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온 이사람에게도
존 러스킨 지음, 곽계일 옮김 / 아인북스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존 러스킨> 

 

존 러스킨(1819~1900) 이름을 알게 된 건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에서였다. 데생에 

대한 인상적인 문구만 기억했지, 그가 경제학자인 줄은 몰랐다. 

이 책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에 경제학자로서의 존 러스킨의 생각이 잘 담겨져 있는데, 

'영혼있는 사람을 위한 경제학', '사랑, 정의를 포함한 경제학'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 

 

이 책을 보니 장하준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와  Crimethinc의 <work, 워크>가 연상 

된다. 예를 들어 동일 노동에 대한 임금의 평등화, 부는 오직 불평등과 격차에 의해서만 발생한 

다는 것이 그러하다.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인류의 오랜 세월동안 어느 사회든지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이 있기 

마련인데,  지배계층에게 권위를 부여하여  보다 뛰어난 두뇌와 사리분별을 통해 피지배계층을 

이끌며, 때로 필요하다면 강제력마저 동원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유익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에 대한 방법은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인데,  그가 생각하는 정의는 이렇다.   첫째로 정의는 

부가 소수에게 편중될 때 발생하는 호화사치를 방지하고, 둘째로 인간의 도덕성에 미치는 부의  

영향력을 절감시키는 것이다. 

 

또한, 현명한 소비를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현명한 생산보다 훨씬 고난이도의 기술이라 한다. 

국민 개개인이나 국가에게 물어야 할 핵심 질문은 결코 '돈을 얼마나 많이 버는가?' 가 아니라 

'그 돈을 무엇을 위해 쓰는가'라는 것이다. 

 

"한 사람이 무언가를 소유하면 다른 사람은 그것을 소유할 수 없는 법,  그리고 어떤 종류든지 

사용되고 소비된 모든 물건에는 그만큼 누군가의 생명력이 소비되는 법, 그래서 그 결과로 생 

명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되거나 더 풍성하게 누리게 된다면 그것은 결과적으로 성공한 소비 

가 되는 것이다.  반대로 생명을 약화시키거나 살육했다면  그것은 결과적으로 실패한 소비가 

되는 것임을 늘 명심해 두어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며 드는 생각은 이렇게 옳은 경제학자의 주장이 왜 주류가 아닌가 하는 점이다. 

교과서에서 본 경제학자 중 존 러스킨의 이름은 없었고, 일찍이 19세기 말 이런 주장이 있었으 

나 세상이 주목한 경제학론이 왜 아니었나 하는 점 말이다. 

 

그건 아마도 세상을 쥐고 흔드는 그들에게 존 러스킨의 주장은 귓등을 스치지도 않는 그저 변방 

의 목소리였을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권좌를 오랫동안 유지시켜 줄 주장만 취사선택해 그들에 

게 유리하게 조작했을 것이다. 

공리주의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는 교리로, 아담 스미스가 자유시장체제 운영에 꼭 필요하다 

여긴 윤리는 무시하고 '보이지 않는 손'만 채택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존 러스킨은 틀렸다. 

욕망의 전차를 멈출 줄 모르는 지배계층에게 '정의'와 '생명'의 경제학을 설파했다는 점에서 말이 

다.  일찍이 올바른 경제학자로서의 길을 걸었으나, 그의 주장이 해변 모래알 취급을 받는 이상한 

세계에서 말이다. 

 

지배계층을 교화(?)시키는 게 빠를까? 피지배계층에게 냉정한 현실을 설파하는 게 더 빠를까? 

하여, 좌파 혹은 진보라 불리는 이들은 '교육'과 논리를 중히 여긴다.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의 한 대목처럼 말이다. 

 

"처음 만난 상대 앞에 재무계획서와 신혼방 설계도를 딱 꺼내놔. 그리고 입주할 주택의 입지 조건 

과  구입할 차량의 대출 조건 및 주변 교육 환경의 우수성에 대해 부동산과 금융, 교육 전문 용어 

를 섞어 진지하게 프레젠테이션하지. 그런 다음 건조한 표정으로 바로 결혼하재. 만약 나와 결혼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당신이 속물이라 더 큰 집과 더 큰 자동차에 넘어간 방증이라며. 

그걸 당한 상대는, 당신이 나쁜 사람 같지는 않은데, 당신 패션부터 좀 후줄근한 것이 촌스러운데 

다 자료는 열심히 준비는 한 것 같지만 뭔 소리인지 알아듣지 못하겠고, 결정적으로 내가 당신에

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게 왜 내가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 일이냐며 일어나 떠나버려. 남겨진 

진보군은 자기 프러포즈가 실패한 요인을 열심히 분석하다가 입지 조건과 대출 조건의 우수성을 

다른 경쟁자들보다 선명하게 부각시키기 못했기 때문이라고 혼자 결론 내리지. 그렇게 연애 한번 

못해봤으면서 꼭 결혼할 거라고 혼자 다짐을 하지. 20년 후에. 아. 슬퍼." 

 

'사실 우리 손에 쥘 수 있다고 믿는 확실한 것들엔 늘 불확실함이 따르기 마련이고, 궁극적으로 

우리 손에 쥐어지는 것들은 결국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 뿐'이라 말하는 존 러스킨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어 기쁘다. 

이 책을 읽고 또 하나의 질문이 생겼다. 

올바른 생각과 가치관이 이 세상의 주류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읽은 날  2012. 7. 2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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