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가모브 - 창세의 비밀을 알아낸 물리학자
조지 가모브 지음, 김동광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0년 7월
평점 :
절판


 

 

 

<조지 가모브,    원제 : My world line>

 

많은 위시리스트에서 '조지 가모브'가 눈에 들어온 건 이름이 주는 울림과 270페이지 분량 덕이다.

<왜 이탈리아 사람들은 음식 이야기를 좋아할까?>처럼 649p, 두껍고 쉬 넘어가지 않는 책을

읽은 다음에는 가독성이 편한 책을 찾기 마련이다.

 

이 책 <조지 가모브>의 원제는 My world line이다.

"이 책의 제목에 대해 설명하자면, 그것은 상대론적인 4차원 시공연속체를 지칭한다. 이 4차원

시공 속에서는 모든 장소와 모든 시간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각기 하나의 점으로 표시된다.

이러한 점 또는 사상의 열이 하나의 세계선을 형성하는 것이다."

 

점 하나, 사상 하나...이런 것이 모여 하나의 세계선을 형성한다....아름답고 근사하다. 왠지 나

또한 세계선의 일원이 된 듯한 기분이다. 이렇게 블로그 글을 올리는 작은 행위가 커다란 세계선을

형성한다. 그저 보다 아름다운 세계선이 되기를 소망한다.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은 자서전임에도 불구하고 독자가 지루해 할까봐 '전기적으로 상당히 중요할

지' 모르는 많은 일들을 누락했다는 점이다.

"이 책에 포함된 이야기의 대부분은 저녁식사가 끝난 후 벽난로의 이글거리는 불꽃 앞에서 친한

친구들에게 들려줄 법한 이야기들, 그러니까 이야기하는 사람도 즐겁고 듣는 사람도 즐거운

그런 종류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그의 말대로 즐겁고 유쾌하다.

 

과학자답지 않게 그는 가벼운 스케치도 잘 그린다. 데생에 관해 환상을 가지게 된 건 보통의

<여행의 기술>덕인데,

"러스킨의 생각에 따르면, 데생이 아무런 재능이 없는 사람도 연습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그것이 우리에게 보는 법을 가르쳐주기 떄문이었다. 즉 그냥 눈만 뜨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살피게

해준다는 것이다. 눈 앞에 놓인 것을 우리 손으로 재창조하는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아름다움을

느슨하게 관찰하는 데서부터 자연스럽게 발전하여 그 구성 요소들에 대한 깊은 이해를 얻게

되고, 따라서 그것에 대한 좀 더 확고한 기억을 가지게" 된다고 한다.

 

 

 

간혹 보이는 그의 스케치와 '(인공 장애물) x (자연 장애물) = (상수) 라는 공식'을 만든 그의

얘기는, 사물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는 관찰력과 독자를 배려하는 마음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그가 수상술(手相術) 얘기를 할 떄는 깜짝 놀랐다. 언제나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내 손금이

그의 손금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양손의 옆 쪽에 나 있는 두 개의 손금은 대개는 끝이 한데 합쳐지지만 내 경우에는 끝까지

벌어져 있다. (한쪽 손에서 이런 손금이 나타나는 경우는 가끔 있지만, 양쪽 손이 모두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어쩜! 양 손 모두 그런 게 나랑 똑같다!

행여, 내가 모르는 근사한 얘기가 나올까 엄청 기대를 했건만, 그와 그의 부인의 손금이 내 것과

같다는 것만 확인해 적쟎이 실망했다. 그래도, 멋진 울림을 주는 글을 쓴 과학자의 손금과 같다니,

뭐 나쁘진 않다.

 

아마도 이 책의 장점은 역자가 말한 아마추어리즘이 아닐까 싶다.

"스타니슬라브 울람은 그의 과학 활동의 중요한 특성 중 하나로 아마추어리즘을 들었다.

가모브는 이 자서전을 통해 자신의 과학이 아마추어리즘이었고, 그가 살았던 시대가 아마추어리즘

이 통용될 수 있는 시대였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는 유난히 장학금 얘기가 많이 나온다. 덴마크 왕립과학아카데미의 칼스버그 장학금,

록펠러 장학금, 구겐하임 장학금...그가 받은, 받을 뻔한 장학금인데, 이런 장학금 덕에

아마추어리즘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모든 것이 철저히 수익 vs 비용인 지금과 달리 아마추어리즘이 통용됐던 시대에 살았던 그의

자서전을 통해 따뜻한 인간애를 충분히 느껴볼 수 있다.

 

이미 우리에게 전설이 된 마리퀴리 부인이 가모브를 위해 "내일 당장 제가 랑쥬반에게 이야기를

해드리겠어요!" 하기도 하고, 격주 금요일마다 아인슈타인을 만나기도 했던 가모브.

어쩜 아마추어리즘이 통용되던 시대는 이미 전설이 된건지도 모르겠다.

 

조지 가모브 (조지 가모프) : 1904~1968 러시아 태생의 미국 이론물리학자. 물리.우주.생물분야에 걸쳐

연구했으며 대표적인 업적은 원자의 방사성 붕괴에 대한 설명과 우주의 기초로 전개된 은하의 형성 과정에 대한

선구적인 업적을 들 수 있다. (최근에 우주 모든 곳에 널리 퍼져 있는 복사[우주배경복사]의 발견, 그리고 그

복사의 온도가 절대온도 약 3도라는 사실이 밝혀짐으로써 1948년에 가모브가 약 1백억 년 전에 일어난 빅뱅의

잔존물에 대해 했던 예견을 확인해 주고 있다.) 또한 프랜시스 크릭과 제임스 왓슨이 DNA의 분자 구조를 발견한

후, 가모브는 네 종류의 기호로 이루어진 세 가지 문자 부호가 생명 과정의 전개를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최초로

제창했다.

 

 

 

읽은 날 2012. 2. 28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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