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 1 리처드 파인만 시리즈 4
리처드 파인만 지음, 김희봉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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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인만씨, 농담도 잘하시네1,  리처드 파인만>

 

얼마전 조지 가모브의 <조지 가모브, 원제: My world line>를 읽었다. 조지 가모브는 1904~1968

활동한 과학자이다. 독자에 대한 배려 넘치는 자서전을 읽다보니, 리처드 파인만의 자서전이

생각났다.

비슷한 시기 (1918~1988년)에 활동했다는 점, 아인슈타인 등 전설이 된 과학자와 함께 했다는

점, 원자폭탄 프로젝트에 참가한 점 겹치는 부분이 있지만, 상당히 다른 자서전이라는 점에서 말이다.

<조지 가모브>가 기억하고 싶은 자서전이라면, 파인만은 기억나는 것도 없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자서전이다. My world line - 조지 가모브를 위해 리처드 파인만의 <파인만씨, 농담도 잘하시네 1>

를 다시 꺼내 읽었다.

 

책 표지, 그의 웃는 얼굴이 환하다. 책 추천한 이의 표현대로

"수수께끼 해결에 대한 악착 같은 의지, 남을 약올리는 장난기, 겉치레와 위선에 대한 불 같은 증오,

자기를 앞서려는 사람을 앞서는 재주 등과 같은 그의 개성이 잘 드러나 있다. 이 책은 엉뚱하고..."

란 표현이 잘 맞는 표정이다.

 

그는 열두어 살 때 모든 것의 시작인 실험실을 가졌는데, 그 실험실은 커다란 포장용 나무 상자였다.

그 상자 안에서 전압이 달라지는 실험을 하고, 단순한 도난 경보기도 발명하고, 이어폰을 확성기와

라디오의 증폭기에 연결해 家內방송을 하는 등, 모든 것이 시작됐다. 고작 커다란 포장용 나무 상자인

실험실이지만 열두어살 꼬마 아이가 노벨 물리학상을 받는 과학자가 되는, 그 위대한 시작이 됐던

것이다. 어린 시절 각자만의 소중한 아지트, 몰입할 꺼리, 그러고 보면 꽤나 중요하다.

 

대공황 시절, 그는 '고장난 라디오를 고치는 꼬마'로 유명(대공황으로 수리비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수리공에 대한 수요가 많았다)해지는만큼 과학자의 소질 - 끈기와 문제를 수수께끼 놀이로

보는 것 - 을 키워나갔다.

이론이 아닌 실제 생활 속 과학이라서인지 기계적으로 배우지 않았다. 가령,


"'운형자의 곡선은 어떤 방향으로 돌려도 가장 아랫부분의 접선이 수평이 되게 만들어져 있어.'
교실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자기 운형자를 들고 이러저리 돌리면서 한 손에는 연필을 들고

가장 낮은 점에 수평으로 대어 봐서 접선이 수평임을 확인했다. 미적분 시간에 모든 곡선이

최소점(가장 낮은 점)에서의 도함수(접선)가 0(수평)이라는 것을 '배워' 놓고도 모두들 이 '발견'에

흥분했다. 그들은 자기가 무엇을 '아는지' 모르는 것이다.
나는 사람들이 왜 그러는지 알 수 없다. 사람들은 이해함으로써 배우는 것 같지 않다."

 

이렇게 외치는 파인만을 보니 <생각의 탄생>이 생각나기도 했다.

본질을 이해하며 기존 관념대로 생각하지 않는 그는, 친구의 방문을 몰래 떼어 놓기도 하고,

작은 개미 한 마리도 세심하게 관찰하기도 하고, 언어장애우들 댄스 파티에 홀로 초청받아

가기도 하는 등 여러가지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아인슈타인 이름만 익숙했던 3여년전과 달리 화이트 헤드, 폰 노이만, 닐스 보어 이름이 눈에 띄어

기쁘기도 했지만, 왜 기억하는 것도 없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지 재차 확인하게 됐다.


"위대한 수학자 존 폰 노이만과 함께 일요일마다 산책을 같이 했다. 우리는 협곡을 거닐었는데,

베테와 밥 바커도 자주 같이 갔다. 이건 아주 즐거운 일이었다. 그리고 폰 노이만은 나에게 흥미로운

사상을 제공했다. 그것은 내가 몸 담고 있는 세계에 대해 나는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폰 노이만의 충고로 아주 강한 사회적 무책임감을 가졌다. 이런 자세를 가지니 전보다

훨씬 행복했다. 그러므로 나에게 행동하는 무책임의 씨를 뿌린 사람은 바로 폰 노이만이다!"

 

비록 닐스 보어가 '예, 맞습니다. 보어 박사님 이라고밖에 말할 줄 모르는 사람들과 다르다'한

파인만이라 하더라도,

'아주 강한 사회적 무책임감을 가졌음'을, 그런 자세로 전보다 훨씬 행복하다 말하는 리처드 파인만.

나는 그가 별로다.

그가 농담을 잘 한다 해도 그것이 무책임함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파인만씨, 농담 잘 들었어요! 라는 말 외에는.

 

  

다시 읽은 날   2012.   3.  5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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