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의 정세토크 - 60년 편견을 걷어내고 상식의 한반도로
정세현 지음, 황준호 정리 / 서해문집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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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의 정세토크>

 

초4 아들이 물어온다. 통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그래,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싫댄다. 잘 사는 우리가 도와줘야 하고, 못 사는 나라랑 합쳐지면 총합이 낮아져서 싫고,

그리고 공산당이 싫댄다.

 

이승복도 모르는 2000년생 이후 초등학생이 공산당이 싫다라니.

김대중, 노무현을 존경하는 엄마의 아들이, 그런 가정환경 속에서 어떻게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됐을까.

 

통일비용과 막연한 '인구 8천만 명에 이르는 통일한국'에 대한 기대감.

그 사이 어디쯤 내 시각이 있을지, 일단 알고 싶었다.

그때 휘오름님 블로그에서 알게 된 이 책 <정세현의 정세토크>는 프레시안에 연재한 글을 모은

것으로 '상식'선에서 정세를 이야기해주고 있다. 쉽고 명쾌하며, 치우쳐 있지 않다.

 

"북한 붕괴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하는 사람들은 주로 세 가지 근거를 듭니다. 첫째는 경제난,

둘째는 불안정한 후계 체제, 셋째는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문제. 이것들을 근거로 대면서 북한이

몇 년 안 남았다고 말합니다.

북한은 사실상 왕조라고 봐야 합니다. 왕조는 혈통으로 정통성을 규정하는 거고, 중신들이 버텨주면

그냥 가는 겁니다. 북한을 비판할 때는 독재국가니 왕조니 비판하면서, 전망할 때는 민주주의

잣대를 들이대는 건 모순입니다." (출간일 2010.11.12)

 

"북한은 중요 순간마다 상투적인 '벼랑 끝 전술'을 쓰곤 했습니다. 너무 세게 나가면 역풍이 불지도..

북한은 다시 한 번 냉철하게 상황 분석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치우쳐 있지 않은 글에서 가장 먼저 읽게 되는 건 통일비용이다.

통일비용, 분단비용과 통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을 감안하면 사실 통일비용이 크지 않다. 2007년

정상회담에서 언급된 14조란 비용. 14조란 수치는 99년 음식물 쓰레기 금액이란다. 1년치 음식물

쓰레기를 아까워해야 할까.

 

남측의 전시작전통제권이 미국에게 있기에, 북측은 우리랑 얘기하려 하지 않는다 한다.

"미.북 또는 미.북.중 사이에 다 결정되고 나서 미국이 우리한테 먼저 얘기했는지 중국한테 먼저

했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됐습니다. 북한이 그렇게 만든 겁니까? 미국이 그런 겁니까? 아니쟎아요.

남북관계 복원 안 해 놓으면, 앞으로 이런 일은 계속 일어날 겁니다."

우리 일인데, 우리가 소외, 제외되 있다. 우리일인데 남이 해줘야 하고, 어떻게 진행되는지 눈치 봐야

겨우 알 수 있다.

 

박정희 전대통령조차 미국을 믿을 수 없어 전작권 환수를 준비했는데, 천안함 사건 이후 그 님덜,

후덜덜거리며 제발 2012.4.17의 전작권 환수를 연기해달라 간청들 하신다.

사실 미국은 나름 정치적. 군사적 판단을 해 전작권을 돌려 주려는데, 님덜이 간청을 하니,

'니네가 원하니 어쩔 수 없군'의 태도로 FTA 재협상 등 다방면에 걸친 요구를 하고

'신무기 나왔거든! 이거 사 가야지!' 한다.

 

이 책은 2008년 9월 이후 연재된 내용이 2010년 11월에 출판된 거라, 약간 시대에 늦은 감은

있지만 상식선에서 풀어낸 그의 정세토크는 상식이 있다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내용이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은 내용은 중국의 외교정책이다.

 

"중국이 드디어 화평굴기(평화롭게 산처럼 우뚝 서다)를 넘어 유소작위(국제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자기 목소리를 내다) 단계로 들어갔습니다. 80~90년대인 덩샤오핑과 장쩌민 시대

중국 외교정책이 기조는 도광양회(빛을 감추고 어둠속에서 힘을 기른다) 였습니다.

2010.9.7 중국 댜오위다오 문제와 관련해 중국이 확실하게 굴기(세계 속에 산처럼 우뚝 서다)를

했습니다. 중국이 미국에 직접 타격을 주진 않았지만, 희토류라는 자원을 가지고 일본을 굴복

시켰어요."

 

보수는 보수대로 진보는 진보대로, 대미관계만 생각지 말고, 친미(親美), 친중(親中)을 넘어

용미(用美), 용중(用中)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

미국만 해바라기하지 말고, 어느 것이 국가와 민족의 이익을 챙기는 것인지, 국제질서 재편 과정에서

주체가 될건지 객체가 될건지 크고 넓은 시각과 관점을 가져야 할 것이다.

 

우리? 나도 그러고 싶다.

넘들은 어쩔라나.

 

두 분이 애써 이뤄놓은 걸 한순간에 후퇴시킨 넘들, 싫다.

 

어느 날 통일비용 얘기를 들은 아들.

"음...비용과 수익, 분단비용. 그건 맞는 말 같애' 라 한다.

그러면서도 통일은 싫댄다.

음....

아들도 설득시키지 못한다.

 

 

읽은 날 2012. 3. 7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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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가모브 - 창세의 비밀을 알아낸 물리학자
조지 가모브 지음, 김동광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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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가모브,    원제 : My world line>

 

많은 위시리스트에서 '조지 가모브'가 눈에 들어온 건 이름이 주는 울림과 270페이지 분량 덕이다.

<왜 이탈리아 사람들은 음식 이야기를 좋아할까?>처럼 649p, 두껍고 쉬 넘어가지 않는 책을

읽은 다음에는 가독성이 편한 책을 찾기 마련이다.

 

이 책 <조지 가모브>의 원제는 My world line이다.

"이 책의 제목에 대해 설명하자면, 그것은 상대론적인 4차원 시공연속체를 지칭한다. 이 4차원

시공 속에서는 모든 장소와 모든 시간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각기 하나의 점으로 표시된다.

이러한 점 또는 사상의 열이 하나의 세계선을 형성하는 것이다."

 

점 하나, 사상 하나...이런 것이 모여 하나의 세계선을 형성한다....아름답고 근사하다. 왠지 나

또한 세계선의 일원이 된 듯한 기분이다. 이렇게 블로그 글을 올리는 작은 행위가 커다란 세계선을

형성한다. 그저 보다 아름다운 세계선이 되기를 소망한다.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은 자서전임에도 불구하고 독자가 지루해 할까봐 '전기적으로 상당히 중요할

지' 모르는 많은 일들을 누락했다는 점이다.

"이 책에 포함된 이야기의 대부분은 저녁식사가 끝난 후 벽난로의 이글거리는 불꽃 앞에서 친한

친구들에게 들려줄 법한 이야기들, 그러니까 이야기하는 사람도 즐겁고 듣는 사람도 즐거운

그런 종류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그의 말대로 즐겁고 유쾌하다.

 

과학자답지 않게 그는 가벼운 스케치도 잘 그린다. 데생에 관해 환상을 가지게 된 건 보통의

<여행의 기술>덕인데,

"러스킨의 생각에 따르면, 데생이 아무런 재능이 없는 사람도 연습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그것이 우리에게 보는 법을 가르쳐주기 떄문이었다. 즉 그냥 눈만 뜨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살피게

해준다는 것이다. 눈 앞에 놓인 것을 우리 손으로 재창조하는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아름다움을

느슨하게 관찰하는 데서부터 자연스럽게 발전하여 그 구성 요소들에 대한 깊은 이해를 얻게

되고, 따라서 그것에 대한 좀 더 확고한 기억을 가지게" 된다고 한다.

 

 

 

간혹 보이는 그의 스케치와 '(인공 장애물) x (자연 장애물) = (상수) 라는 공식'을 만든 그의

얘기는, 사물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는 관찰력과 독자를 배려하는 마음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그가 수상술(手相術) 얘기를 할 떄는 깜짝 놀랐다. 언제나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내 손금이

그의 손금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양손의 옆 쪽에 나 있는 두 개의 손금은 대개는 끝이 한데 합쳐지지만 내 경우에는 끝까지

벌어져 있다. (한쪽 손에서 이런 손금이 나타나는 경우는 가끔 있지만, 양쪽 손이 모두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어쩜! 양 손 모두 그런 게 나랑 똑같다!

행여, 내가 모르는 근사한 얘기가 나올까 엄청 기대를 했건만, 그와 그의 부인의 손금이 내 것과

같다는 것만 확인해 적쟎이 실망했다. 그래도, 멋진 울림을 주는 글을 쓴 과학자의 손금과 같다니,

뭐 나쁘진 않다.

 

아마도 이 책의 장점은 역자가 말한 아마추어리즘이 아닐까 싶다.

"스타니슬라브 울람은 그의 과학 활동의 중요한 특성 중 하나로 아마추어리즘을 들었다.

가모브는 이 자서전을 통해 자신의 과학이 아마추어리즘이었고, 그가 살았던 시대가 아마추어리즘

이 통용될 수 있는 시대였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는 유난히 장학금 얘기가 많이 나온다. 덴마크 왕립과학아카데미의 칼스버그 장학금,

록펠러 장학금, 구겐하임 장학금...그가 받은, 받을 뻔한 장학금인데, 이런 장학금 덕에

아마추어리즘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모든 것이 철저히 수익 vs 비용인 지금과 달리 아마추어리즘이 통용됐던 시대에 살았던 그의

자서전을 통해 따뜻한 인간애를 충분히 느껴볼 수 있다.

 

이미 우리에게 전설이 된 마리퀴리 부인이 가모브를 위해 "내일 당장 제가 랑쥬반에게 이야기를

해드리겠어요!" 하기도 하고, 격주 금요일마다 아인슈타인을 만나기도 했던 가모브.

어쩜 아마추어리즘이 통용되던 시대는 이미 전설이 된건지도 모르겠다.

 

조지 가모브 (조지 가모프) : 1904~1968 러시아 태생의 미국 이론물리학자. 물리.우주.생물분야에 걸쳐

연구했으며 대표적인 업적은 원자의 방사성 붕괴에 대한 설명과 우주의 기초로 전개된 은하의 형성 과정에 대한

선구적인 업적을 들 수 있다. (최근에 우주 모든 곳에 널리 퍼져 있는 복사[우주배경복사]의 발견, 그리고 그

복사의 온도가 절대온도 약 3도라는 사실이 밝혀짐으로써 1948년에 가모브가 약 1백억 년 전에 일어난 빅뱅의

잔존물에 대해 했던 예견을 확인해 주고 있다.) 또한 프랜시스 크릭과 제임스 왓슨이 DNA의 분자 구조를 발견한

후, 가모브는 네 종류의 기호로 이루어진 세 가지 문자 부호가 생명 과정의 전개를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최초로

제창했다.

 

 

 

읽은 날 2012. 2. 28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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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새끼입니다 - 국민이 광고주인 카피라이터 정철의
정철 지음 / 리더스북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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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개새끼입니다,  정철>

 

"엄마, 이렇게 욕 해도 돼?"

"으응, '나는' 이래잖아. 자기한테 욕하는 건데 뭘." (아. 정말 그럴까?)

 

얼마 전 이웃블로그 (바람처럼 자유롭게)에서 이 책 <나는 개새끼입니다>을 알게 됐다. 1년에

3권 읽을까 말까한 남편 손에 쥐어줬는데, 재미있게 읽고 있다. 남편에게 책 읽으라고 주는

일도, 받아서 읽는 일도 매우 드물다. 쉽고 재미있는 책이다.

 

이 책은 블로그 뇌진탕(http://cwjccwjc.blog)의 주인장인 정철의 책이다.

"요즘 제가 이렇습니다.

 그래서 블로그에도 신경을 쓰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제 한달 남았습니다.

 블로그관리 엉망일지라도 너그럽게 용서 바랍니다."

 

라고 말하는 그, 서둘러 리뷰 올리는 나.

그렇다. 이 책과 이 리뷰의 정체성이다. 한달 남았다.

 

그는 '국민이 광고주'인 카피라이터답게 신선하고 짧은 문장으로 우리 가슴을 노크한다.

촌철살인의 문장. 몇 개 소개한다.

 

다람쥐

미안하네.

요즘엔 자네까지 미워 보이네.

(한 나라 대통령의 별명이 쥐라는 사실은 슬프다 못해 화나는 일입니다.)

 

이완용

나는 조국을 팔아먹었을지언정 백성들의 건강을 팔아먹지는 않았다.

이제라도 나를 재평가해 달라.

 

낙하산

줄 타고 내려온 우리를 비난하지 마라.

 

우리는 모든 물체는 위에서 아래로 떨어진다는

중력의 법칙에 충실했을 뿐이다.

 

비난받아야 할 사람은 너희들이다.

감히 중력의 법칙에 맞서려고

한 계단 한 계단 착실히 밝고 올라오는 너희들이다.

 

형님

형님으로 살았다.

이제 형을 살아야 한다.

(2011.12. 이상득의원 보좌관 구속)

 

그는, 나는 왜 서둘러 '한달'이라 하는 걸까?

 

코끼리

풋!

 

이름이 재미있어.
코끼리라니.

 

우리끼리
너희끼리
이런 데 쓰는 끼리를 코에 붙였어.

 

코는 코끼리 살라는 뜻인가 봐.

 

입이 먹는 것 부러워하지 말고.
눈이 보는 것 궁금해하지 말고.
손이 쥐는 것 만지려하지 말고.

 

코는 코끼리만 살라는 뜻.
그냥 냄새만 맡고 살라는 뜻.

 

세상은 끼리끼리 사는 거니까.
99%가 감히 1%를 넘보면 안 되니까.

 

그런데 조금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니?

 

그렇다면 네 몸집을 내려다 봐.
그 거대한 몸집을.

 

너흰 99%야.

 

 

정철은 우리에게, 또는 저~기 우리에게 말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문어

남아공 월드컵에서

이길 팀을 족집게처럼 집어낸

점쟁이 문어에게 대한민국이 물었다.

 

대한민국의 다음 대통령이 누구인지

제발 자네가 점을 좀 쳐주게.

옐로카드와 레드카드 수없이 받고도

꿈쩍도 하지 않는 대통령 또 나올까봐

아슬아슬 조마조마 아주 미치겠네.

어때? 실력발휘 한번 해주지 않겠나?

 

나를 띄엄띄엄 봤군.

나는 사지선다형은 못 푼다네.

답을 딱 두 개로 압축해서 가져오게.

 

그래서 우리가 원하는 세상은 '사람 사는 세상'이다.

 

시옷

수고하셨습니다.

사랑합니다.

소원성취하세요.

 

모두가 시옷으로 시작하는 한마디입니다. 이렇게 시옷으로 시작하는 말에선 따뜻한 사람 냄새가

납니다. 사람도 시옷으로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사람 人이 시옷을 닮은 것도 같은 이유일 것입

니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이렇게 시옷으로 시작하는 단어 셋을 한데 모아놓은 세상입니다.

사람 사는 세상입니다.

 

너와 나, 당신, 남자, 여자, 각자가 그리는 '사람 사는 세상'은 다를지 모른다.

역방향만 아니라면, '사람 사는 세상' 같은 방향이라면 우리,

내리는 곳 따지지 말고 두 말 없이 합승하자.

우리가 외롭지 않게, 우리가 무섭지 않게.

 

정말, 그래보자.

음.....그러실, 거죠?

 

 

읽은 날  2012.3.10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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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 1 리처드 파인만 시리즈 4
리처드 파인만 지음, 김희봉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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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인만씨, 농담도 잘하시네1,  리처드 파인만>

 

얼마전 조지 가모브의 <조지 가모브, 원제: My world line>를 읽었다. 조지 가모브는 1904~1968

활동한 과학자이다. 독자에 대한 배려 넘치는 자서전을 읽다보니, 리처드 파인만의 자서전이

생각났다.

비슷한 시기 (1918~1988년)에 활동했다는 점, 아인슈타인 등 전설이 된 과학자와 함께 했다는

점, 원자폭탄 프로젝트에 참가한 점 겹치는 부분이 있지만, 상당히 다른 자서전이라는 점에서 말이다.

<조지 가모브>가 기억하고 싶은 자서전이라면, 파인만은 기억나는 것도 없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자서전이다. My world line - 조지 가모브를 위해 리처드 파인만의 <파인만씨, 농담도 잘하시네 1>

를 다시 꺼내 읽었다.

 

책 표지, 그의 웃는 얼굴이 환하다. 책 추천한 이의 표현대로

"수수께끼 해결에 대한 악착 같은 의지, 남을 약올리는 장난기, 겉치레와 위선에 대한 불 같은 증오,

자기를 앞서려는 사람을 앞서는 재주 등과 같은 그의 개성이 잘 드러나 있다. 이 책은 엉뚱하고..."

란 표현이 잘 맞는 표정이다.

 

그는 열두어 살 때 모든 것의 시작인 실험실을 가졌는데, 그 실험실은 커다란 포장용 나무 상자였다.

그 상자 안에서 전압이 달라지는 실험을 하고, 단순한 도난 경보기도 발명하고, 이어폰을 확성기와

라디오의 증폭기에 연결해 家內방송을 하는 등, 모든 것이 시작됐다. 고작 커다란 포장용 나무 상자인

실험실이지만 열두어살 꼬마 아이가 노벨 물리학상을 받는 과학자가 되는, 그 위대한 시작이 됐던

것이다. 어린 시절 각자만의 소중한 아지트, 몰입할 꺼리, 그러고 보면 꽤나 중요하다.

 

대공황 시절, 그는 '고장난 라디오를 고치는 꼬마'로 유명(대공황으로 수리비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수리공에 대한 수요가 많았다)해지는만큼 과학자의 소질 - 끈기와 문제를 수수께끼 놀이로

보는 것 - 을 키워나갔다.

이론이 아닌 실제 생활 속 과학이라서인지 기계적으로 배우지 않았다. 가령,


"'운형자의 곡선은 어떤 방향으로 돌려도 가장 아랫부분의 접선이 수평이 되게 만들어져 있어.'
교실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자기 운형자를 들고 이러저리 돌리면서 한 손에는 연필을 들고

가장 낮은 점에 수평으로 대어 봐서 접선이 수평임을 확인했다. 미적분 시간에 모든 곡선이

최소점(가장 낮은 점)에서의 도함수(접선)가 0(수평)이라는 것을 '배워' 놓고도 모두들 이 '발견'에

흥분했다. 그들은 자기가 무엇을 '아는지' 모르는 것이다.
나는 사람들이 왜 그러는지 알 수 없다. 사람들은 이해함으로써 배우는 것 같지 않다."

 

이렇게 외치는 파인만을 보니 <생각의 탄생>이 생각나기도 했다.

본질을 이해하며 기존 관념대로 생각하지 않는 그는, 친구의 방문을 몰래 떼어 놓기도 하고,

작은 개미 한 마리도 세심하게 관찰하기도 하고, 언어장애우들 댄스 파티에 홀로 초청받아

가기도 하는 등 여러가지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아인슈타인 이름만 익숙했던 3여년전과 달리 화이트 헤드, 폰 노이만, 닐스 보어 이름이 눈에 띄어

기쁘기도 했지만, 왜 기억하는 것도 없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지 재차 확인하게 됐다.


"위대한 수학자 존 폰 노이만과 함께 일요일마다 산책을 같이 했다. 우리는 협곡을 거닐었는데,

베테와 밥 바커도 자주 같이 갔다. 이건 아주 즐거운 일이었다. 그리고 폰 노이만은 나에게 흥미로운

사상을 제공했다. 그것은 내가 몸 담고 있는 세계에 대해 나는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폰 노이만의 충고로 아주 강한 사회적 무책임감을 가졌다. 이런 자세를 가지니 전보다

훨씬 행복했다. 그러므로 나에게 행동하는 무책임의 씨를 뿌린 사람은 바로 폰 노이만이다!"

 

비록 닐스 보어가 '예, 맞습니다. 보어 박사님 이라고밖에 말할 줄 모르는 사람들과 다르다'한

파인만이라 하더라도,

'아주 강한 사회적 무책임감을 가졌음'을, 그런 자세로 전보다 훨씬 행복하다 말하는 리처드 파인만.

나는 그가 별로다.

그가 농담을 잘 한다 해도 그것이 무책임함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파인만씨, 농담 잘 들었어요! 라는 말 외에는.

 

  

다시 읽은 날   2012.   3.  5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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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사생활 아이의 사생활 시리즈 1
EBS 아이의 사생활 제작팀 지음 / 지식채널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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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사생활,     EBS 아이의 사생활 제작팀>

 

어제 저녁, 초2 딸에게 10 이 13개이면, 10 이 15개이면 얼마인지 이해시키느라 1시간 넘게

걸렸다.  9시 반경 아이방에서 나왔는데, 10시 반경 재차 물어보니 여전히 헷갈려 한다.

얼마 전 <잠수네 아이들의 소문난 수학공부법>을 읽고 조이매스 - 수모형을 만지게 하면서,

머리가 아닌 실물로 이해를 도와줬다. 그래도 쉽사리 개념습득이 안되는 딸을 보면서 부글부글

화를 참기란 여간해서 쉬운 게 아니다.

 

 

<아이의 사생활> 은 이렇게 말한다.
"부모들은 아이마다 뇌 발달이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어떤 시기에 우리 아이가 무엇을

잘 한다고 해서 영재 또는 천재라고 장담할 수 없다.  어떤 것이 다른 아이보다 뛰어난 것은 그쪽을

담당하는 뇌 부위가 다른 아이들보다 먼저 발달하고 있을 뿐이다.  착각하고 마구잡이로 공부시켰

다가는 뇌 신경회로가 다 망가진다."

 

차분한 마음에서는 위 문구가 눈에 팍팍 들어오지만, 십모형 11개가 111인지 101인지 헷갈려하는

아이가 바로 내 자녀라면, 큰애 키울 때 느껴보지 못한 일이라면, 이건 그냥 글자일 뿐이다. 활자다.
101, 110, 111 어려울 수 있다. 이해한다. 엄마가 가르치는 기술 부족하다.
그러나 1시간여 씨름하고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겨울방학부터 학원다니자 했는데 싫다고

하더니, 지금 이 수준을 모르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창의력에 소질이 있다해도 기본은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리고 결정적으로 엄마는 내 자녀가 모른다는 걸 받아들 수 없다.
8시에 시작한 숙제검사와 '십모형'을 9시 반에 끝내고 녹초가 되어 둘째 방을 나왔다.

그 때, 큰 애가 '뭐라고 뭐라고 뭐라고' 반갑지 않은 말을 한.다.

그야말로 '미춰버리겠따아~~~'

 

<아이의 사생활>은 말한다.

"많이 경험하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느껴보게 해라. 뇌는 그때마다 조금씩 진화해 간다. 그리고

아이의 뇌에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입력해 주어라. 아이의 뇌는 늘 새로운 정보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잊지 말아라. 그것은 즐겁고 신선한 자극이어야 한다."

 

토요일 아이들 생애 최초(?) 무성영화 <아티스트>를 보게 하고, 일요일 딸기 체험학습을 갈 예정

이었으나, "가긴, 뭘 가! 집에서 공부나 해야지!' 십중팔구 이런 마음 들기 십상이다.

이론이 빠삭한 엄마는 감정을 가졌다.

 

"많이 걸으면 머리가 좋아진다. 억지로라도 움직이게 해야 한다. 인간의 신체 중 가장 큰 근육은

허벅지 근육, 이 근육의 신경은 뇌간과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걸으면 근육에서 나온 신호가 뇌로

전달되고, 이 신호가 뇌를 자극해 움직임을 활발하게 만든다. 또한 걷는 동안 심장은 평상시 1분

간 약 5리터의 혈액을 흘려보내던 것을 약 10배 더 흘려보내게 된다. 이런 작용은 뇌에 산소와

영양소를 충분히 공급해 뇌 활동을 활발하게 한다."

 

초4 올라가는 큰애에게 매일 줄넘기 1,000회를 하라 했건만, 계획표에 적혀 있어도 엄마 시선이

없어서인지 안 하고, 못 하고 있다. 퇴근 후 줄넘기까지 봐 줄 시간은 없고, 스스로 본인을 위해

무언가를 하기엔 초4는 아직 어리다. 어린....걸까?

이론은 많이 안다. 엄마는 직장을 다니고 시간이 없다.

 

잠자기 전 작은 애가 말한다.

"엄마, 나 아까 운 거 알아?"

"어? 그랬어? 왜?"

"공부하느라 힘들었는데, 엄마가 위로해 주지도 않고 칭찬해 주지 않아서"

"아, 아......... 그랬니?"

 

"아이의 자아상이 별 탈 없이 긍정적으로 발달해가려면, 무엇보다 자신에게 중요하고 의미 있다

고 생각하는 사람으로부터 꾸준히 긍정적이고 호의적인 느낌을 받으면서 자라야 한다."

 

10모형 11개 15개 18개, 눈앞과 머리가 어지러워 엄마는 넉다운 됐다.

큰 애의 사소한 말 한마디에 감정이 더 올라갔다.

작은 애는 엄마의 칭찬과 위로를 원한다. 애는 애다. 엄마는 감정을 가졌다.

 

" '네가 선생님을 기쁘게 해드려봐' '친구들하고 같이 놀면 친구들이 널 좋아하쟎아'  '그럼 네가

한번 반장이 돼봐' 등은 설득에 해당한다. 아이의 자아존중감을 위해서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비판하기’ ‘설득하기’ 보다 아이 버릇 나빠진다며 삼가는 ‘공감하기’가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부모의 시선으로 아이를 비판하고 문제해결 방법을 제시해주기에 앞서 아이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감정을 가진 엄마는 충분히 '공감'해주지 못한다. 아이가 이렇게 크길 원하는데도 말이다.

 

"자존감은 자신에게 이미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을 과장해서 자랑할 필요를 느끼지 않고 다른

사람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는다.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을 만나도 자신의 무능함과 연결하지 않고,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만나도 그를 비하하지 않고 나름의 가치를 인정한다.  자존감이란 자신의

장점과 능력, 특징을 제대로 아는 것이지 무조건 좋게만 아는 것이 아니다.  무조건 다른 사람보다

자신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차이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엄마도 사람이라 감정이 있다지만, 엄마는 어른이고 아이는 아이다.

'엄마도 힘들어' 하지 말고 더 큰 그릇으로 아이를 그러안자.

머리가 아는 걸 가슴이 알도록, 그래 반복학습이야.

하진아, 오늘 10모형 반복학습하자.

엄마도 반복학습 중이란다~!

미안하고, 사랑한다.

 

 

읽은 날  2010. 2. 22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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