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단편소설집을 읽은 순서는 이랬다. 먼저 차례대로 두 개를 읽었다. '너무 한낮의 연애', '조중균의 세계'. 그다음 부터는 뒤죽박죽으로 '개를 기다리는 일'과 '고기', '고양이는 어떻게 단련되는가', '우리가 어느 별에서', '보통의 시절', 다음 작가의 말을 읽고 마지막으로 '반월'과 '세실리아'를 읽었다. 나로썬 아홉편 모두 괜찮았다. 소설가를 '이야기꾼'이라 달리 부르는데 동의하는 편인데 이때 이야기꾼이라 하면 현실에 발 붙이고 살아가는 인간군상들의 양태를 문학예술적으로 잘 형상화하는 사람을 일컫는다는 생각이다. 이런면에서 김금희 작가는 진부하거나 고리타분하지 않게 이야기를 잘 그리고 있다고 느꼈다. 그에게서는 참신함과 어쩌면 그것을 뛰어넘는 비상한 소설쓰기 방식이 존재한다고 보았다. 한국소설을 많이 접하진 못했지만 근래 보기 드문 재능과 진정성을 겸비한 작가이지 싶다. 해설은 읽지 못했다. '잔존의 파토스' 라니, 어찌 그같은 제목에 선뜻 손길이 가리오.
지은이는 30대 남자가 걸릴 확률이 0.0012%(0.012인가?)라는 폐암에(아마도 말기 수준인듯)걸려 약 2년여 투병을 하다가 생을 마감했는데 그 과정을 본인과 부인이 서술한게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자동차로 2시간 정도 걸리는 곳으로 가다가 차를 한적한 곳에 대놓고 서너시간 만에 다 읽었다. 추천사 등은 읽지 않았다. 베스트셀러 다웠다. 그야말로 술술 읽혔다. 저자가 글을 잘 썼는데 약간 급하게 번역, 편집해 책으로 냈다는 생각이다. 하긴 출판사 입장에서는 책을 내는 시기도 중요할 것이다.주인공(이자 지은이)이 마지막으로 병원에 입원하면서 침대에 누워 아내를 향해 ˝나 이렇게 가나봐˝라고 한 말이 인상적 이었다. 엉엉 울거나 하진 않았다. 아니, 못했다.
김석범 선생 [화산도]를 다 읽었다.마지막 권은 아껴서 하루 수십여장씩 밖에 읽지 않았다. 이런 경험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일반적인 쪽수론 스무권에 달하는 규모의 소설인데 두 달정도 걸린게 결코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내일이 4.3 이다. 4.3은 폭동, 반란, 사건, 사태, 항쟁 등 여러 이름으로 불려 왔다. [화산도]는 그 모든것을 아우르려한 작품으로 보인다.죽어간 모든 영혼들이 구천과 저승에서 편안해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