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부르는 숲 - 미국 애팔래치아 산길 2,100마일에서 만난 우정과 대자연, 최신개정판
빌 브라이슨 지음, 홍은택 옮김 / 동아일보사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재미있다.
기행문을 별로 안 좋아하지만 재미있게 읽었다. 작품 내내 나오는 미국식 유머를 좋아하기도 하고 트래킹 중에 마주치는 등산객들에 대한 가감없는 묘사, 같이 간 친구에 대해서도 아낌없이 솔직한 평가를 하는 저자의 말빨, 글빨 덕분이다. 평생동안 운동 한번 안 해봤을 것 같은 친구 카츠가 비행기 화물칸이라도 빌릴 수 있는 것처럼 각종 음식을 베낭에 넣는다. 그러다 트래킹 초반에 낙심하고는 그대로 소시지며 통조림을 절벽 아래로 던져버린다. 피곤에 지쳐 제정신이 아닌 나머지 50g도 안 나가는 커피 필터를 버려 여행 내내 휴지에 거른 커피를 마시게 된다. 여기까지도 재밌지만 두번째 종주 때 또 카츠가 똑같은 짓을 벌일 때는 저자에게 감정이입이 마구마구 된다.ㅜㅜ 아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거야 너는!!!

생생하다.
생생한 묘사와 각종 문헌을 녹여낸 배경 지식은 트래킹 코스에서도 빛나지만 기억에 남는 건 등산객이 한 자리에 모이는 통나무집의 묘사였다. 누군가 오줌을 갈기고 간 듯한 베개와 시트, 축축하게 젖어 난로위에 널려져 있는 "산 사람" 들의 끔찍한 양말,  움직일 때마다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 2인용 침대 등이 중간 중간 나오는 곰에 대한 일화나 (직접 나오지는 않는다.) 아름다운 전경보다 강하게 기억된다. ㅠㅠ 트래킹 도중에 마주치는 건방지고 역겨운 등산객들은 어떤지! 남의 장비를 흠잡으며 꼰대질하기에 여념이 없는 베테랑 등산객, 사람 말이라곤 곰보다도 알아먹지 못하는 뻔뻔한 여성 등산객에 대한 묘사도 재미있었다.

울창한 숲에 가려 보지 못했던 사실들
미국의 산림청이라는 단체는 어떤 일을 할까? 산을 보호하고 환경을 보호하고 뭐 그런 일을 하겠지? 그런데 그게 아니랜다. 그 지역에 살지도 않는 물고기를 방류하겠답시고 호수에 독극물을 풀어 멀쩡한 물고기들을 멸종시키고 효율성 운운하며 정작 필요한 부분의 지출은 삭감한다. 대신에 이벤트나 개최식에는 수만 달러를 쏟아부으며 예산이 부족하다고 호소한다. 간판, 취지가 어떻든 정부 산하 조직이란 왜 다 이모양일까 ^^;;;;민간 조직이라고 다를 거 없지만 보다보면 이 외에도 한심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유명한 식물학자들의 업적과 함께 수많은 식물들이 멸종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산을 내려가면서...
저자와 함께 여행을 한 친구 카츠는 생활 방식도 생각도 판이하게 다르며 이 여행 전에는 거의 저자와 절교한 상황이었다. 또한 그는 알코올 중독으로 고통을 겪기도 했는데 두번째 트래킹 종주에서 다시 술을 마시게 됐다고 저자에게 고백하는 장면이 나온다. 카츠의 너무 힘들었다고 하는 한 마디는 담담하지만 무겁다.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로 활동하며 3개월간 2번째 종주를 준비하며 근처 산을 타고 체력을 쌓아온 저자와 그 동안 막노동으로 연명했던 카츠. 항상 짜증을 부리고 해프닝을 일으키면서도 항상 당당했던 카츠가 마지막엔 해볼려고 했는데 힘들더라고 고백하는 거다. 같이 산을 타고 어려움을 겪고 함께 웃어도 넘지 못했던,차마 의식도 못했던 둘 사이의 벽이 부서지는것만 같았다.  그 말을 듣고 저자는 미련 없이 산에서 내려온다. 우리는 끝까지 종주하지는 못했지만 함께 했고 트래킹을 걸었다고, 자랑스럽다고 말이다.  어쩌면 저자에게있어 끊임없이 흥미로운 존재는 자연보다 사람들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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