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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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읽고 싶었던 책이었다.

2011년 상반기 내 트위터 타임라인에는 온통 <7년의 밤> 이야기 뿐이었다. 그렇게 재미있다는 애기가 끊이질 않았고 무시무시한 소설, 괴물같은 소설이란 칭찬들이 쏟아졌다. 도대체 어떤 소설일까? 궁금해 하면서도 선뜻 손이 닿지 않았던 건 오히려 쏟아지는 칭찬들 때문이었던 것 같다. 다들 좋다고 칭찬해 마지않을 때 나 혼자 비뚤어진 심성으로 그래? 그럼 굳이 나까지 지금 읽을 필요는 없겠군. 하는 그 심성. 하지만 제목이 잊혀지지 않았고 내내 리스트에 넣어놓기를 1년 남짓. 지난 주말, 겨우 안개 가득한 세령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나는 내 아버지의 사형 집행인이었다.

첫 문장부터 죽인다. 보자마자 이건 영화로 만들어야 해! 하고 속으로 소리쳤다. 덜떨어지고 측은한 우리 이웃같은 주인공에 돈 많고 결벽증 쩌는 미친 사이코패스 하나, 그 사이코패스에게 괴롭힘 당하는 가녀린 소녀, 피붙이도 아닌데 누구보다 든든한 룸메이트(?) 아저씨, 억척스러운 한국 아줌마, 침착하고 똑똑하지만 사회로부터 버림받고 끊임없이 도망다니는 주인공의 아들, 캐릭터를 파악하자마자 가상 캐스팅이 머리속으로 또록또록 굴러가고, 책 한 장 한 장이 커다란 스크린으로 휙휙 뿌려졌다.

적당히 잔인한 묘사와 누구나 공감을 불러일으킬만한 소재, 휘몰아치듯 이어지는 클라이맥스. 엔딩에 엔딩까지 풀 수 없는 긴장감. 개개인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대한 깊고 섬세한 시선까지. 아주 묵직한 소설이었다.

 

|그러나 너무 무거운

이처럼 재밌고 훌륭하지만 내용이 깊고, 무거우니 살짝 숨이 막힌다.  "해피 버스데이"라는 말을 듣고 나서야. 아. 끝났구나. 정말 끝난거구나 싶어 아쉽고 후련했다. 최현수는 불쌍하다 못해 찌질했고 답답하다 못해 숨이 막혔다. 어서 다 잊고 도망치라며 대놓고 응원을 하기에는 껄끄럽고, 자수를 하라고 등을 떠밀기에는 너무 운이 나쁜 인간이었다. 이야기의 큰 중심은 최현수가 이끌고 가지만 보다보면, 승환이 100배는 멋있고 든든해 보이는 이 마음..

오영제는 어디선가 많이 본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돈 많고, 결벽증에, 지 맘대로 안 되면 보이는대로 부숴버리는 몸만 자란 어린애. 그래서인지 마을 유지에 3대독자라는 캐릭터가 똑 맞아 떨어진다. 전국의 3대독자들이 이렇지는 않겠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3대독자는 만나선 안되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해피 버스데이

<이끼>나 <도가니>처럼 이 소설 역시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공간 속에서 겪는 폭력을 다룬다. 모두들 쉬쉬하고 모르는 채 하는 사이에 한 소녀는 결국 차창 유리에 몸을 던진다. 무능력하지만 선량한 최현수는 그 일을 계기로 지옥 속 삶을 산다. 그리고 그의 아들 역시 같은 운명을 따라갈 것처럼 보였다. 운명을 되돌리는 수레바퀴는 어디서부터 잘못 돌아간 걸까. 한 번 잘못 어긋난 운명은 어떻게 해야 원래대로 돌아가는 걸까. <7년의 밤>은 우리들로 하여금 속 깊은 곳에 숨겨두고 잊어뒀던 비밀을 우물 밖으로 길어올리게끔 한다. 영화에서 펼쳐질 붉은 수수밭은 내 상상속 그곳보다 더 붉고 스산한 곳일까? 서원이 세령과 하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어떻게 표현될까. 영화로 다시 태어날 <7년의 밤>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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