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소소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히가시노 ..게..게이고요?

2008년 겨울. 유학시절 친구들과 함께 매 주 빠지지 않고 보던 드라마가 있었다. TBS에서 했던 <유성의 인연>. 히가시노 케이고 원작, 쿠도칸의 최신작으로 콜라보레이션 하이라이스니 특별방송이 별 걸 다 지지고 볶고 하던 때였다.  부모님을 하룻밤에 잃어버린 삼형제의 음울한 드라마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밝은 아라시의 OP, 나카시마 미카의 아름다운 ED, 그리고 이제는 한국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친근하게 느껴지는 다양한 조연들. 아 나 저 사람 거기서도 봤는데. 저 사람은 저 감독 단골이지. 하면서 봤던 그 드라마. 미스터리인 듯 하면서도 개그고, 개그인듯 하면서 반전을 거듭하는 이 요상한 드라마를 보고 난 뒤, 기세를 몰아 원작을 빌렸지만 그 두께에 질려 한 쪽도 채 못 읽고 반납했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그러고나서 한국에 돌아오니 이쪽에서도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미 유명 작가였다. 그나저나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게이고가 맞지만 볼 때마다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다. 실제로도 게이고도 있고 케이고도 있을텐데 이럴 때는 어떻게 표기하는 걸까? 맞춤법은 너무 어렵다 ㅠㅠ 

 

|아니아니그게아니고요

아무튼 <유성의 인연>은 드라마로 봤고 그 이후로도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은 탐만 내고 읽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내게는 이 <독소소설>이 첫 작품이었다. 이 웃음 시리즈는 항상 표지가 독특해서 읽어보고 싶다..하고는 지나쳤는데 드디어 구입하게 된 것. 단편 모음집인데 하나같이 어딘가 우스꽝스럽다. 그의 심오한 작품 세계를 이해하지 못할까 짐짓 겁먹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친절하고 재미있는 작가였다.

 

|내가 만약 도미오카 부인의 티파티에 초대된다면?

이 단편집은 현대(일본) 사회의 메뉴얼화 된 풍조를 꼬집는 내용이 많다. 모든 과정이 메뉴얼화 되어 자기 아내를 죽이고 자수를 하러 경찰서에 갔다가 자수 절차를 위해 사건을 신고하고, 조서를 작성하고, 피해자 가족으로써 시체를 확인하는 과정을 해야 하는 남편 이야기(메뉴얼 경찰), 어려서부터 엘리트로 자라 1부터 10까지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배운 아들이 결혼식장에서 배가 아플 때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곤란한 상황에 처하는 이야기(인형 신랑) 등이 그렇다.

또 가족들이 집을 비운 틈에 손자의 아동을 보려다가 엉겁결에 집에 들어온 도둑을 잡는 할아버지 이야기(나홀로 할아버지), 정기적으로 열리는 상사 부인의 티파티에서 지옥같은 요리를 앞에 두고도 절대 솔직한 감상을 얘기하지 못하는 부인들(도미오카 부인의 티파티) 등은 현대사회의 한 측면을 보는 듯 했다.

그 외에 기억에 남는 이야기로는 미스터리 소설 속 사건에서 실제 등장했던 물건을 감정받는 미스터리 진품명품 감정쇼. 있을 수 없는 픽션이지만 진짜 벌어진다면 흥미로울 것 같은 이야기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