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의 정세토크>
초4 아들이 물어온다. 통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그래,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싫댄다. 잘 사는 우리가 도와줘야 하고, 못 사는 나라랑 합쳐지면 총합이 낮아져서 싫고,
그리고 공산당이 싫댄다.
이승복도 모르는 2000년생 이후 초등학생이 공산당이 싫다라니.
김대중, 노무현을 존경하는 엄마의 아들이, 그런 가정환경 속에서 어떻게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됐을까.
통일비용과 막연한 '인구 8천만 명에 이르는 통일한국'에 대한 기대감.
그 사이 어디쯤 내 시각이 있을지, 일단 알고 싶었다.
그때 휘오름님 블로그에서 알게 된 이 책 <정세현의 정세토크>는 프레시안에 연재한 글을 모은
것으로 '상식'선에서 정세를 이야기해주고 있다. 쉽고 명쾌하며, 치우쳐 있지 않다.
"북한 붕괴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하는 사람들은 주로 세 가지 근거를 듭니다. 첫째는 경제난,
둘째는 불안정한 후계 체제, 셋째는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문제. 이것들을 근거로 대면서 북한이
몇 년 안 남았다고 말합니다.
북한은 사실상 왕조라고 봐야 합니다. 왕조는 혈통으로 정통성을 규정하는 거고, 중신들이 버텨주면
그냥 가는 겁니다. 북한을 비판할 때는 독재국가니 왕조니 비판하면서, 전망할 때는 민주주의
잣대를 들이대는 건 모순입니다." (출간일 2010.11.12)
"북한은 중요 순간마다 상투적인 '벼랑 끝 전술'을 쓰곤 했습니다. 너무 세게 나가면 역풍이 불지도..
북한은 다시 한 번 냉철하게 상황 분석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치우쳐 있지 않은 글에서 가장 먼저 읽게 되는 건 통일비용이다.
통일비용, 분단비용과 통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을 감안하면 사실 통일비용이 크지 않다. 2007년
정상회담에서 언급된 14조란 비용. 14조란 수치는 99년 음식물 쓰레기 금액이란다. 1년치 음식물
쓰레기를 아까워해야 할까.
남측의 전시작전통제권이 미국에게 있기에, 북측은 우리랑 얘기하려 하지 않는다 한다.
"미.북 또는 미.북.중 사이에 다 결정되고 나서 미국이 우리한테 먼저 얘기했는지 중국한테 먼저
했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됐습니다. 북한이 그렇게 만든 겁니까? 미국이 그런 겁니까? 아니쟎아요.
남북관계 복원 안 해 놓으면, 앞으로 이런 일은 계속 일어날 겁니다."
우리 일인데, 우리가 소외, 제외되 있다. 우리일인데 남이 해줘야 하고, 어떻게 진행되는지 눈치 봐야
겨우 알 수 있다.
박정희 전대통령조차 미국을 믿을 수 없어 전작권 환수를 준비했는데, 천안함 사건 이후 그 님덜,
후덜덜거리며 제발 2012.4.17의 전작권 환수를 연기해달라 간청들 하신다.
사실 미국은 나름 정치적. 군사적 판단을 해 전작권을 돌려 주려는데, 님덜이 간청을 하니,
'니네가 원하니 어쩔 수 없군'의 태도로 FTA 재협상 등 다방면에 걸친 요구를 하고
'신무기 나왔거든! 이거 사 가야지!' 한다.
이 책은 2008년 9월 이후 연재된 내용이 2010년 11월에 출판된 거라, 약간 시대에 늦은 감은
있지만 상식선에서 풀어낸 그의 정세토크는 상식이 있다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내용이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은 내용은 중국의 외교정책이다.
"중국이 드디어 화평굴기(평화롭게 산처럼 우뚝 서다)를 넘어 유소작위(국제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자기 목소리를 내다) 단계로 들어갔습니다. 80~90년대인 덩샤오핑과 장쩌민 시대
중국 외교정책이 기조는 도광양회(빛을 감추고 어둠속에서 힘을 기른다) 였습니다.
2010.9.7 중국 댜오위다오 문제와 관련해 중국이 확실하게 굴기(세계 속에 산처럼 우뚝 서다)를
했습니다. 중국이 미국에 직접 타격을 주진 않았지만, 희토류라는 자원을 가지고 일본을 굴복
시켰어요."
보수는 보수대로 진보는 진보대로, 대미관계만 생각지 말고, 친미(親美), 친중(親中)을 넘어
용미(用美), 용중(用中)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
미국만 해바라기하지 말고, 어느 것이 국가와 민족의 이익을 챙기는 것인지, 국제질서 재편 과정에서
주체가 될건지 객체가 될건지 크고 넓은 시각과 관점을 가져야 할 것이다.
우리? 나도 그러고 싶다.
넘들은 어쩔라나.
두 분이 애써 이뤄놓은 걸 한순간에 후퇴시킨 넘들, 싫다.
어느 날 통일비용 얘기를 들은 아들.
"음...비용과 수익, 분단비용. 그건 맞는 말 같애' 라 한다.
그러면서도 통일은 싫댄다.
음....
아들도 설득시키지 못한다.

읽은 날 2012. 3. 7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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