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책읽기 - 독서, 일상다반사
가쿠타 미쓰요 지음, 조소영 옮김 / 엑스북스(xbooks)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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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옮긴이의 시선에 이렇게 까지 동조한 적이 있었던가, 종이달로 알고 있는 카쿠타 미쓰요의 서평(?)집이라길래 읽어내려가는 초반엔 다소 `음..` `흠....` 스러운 부분도 없지 않았지만 점점 내가 읽지 않았지만 똑같이 읽은듯한 느낌을 받으며 읽어 내려갔다. 그래서 다른 본문내의 문장을 갈무리하는 것 보다 옮긴이의 글을 갈무리해두려고 한다. 이 갈무리를 다시 읽게 되면 다시 이 책이 읽고 싶어 질것 같다.
원서의 제목이 우리들에게는 이야기가 있어(와타시타치니와 모노가타리가 아루)인듯 하다. 번역된 작품보다 미번역 작품이 더 많은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옮긴이의 글

인터넷 게시판 글을 읽다보면 친구 혹은 직장 동료가 자기 옷, 화장품 가방을 자꾸 따라 사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글이 심심찮게 발견되곤 한다. 심지어 생판 남이 자기 sns를 베꼈다는 사례까지 나오면 옷 따라 입는 정도는 애교로 느껴지는, 약간의 범죄적 냄새마저 풍겨 섬뜩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좋은 독서 취향을 가진 사람이 읽는 독서 목록을 따라 읽는 것만큼은 먼저 읽은 사람도, 따라 읽는 사람도 무해하지 않나 싶다. `나만 알고 있었는데(그럴 리가 없음) 유명해져서 싫다`는 등의 푸념을 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타인의 독서 취향을 내 것으로 만든다는 건 그저 남이 쓰는 화장품을 따라 바르거나 가방을 드는 것과는 또 다른 수고를 동반한다. 사면 그만인게 아니니 말이다 시간을 들여 읽어야 하고,, 읽은 후의 감상은 각자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게 `이 책은 잘 모르겠고, 저 책은 재밌었고...` 하는 동안 어느새 `나만의 취향이 형성된다.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무엇이든 알고 싶은 법이지만, 글을 쓰거나 음악을 만들거나 무언가를 창조해 내는 사람을 동경하게 될 경우에 내가 가장 알고 싶은 건 그 사람의 독서 목록이다. 이렇게 재밌는 글을, 이렇게 멋진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 좋아하는 책이라면 당연히 좋은 책일 것이라는 절대적인 신뢰 때문이다.
중,고등학생 시절 좋아하는 가수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그가 읽었다는 소설을 따라 읽다가 어느새 그 작가의 팬이 되고, 그 작가가 재밌게 읽었다는 책을 읽기 시작하는 식의 `연쇄적 독서`가 나에게는 큰 즐거움이었다 그렇게 만나게 된 책들은 대체로 내 믿음을 배신하지 않았고, 그래서인지 나에게 독서란 있어 보이는 취미가 아니라 그저 재밌으니까 하는 놀이 중 하나가 되었다.
이 책을 만나게 된 이유도 간단하다. 나는 가쿠타 미쓰요를, 그녀가 쓴 소설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재미있는 소설을 쓰는 사람이 읽어왔던 책 목록이 빼곡하다. 심지어 왜 그 책을 재밌게 읽었는지 이유까지 써 있다니, 안 읽을 도리가 없었다. 그저 작가를 흠모하는 마음으로 손에 들었던 책을 번역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그렇게 이 책을 읽고 옮기며 만나게 된 책 역시 나에게는 소중한 책이 되었고, 다음에 읽을 책을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되었다. 이 책을 손에 든 독자에게도 이 책이 다름의, 그 다음의 재미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책은 가쿠타 미쓰요가 쓴 `책 감상문`집이다. 어디까지나 저자는 서평이 아닌 감상문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그녀의 독서 감상문은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지 않고, 독자를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책을 평가의 대상으로 놓고 위에서 내려다보는 게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이 작가가, 이 작품이 이렇게 재밌다고, 이 재미를 나만 느끼기는 아깝다며 널리 알리고 싶어 하는 박애정신(!)이랄까, 그 책을 나만큼 사랑해주기를 바라는 순수한 열정이 느껴진다.
그녀는 `재미없는 책은 없다`고 말한다. 나와 맞지 않을 뿐이고, 어쩌면 그 재미없음마저 그 책의 재미이고 개성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그녀의 지론은 자신의 독서 경험에서 비롯된다. 그녀는 이 책을 통해 어릴 적에 읽었을 땐 재미없고 잘 이해할 수 없었던 책을 시간이 흘러 다시 읽게 되었을 때 비로소 재미와 감동을 느끼게 되었던 경험을 술회한다. 시간이 흘러도 책의 내용은 그대로이지만, 처음 그 책을 손에 들었던 소녀는 흐르는 시간 속에서 수많은 경험을 하고, 수많은 책을 읽으며 그때와는 조금 다른 사람이 된다. 그리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던 그 책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책은 읽는 이를 기다려 준다. 그녀의 감상문을 읽으며 내가 읽어보지 못했던 책을 찾아 읽는 것도 물론 재밌었지만, 예전에 재미없다며 포기했던 책을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혹시 모르지 않는가, 재미없던 그 책이 `내 인생의 책`이 될지.
이 책을 읽고 옮기며 나는 솔직하고 소탈한 생활인, 독서가로서의 가쿠타 미쓰요를 더욱 좋아하게 되었다. 이른바 `필독도서`를 읽지 못해 기가 죽기도 하고, 긴 외국 이름이 많이 나와 소설 읽기를 단념하기도 하고, 취중에, 미열에 시달리면서, 집안일을 하다 틈틈이 책을 손에 드는 그녀의 모습이 눈에 떠오른다. 아직 우리나라에 출간되지 않은 서적의 감상문도 수록되어 있어 책을 찾아 읽어 보고자 하는 독자들에게는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모르는 이야기의 재밌는 부분만 솜씨 좋게 뽑아내 들려주는 그녀의 이야기 자체를 즐겨보는 것도 이 책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2016년 5월
조소영(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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