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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경제학
세일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불편한 경제학, 세일러>
2011년 KOSPI 하락률 -11%, 내 주식계좌 수익률 +20% 정도, 훌륭한 성적표다. 만족스러운 편이다.
짧지 않은 주식 투자자로서 생존한 비결을 뽑자면, 무릇 '투자'는 道를 닦는 과정임을 충분히 인지한 덕이 아닐까 싶다.
'공포'와 '과욕' 중 지금 나는 어디쯤 서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기를 까먹지 않으려 노력한 덕이라 생각한다.
그것이 가능케 된 기저에는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 필립 피셔> 와 이 책이 바탕이 됐다.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 필립 피셔> 의 '황금손가락'에 대한 얘기는 '과욕'을 다스리게 도와줬다.
"'황금손가락 증후군'은, 강세장에서 승률을 높게 치는 경우 자기가 100% 승률의 천재-내가 찍은 종목이 다 전부 황금으로 변한다는 착각-라 믿는, 정말로 무섭고 끔찍한 질병이다. 강세장이라 너도 오르고 나도 오른 것 뿐인데, 많은 이는 자신이 가진 황금손가락 때문이라 착각하기 쉽다."
그리고 이 책, <불편한 경제학>을 통해 알게 된 주식투자의 본질도 상당히 도움이 됐다.
"큰 돈은 제대로 '투기'를 하기 위해 외환시장이나 채권시장에서나 놀지 주식시장에서는 놀지 않는다. 큰 자금이 주식시장에 들어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눈먼 돈을 왕창 벗겨먹기 위해 가.끔. 들어올 뿐이다.
주식, 복권, 경마와 동일한 것이다. 개미들에게 오락, 배설을 제공하고 기금을 조성하는 것이 복권이나 경마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주식시장도 눈먼 돈들에게 오락, 배설이라는 효용을 제공하고 기금을 조성(기업들에게 자본 조달)하는 것이다"
하여, 주식 투자로 수익을 얻게 되더라도 황금손가락 증후군에 걸리지 않게 마음을 평정시키고, 단기 급락으로 손실을 보더라도 지금 '공포'의 단계인지 아닌지 정신을 가다듬는다. 그리고 주식투자가 결국은 '투기'임을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이 책은 다음 아고라에서 '세일러'라는 필명으로 활동 중인 저자의 글을 모은 책이다. 이 책에도 본명은 밝히고 있지 않다.
2012.1월 지금도 다양한 자료와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꾸준히 글을 올리고 있는데, 정체(?)는 베일에 싸여 있을 뿐이다.
이 책의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인 '인플레이션' - 가령, '인플레이션이 오기 때문에 실물자산에 투자해야 한다', '인플레이션 탓에 화폐를 들고 있으면 손해다' 는 교묘한 눈가림이라 한다.
과거 역사를 보면 은행에서 저축에 대해 이자를 주기 시작한 시기(17세기)와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난 시기가 일치한다. 실제 인플레이션율은 은행이자율보다 낮아 모두가 소비를 미루고 은행에 저축하려고만 하면 경제가 붕괴되기에,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높도록 만들어 저축으로 인한 화폐의 퇴장이 일어나지 않도록 만든다 한다.
결국, 인플레이션의 문제보다 기대심리가 버블을 만들게 한 원인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돈'이란 무엇인가?
'돈'은 본원통화의 공급 확대가 아닌, 은행의 신용창조 행위 결과로 생겨난 신용통화라 한다. 쉽게 말해 '대출'인데, 50조 원의 본원통화가 있다면 25배 정도인 1,300조 정도의 통화가 만들어진다. 이 통화가 만들어지려면 반드시 이자를 붙여 빌려와야만 존재하게 되는데, 이런 시스템 논리 상 항상 돈이 모자라게 되있고, 누군가는 부도를 내게 되어 있다. 누군가는 반드시 탈락해야 하는데, 이를 지연시키는 방법은 대출을 추가로 계속 늘려 가는 것이다. 대출이 계속 발생할수록 버블은 점점 더 커지며, 이 버블이 터질 때 불황이 온다.
결국 버블은(주식) 인간의 '광기'가 만들어 내는 것이다. 단, 부동산 버블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주식 버블과 달리 부동산 버블은 경제를 촉진시키지 못한다. 그리고 버블이 꺼질 때도 주식보다 더 큰 비극을 남긴다.
그럼, 지금 상황은 어떤가?
경제위기로 인해 가계와 기업 모두 기존의 빚갚기에 나섰고(= 통화량 수축), 연방정부가 긴급하게 '최종 대출자'역할을 떠맡아 빚내기(= 돈 공급)에 나섰다. 이는 긴급하게 미 연방정부가 빚더미가 무너져 내리지 않도록 지탱하는 것일 뿐, 본질적인 경제회복이 되기에는 여러모로 역부족이다.
이는 그리스에 대한 지원이 어려운 이유로 찾아볼 수 있다. 왜 그리스를 지원하지 못하는가 하면, 오늘날의 신용(통화)시스템에서는 사회 내에 존재하는 신용의 크기만큼, 딱 그 만큼 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때문이다. 즉, EU집행부가 그리스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는 것은, EU 전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신용을 다 써버려서 여유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미국은 공황을 피할 수 없고 (피한다 해도 후에 더 큰 재앙을 만날 수 밖에 없다), 나아가 전 세계 동시 버블, 국가 간 빈부격차 심화, 전 세계의 인구구조 변화 (미국, 유럽, 일본 모두 4,50대 인구 감소 중) 가 우리 앞에 놓여져 있다.
또한, 저자는 중국은 계속 치사량을 높여가며 모르핀 주사를 맞고 있을 뿐 곧 중국의 몰락을 보게 될 확률이 크다 한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저자는 '환율'에 주목해야 한다며 '풀뿌리 외환보유고'를 쌓아야 한다 한다.
나는 저자의 논리적 전개보다 다음의 이야기가 훨씬 더 와닿았다.
"제가 아는 지인은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데, 이 사업이 극히 경기에 민감한 업종입니다….고민하는 지인에게 저는 아파트의 매도를 권유하면서, 아파트와 사업이 맛보기에 해당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앞일은 누구도 알 수 없다. 지금 아파트를 매도했다가 아파트가격이 다시 오른다 치자, 그러면 아파트를 매도한 것은 아깝겠지만 당신의 사업은 아주 잘 될 것이다. (아파트 가격이 더 상승한다는 것은 최소한 경기침체 극복을 반영하는 것일 테니)
반대로 아파트를 매도한 뒤 경기침체가 아주 심해져서 사업이 망했다고 치자. 그러면 아파트는 경기침체가 심해지기 전에 높은 가격을 받고 팔았으니 그 돈으로 재기를 도모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이 대공황이라 하더라도 "지금은 대공황 진행 중!”이라고 언론에 대서특필 되는 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그 상황 한복판에 놓여 있는 우리는 어쩌면 모를 수 있다.
투자에 있어 과욕과 공포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지난 경험을 통해 톡톡히 알게 되어,
앞 일은 아무도 모르니 지금이 불황이든 아니든 과욕을 항.상. 경계 (Risk를 관리할 것)하는 투자자의 자세를 갖게 됐다.
이 책은 지식적인 측면에서나 실제 투자생활에 있어서나 내게 큰 도움을 준 고마운 책이다.

읽은 날 2010. 7. 15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