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참 좋다 / 김현대, 하종란, 차형석>
여러분은 '협동조합'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전 영세한 규모의 공동체 생활, 재개발아파트 조합, 노동조합..이런 것이 떠올라 이 책 <협동조합,
참 좋다>가 발간된 걸 알았어도 굳이 사보지 않았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웃 중 유일하게 구독하고 있는 출판사 블로그, '푸른지식' 에서 출간이벤트를 한
다길래 ( http://greenknow.blog.me/ ) 신청했어요.
전 읽고 싶은 책, 쓰고 싶은 서평만 가능한지라 의무 서평을 써야하는 이벤트를 단 한번도 신청해
본 적 없습니다만, 이 이벤트는 의무 서평이 없더라구요.
오홋~ 이렇게 착할 수가!
평소 푸른지식 블로그가 착한 줄은 알았지만 출간이벤트도 이렇게 착하다니!
여기서 잠깐, 푸른지식의 착한 포스팅을 소개할께요.
온라인 서점에 밀려 문 닫고 있는 동내서점 얘기와 지금도 알차게 운영되고 있는 오프라인
동네서점 소개 포스팅
http://greenknow.blog.me/140164719824
http://greenknow.blog.me/140164663429
'방콕'여행자를 위한 휴가철 추천도서 포스팅
http://greenknow.blog.me/140164300727
이런 능력자들 같으니라고! 연예인 책
http://greenknow.blog.me/140159321261
그 외 알차고 유익한 포스팅을 만날 수 있는 제 이웃이기도 합니다.
ㅎㅎ 제가 책 한권 받았다고 칭찬을 남발하나요?
사실, 꼴랑 책 한권에 기업(?)을 띄워주는 건 제 정서에 맞지 않는 일입니다만,
첫째, 사실 의무 서평없이 막상 받고 나니 마음이 달라지더란 말입니다. 고마운 마음에 푸른지식
책 중 유일하게 읽은 <공자팬클럽 홍대지부> 서평을 올렸어요.
둘째, 무릇 애독자는 좋은 책을 발간하는 출판사를 사랑해줘야 해요. 예전 <로지코믹스>를 격한
감동으로 읽은 후 그 출판사의 <이탈리아 사람들은 왜 음식이야기를 좋아할까>를 사 읽었다고
자랑하지 않을래요. ^^
셋째, give and take가 넘실되는 세상에, 영세한 출판사에서 무상으로 책을 준다니 이보다 뼈를
깍는 고통이 있을까요? 책에 대한 자신감으로 그런 이벤트를 했을거라구요? 저의 이런 반응을
노린 마케팅 술수라구요? 책 3권은 뼈를 깎는 고통이 아니라구요? 역시 날카로우세요. 하지만
전 이 일에 있어서는 매우 둔감해지고 싶은걸요!
의무 서평도 없겠다, 어디 한번 보자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는데, 완전 유레카였어요.
책을 읽어가면서 당장 회사를 그만두고 싶더라구요.
이런 제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저자의 맞춤형 조언을 보고 겨우 땅에 안착했어요.
"협동조합은 기업이다. 협동조합을 한다는 것은 사업을 시작한다는 뜻이다. 월급쟁이가 사업하
기 위해 사표를 내겠다면, 일단은 말리고 본다. 일반 기업보다 더 어렵다. 고상해 보이는 협동조
합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돈을 많이 벌기만 하면 협동조합이 아니다. '협동' 항상 의논해서 공동
의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분명한 것은 협동조합 사업을 하려면 꼭 해야 하는 절박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분명 어려워보이는 협동조합이지만 제겐 두근두근 신세계였어요. 그 얘기가 궁금하세요?
제발 궁금하셨으면 좋겠어요. 제발이요.
최근 제 주관심사는 이 책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까 였어요. 하여, <Work, 워크>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를 썼고, 더 잘 쓰고 싶은 욕심에 <호모 심비우스> <다윈주의 좌파>도 쓰고 싶었
으나, 빨리 쓰는 게 세상에 좋은 일 하는 것 같아 오늘, 욕심내 봅니다.
<용의자 X의 헌신>은 왜 썼냐구요?
무거운 주제로 피곤하셨을까봐, 기분 전환하시라구요.
아니라구요? ㅠㅠ
이제 닥치고 시작, 할께요.
저의 가장 놀람은 '협동조합'이 익히 들어본 수많은 브랜드 중에 제법 있다는 것이었어요.
축구 에프시바르셀로나, 선키스트, AP통신사, 제스프리, 심지어 서울우유, 모두 협동조합이랍
니다.
그런 그들의 규모, 경쟁력을 한번 볼까요?
네덜란드의 협동조합 은행인 라보방크는 내부 유보금이 200억 유로, 원화로 약 29조원이래요.
그래서 2007년 금융위기도 거뜬히 넘겼다네요.
덴마크의 대니쉬 크라운은 1882년 설립돼 100년이 넘은 전통과 돈육 제품 세계 1위라 하구요.
알라푸즈, 2011년 매출 7조원, 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큰 유가공 업체구요.
그 다음 규모 외적인 부분을 알려드릴께요.
이탈리아 볼로냐의 협동조합 숫자는 무력 8,000여개래요. 이 지역 사람들의 임금은 이탈리아
평균 임금의 두 배에 달하고 실업률은 3퍼센트에 불과하대요.
만약 협동조합이 도산할 경우 다른 협동조합에서 실직한 이를 고용하는 방식으로 고용 불안 문
제를 풀어가구요.
즉, 일반 기업은 자본을 위해 이윤을 남기지만, 협동조합은 조합원과 그들의 일자리를 위해 이윤
을 남겨요.
제가 최강으로 감동받은 매력은 협동조합의 기준이었어요. 바로 가치, 윤리, 책임이요. 가령 노동
윤리를 지키는 거래처와 거래하는 것, 사회적.환경적.윤리적으로 생산되는 물품만 판매하는 스위
스의 미그로 같은 경우죠. 미그로는 지금까지도 술과 담배, 성인 잡지를 판매하지 않는다네요.
스위스 인구 700만 명 가운데 200만 명을 조합원으로 둔 미그로에는 글로벌 전략이 없대요. 요즘
같은 글로벌한 세상에 말이에요. 그 이유를 보니, 답이 걸작이더군요.
"우리는 협동조합이고, 우리의 주인인 조합원이 모두 스위스 사람입니다. 우리는 조합원을 위한
사업을 벌입니다. 글로벌 전략이 왜 필요한가요? 조합원은 돈을 더 많이 벌라고 요구하지 않습
니다. 가까운 매장에서 더 좋은 물건을 더 값싸게 살 수 있게 해줄 것을 기대합니다."
이렇게 놀라운 신세계를 움직이는 힘은 무엇일까요?
무엇보다 '협동'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던, 약자들의 절박한 상황이 제일인 거 같아요. 절박
한 상황에서 논의하고 토론하며 1인 1표 원칙을 고수하기에 가능한 일이죠.
그 다음 원가 경영인데요, 일반 기업과 협동조합의 원가가 동일 혹은 비슷할 때, 일반 기업은 자
본을 위해 이윤을 붙여 판매하지만, 협동조합은 이윤을 판매가격 인하로 활용하거나 농산물 구
매가격 인상, 노동자 임금인상 등 조합원을 위해 쓴다는 점이지요.
이걸 좀 더 풀어쓰면, 거창한 윤리를 내밀며 소비자에게 착한 소비를 강압하지 않아도, 상품 소비
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거에요.
원가에 욕심을 내지 않는 이윤을 붙여 물품을 판매하면, 소비자는 착한 가격과 좋은 품질로 당연
히 물품을 구매하지요. 만약 소비자가 조합원이라면, 배당이라는 착한 마일리지를 받게 되니 계속
물품을 구매할 수 밖에 없는, 선순환 구조 말이에요.
게다가 서로가 서로를 위해 협조하는, 우리나라로 치면 두레정신과 같은 소중한 선물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니, 이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을까요?
이런 협동조합에도 약점은 있어요.
이 책에서, 실패한 사례와 자본조달의 어려움 (자기자본 이익률이 좋지 않으니 자본조달이 당연히
어려워요), 더딘 의사 결정, 최고 급여를 최저 급여의 6~9배로 제한하는 규정이 있어, 고급 인재
확보에 불리하다는 단점을 언급하고 있지만,
제가 생각하는 약점은 조합원에 의한 자발적이고 민주적인 통제라는 점이지요. 자본에 의한 통제
는 쉽지만, 모래알같이 흩어진 1인 1표 조합원의 협동은 말처럼 쉽지 않아요. 절박한 상황과 높은
기업정신이 있어야 가능하죠. 그렇지만, 그 약점만 넘어선다면 행복한 세상을 선물받을 수 있으리
라 믿어요.
이 책 마지막에 우리나라의 현 주소도 나온답니다.
2012년 12월 1일부터 협동조합 진영이 그토록 원했던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고, 농협, 원주,
한살림, 아이쿱 등 얘기가 깨알같이 나와요.
주주가 없어 주주배당하지 않고 조합원이 소.유.하는 협동조합, 가슴이 두근두근 거려요.
여러분은 어떠세요?
부자가 되고 싶은가요? 골고루 잘 사는 사회 & 좋은 가치가 좋은가요?
둘 다 되면 정말 좋을텐데요. 핫핫
협동조합이 많은 이에게 영감을 주는 곳이 되면 좋겠어요. 남녀노소, 생산자, 소비자 모두에게요.
이 소망으로, 연결이 매끄럽지 않지만 문장 두 개를 소개할께요.
"바르게 살고 싶은 우리 이웃의 젊은이가 있다. 그렇다고 시민단체의 봉사 활동을 평생의 직업
으로 살고 싶지는 않다. 평범한 기업체에서 일하면서 적당한 수준의 급여를 받고 싶어 한다. 정
직한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고, 고객들에게 정직한 기업이면 좋겠다. 보수를 더 많이 받기 위
해 소비자를 기만하고 한발 빠른 승진을 위해 동료의 사다리를 걷어차야 하는 회사라면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같다. 이런 젊은이가 선택할 수 있는 기업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협동조합에서 일하면 절대 백만장자가 될 수 없습니다. 협동조합은 여럿이 함께 소유하고 있으
니까 이윤이 한 사람에게 돌아가지 않거든요. 만약에 내가 백만장자가 되고 싶었다면 협동조합
에서 일하지 않았을 거에요.
가치와 자부심은 내 급여의 일부에요."
협동조합은 사회적 기업이 아니에요. 자선, 기부하는 곳도 아닌 분명 기업입니다. 이익과 자본의
힘이 아닌 논의와 협동으로 이끌어가야 하는 곳이기에 일반 기업보다 분명 어렵대요.
어렵다해도, 힘들다해도 불가능한 건 아니쟎아요.
우리 한번 꿈을 꿔봐요.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나요?
읽은 날 2012. 8. 2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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