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박람강기 프로젝트 3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안현주 옮김 / 북스피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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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러리 퀸의 에세이를 읽은후에 궁금해져서 찾아본 시리즈 도서중 제일 읽고 싶었던 책을 먼저 읽었다. 하드보일드 대표작가 레이먼드 챈들러의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이 책은 글을 쓰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 아닌 레이먼드 챈들러가 생전 여러 관련 인물들과 나눈 편지를 모아놓은 서간문이다. 레이먼드 챈들러의 작품을 아직 읽어 보진 못했지만 이 작가의 작품에 흥미를 가지고 있던 나로서는 이 작가에 대해서 많이 알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뭐랄까 이 작가 하드보일드 한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너무나도 순애보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양이 타키를 좋아하고, 아내인 시시를 사무치게 사랑했으며, 글쓰는데도 회의를 많이 느끼던 그런 한 남자 레이먼드 챈들러..그의 작품을 읽고 이 작가에 대해 궁금했던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봄직한 책이었다.
물론...
엘러리 퀸 책과 같이 재미는... 매우... 많이... 없었다.. ㅋㅋ
영어권 번역글을 나는 왜이렇게 딱딱하게만 느끼는건지.. 도무지 익숙해지질 않는다. 이것도 더 노력해야 하는 부분...

작가들의 도덕성
p.36
어떤 작가도 자기가 쓰고자 하는 것을 그대로 옮겨 낸 적은 없어요. 자기 안에 그런 게, 쓰고자 하는 순수하게 개인적인 무엇이 없으니까. 전부 이런저런 것에 대한 반응들일 뿐이지요.
아, 제길, 아무렴 어때요. 생각이란 독입니다. 생각을 많이 할수록 창조는 줄어들 뿐입니다.
(1947년 10월 28일)

챈들러 스타일
p.56
중요한건, 전업 작가라면 적어도 하루에 네 시간 이상 일정한 시간을 두고, 그 시간에는 글쓰기 외에는 아무 일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겁니다. 꼭 글을 써야 할 필요는 없어요. 내키지 않으면 굳이 애쓰지도 말아야 합니다. 그저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거나 물구나무를 서거나 바닥에서 뒹굴어도 좋아요. 다만 바람직하다 싶은 다른 어떤 일도 하면 안 됩니다. 글을 읽거나, 편지를 쓰거나, 잡지를 훑어보거나, 수표를 쓰는 것도 안 돼요. 글을 쓰거나 아니면 아무 일도 하지 말 것. 학교에서 규칙을 지키는 것과 마찬가지 원칙입니다. 학생들에게 얌전히 있으라고 하면 심심해서라도 무언가를 배우려 하죠. 이게 효과가 있답니다. 아주 간단한 두 가지 규칙이에요. 첫째, 글을 안 써도 된다. 둘째, 대신 다른 일을 하면 안 된다. 나머지는 저절로 따라오게 마련입니다.

소설이라는 예술에 대하여
p.32
여자 작가는 전부, 남자 작가는 대부분이 똑같이 쓴다. 적어도 철저하게 표준화된 십여 가지 절차 중 하나를 선택한다. 불가피하게 아주 약간의 차이(길게 보자면 정말이지 너무나 미세한 차이)는 있겠지만 기계로도 이 지랄 맞은 작업 전체를 똑같이 생산할 수 있을 텐데, 조만간 그런 날이 올 것이다. 게다가 아직ㅋ도 무언가 쓸게 남았다는 작가들이란 실제로 본인은 아무것도 쓰지 않고 이상한 방식으로 장난을 치는 인간들뿐 아닌가?
내 생각엔 당신들 전부 미쳤어요. 나는 영화 쪽으로 넘어 가렵니다.

작가에게 가장 가치 있는 투자는 스타일
P.34~35
작가로서 나의 특이하고도 까다로운 점은 아무것도 버리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건 전문가답지 못하고, 자신의 작품이 잘 안 되고 있을 때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아마추어들이 보이는 단점이라더군요. 나는 작품이 잘 안 되고 있을 때, 그 당면한 문제에 대해서는 잘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어떤 생각과 느낌이 있어서 그걸 쓰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가 없어요.
(...)
하지만 플롯과 동기가 매일 가혹하리만치 철저하게 분석당하는 할리우드에서 일하다 보니, 내 발목을 잡는 게 항상 풀롯 문제였음을 깨달았지요.
(...)
별스러운 점 또 하나는(이건 내 절대적인 신조이기도 한데) 초고를 마칠 때까지는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절대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나는 항상 초고란 날것이라고 생각해요. 그 안에서 살아 있는 듯 보이는 것이 이야기에 속하는 것입니다.
(...)
좋은 이야기는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추출해야 하지요. 아무리 말을 아껴도 장기적으로 보자면 글쓰기에서 가장 오래 남는 것은 스타일이고, 스타일은 작가가 시간을 들여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투자입니다. 스타일에 대한 투자는, 성과는 느리고, 에이전트의 비웃음과 출판사의 오해를 살 겁니다. 그러다 서서히 당신이 들어 본 적도 없는 사람들에게 확신을 주겠죠. 글을 쓰면서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작가는 항상 성공할 거라는. 노력한다고 되지는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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