

읽은 날    2009.  9.  25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