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의 소설은 처음이다.
이현승의 시집은 두번째다.
그믐을 읽고 있는데 그믐이 나타났다.

사소한 우연이지만 이 또한 인연이니 잠시 갈무리 해본다.

나는 이 싯구들중 `행성처럼 왔다가 사라진다` 를
장강명의 그믐에 맞게
`우주알처럼 왔다가 사라진다`로 바꿔보고 싶다.
아직 읽는중이라 속단하긴 이르다.
하지만 그는 그믐처럼 눈에 보이지 않고 사라질것 같다.
그냥 그런 예감이 들었다.

클라이막스로 달려간다.


그믐

그가 과묵한 이유는 한 번도
그에게 대답할 시간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지만
정말 그가 과묵한 이유는
아무도 그에게 묻지 않았기 때문이지만

그는 늘 행성처럼 왔다가 사라진다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날 때
그는 얼굴이 반쪽이고
결정적으로 말이 없다
그는 사라지기 전에만 나타난다

누구든 그에게 말한다
언제부터 여기 있었죠?
조금만 가까이 다가오세요
너무 다가올 필요는 없구요

그는 막 나타나는 중이고
사라지는 것에 대한 예민한 후각으로
양말을 벗으면서 코를 갖다대거나
대답을 필요로 하지 않는 질문에 대해
충실한 답변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언제 어디에나 있지만
그는 거의 없다고 해도 괜찮다

- 이현승 <그믐> {친애하는 사물들, 2012}

그렇게 돈이 흐르는 거리에 가야해요. 돈도 물이랑 똑같아. 물길처럼 돈길이 있어서 골목골목이 다 연결이 돼 있어요.

p.53

그믐이라 그래. 그믐달은 아침에 떠서 저녁에 지거든. 그래서 쉽게 볼 수 없지. 해가 뜨기 직전에만 잠깐 볼 수 있어. 남자가 말했다. 낮에는 너무 가느다랗고 희미해서 볼 수 가 없어.

(중략)

그믐달은 해가 지기 전에 사라져.

p.140

도대체 너는 누구였어?
너는 도대체 누구였어?
너는 누구였어 도대체?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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