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사생활, EBS 아이의 사생활 제작팀>
어제 저녁, 초2 딸에게 10 이 13개이면, 10 이 15개이면 얼마인지 이해시키느라 1시간 넘게
걸렸다. 9시 반경 아이방에서 나왔는데, 10시 반경 재차 물어보니 여전히 헷갈려 한다.
얼마 전 <잠수네 아이들의 소문난 수학공부법>을 읽고 조이매스 - 수모형을 만지게 하면서,
머리가 아닌 실물로 이해를 도와줬다. 그래도 쉽사리 개념습득이 안되는 딸을 보면서 부글부글
화를 참기란 여간해서 쉬운 게 아니다.
<아이의 사생활> 은 이렇게 말한다. "부모들은 아이마다 뇌 발달이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어떤 시기에 우리 아이가 무엇을
잘 한다고 해서 영재 또는 천재라고 장담할 수 없다. 어떤 것이 다른 아이보다 뛰어난 것은 그쪽을
담당하는 뇌 부위가 다른 아이들보다 먼저 발달하고 있을 뿐이다. 착각하고 마구잡이로 공부시켰
다가는 뇌 신경회로가 다 망가진다."
차분한 마음에서는 위 문구가 눈에 팍팍 들어오지만, 십모형 11개가 111인지 101인지 헷갈려하는
아이가 바로 내 자녀라면, 큰애 키울 때 느껴보지 못한 일이라면, 이건 그냥 글자일 뿐이다. 활자다. 101, 110, 111 어려울 수 있다. 이해한다. 엄마가 가르치는 기술 부족하다. 그러나 1시간여 씨름하고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겨울방학부터 학원다니자 했는데 싫다고
하더니, 지금 이 수준을 모르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창의력에 소질이 있다해도 기본은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리고 결정적으로 엄마는 내 자녀가 모른다는 걸 받아들 수 없다. 8시에 시작한 숙제검사와 '십모형'을 9시 반에 끝내고 녹초가 되어 둘째 방을 나왔다.
그 때, 큰 애가 '뭐라고 뭐라고 뭐라고' 반갑지 않은 말을 한.다.
그야말로 '미춰버리겠따아~~~'
<아이의 사생활>은 말한다.
"많이 경험하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느껴보게 해라. 뇌는 그때마다 조금씩 진화해 간다. 그리고
아이의 뇌에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입력해 주어라. 아이의 뇌는 늘 새로운 정보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잊지 말아라. 그것은 즐겁고 신선한 자극이어야 한다."
토요일 아이들 생애 최초(?) 무성영화 <아티스트>를 보게 하고, 일요일 딸기 체험학습을 갈 예정
이었으나, "가긴, 뭘 가! 집에서 공부나 해야지!' 십중팔구 이런 마음 들기 십상이다.
이론이 빠삭한 엄마는 감정을 가졌다.
"많이 걸으면 머리가 좋아진다. 억지로라도 움직이게 해야 한다. 인간의 신체 중 가장 큰 근육은
허벅지 근육, 이 근육의 신경은 뇌간과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걸으면 근육에서 나온 신호가 뇌로
전달되고, 이 신호가 뇌를 자극해 움직임을 활발하게 만든다. 또한 걷는 동안 심장은 평상시 1분
간 약 5리터의 혈액을 흘려보내던 것을 약 10배 더 흘려보내게 된다. 이런 작용은 뇌에 산소와
영양소를 충분히 공급해 뇌 활동을 활발하게 한다."
초4 올라가는 큰애에게 매일 줄넘기 1,000회를 하라 했건만, 계획표에 적혀 있어도 엄마 시선이
없어서인지 안 하고, 못 하고 있다. 퇴근 후 줄넘기까지 봐 줄 시간은 없고, 스스로 본인을 위해
무언가를 하기엔 초4는 아직 어리다. 어린....걸까?
이론은 많이 안다. 엄마는 직장을 다니고 시간이 없다.
잠자기 전 작은 애가 말한다.
"엄마, 나 아까 운 거 알아?"
"어? 그랬어? 왜?"
"공부하느라 힘들었는데, 엄마가 위로해 주지도 않고 칭찬해 주지 않아서"
"아, 아......... 그랬니?"
"아이의 자아상이 별 탈 없이 긍정적으로 발달해가려면, 무엇보다 자신에게 중요하고 의미 있다
고 생각하는 사람으로부터 꾸준히 긍정적이고 호의적인 느낌을 받으면서 자라야 한다."
10모형 11개 15개 18개, 눈앞과 머리가 어지러워 엄마는 넉다운 됐다.
큰 애의 사소한 말 한마디에 감정이 더 올라갔다.
작은 애는 엄마의 칭찬과 위로를 원한다. 애는 애다. 엄마는 감정을 가졌다.
" '네가 선생님을 기쁘게 해드려봐' '친구들하고 같이 놀면 친구들이 널 좋아하쟎아' '그럼 네가
한번 반장이 돼봐' 등은 설득에 해당한다. 아이의 자아존중감을 위해서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비판하기’ ‘설득하기’ 보다 아이 버릇 나빠진다며 삼가는 ‘공감하기’가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부모의 시선으로 아이를 비판하고 문제해결 방법을 제시해주기에 앞서 아이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감정을 가진 엄마는 충분히 '공감'해주지 못한다. 아이가 이렇게 크길 원하는데도 말이다.
"자존감은 자신에게 이미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을 과장해서 자랑할 필요를 느끼지 않고 다른
사람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는다.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을 만나도 자신의 무능함과 연결하지 않고,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만나도 그를 비하하지 않고 나름의 가치를 인정한다. 자존감이란 자신의
장점과 능력, 특징을 제대로 아는 것이지 무조건 좋게만 아는 것이 아니다. 무조건 다른 사람보다
자신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차이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엄마도 사람이라 감정이 있다지만, 엄마는 어른이고 아이는 아이다.
'엄마도 힘들어' 하지 말고 더 큰 그릇으로 아이를 그러안자.
머리가 아는 걸 가슴이 알도록, 그래 반복학습이야.
하진아, 오늘 10모형 반복학습하자.
엄마도 반복학습 중이란다~!
미안하고, 사랑한다.
읽은 날 2010. 2. 22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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