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단편소설집을 읽은 순서는 이랬다. 먼저 차례대로 두 개를 읽었다. '너무 한낮의 연애', '조중균의 세계'. 그다음 부터는 뒤죽박죽으로 '개를 기다리는 일'과 '고기', '고양이는 어떻게 단련되는가', '우리가 어느 별에서', '보통의 시절', 다음 작가의 말을 읽고 마지막으로 '반월'과 '세실리아'를 읽었다. 나로썬 아홉편 모두 괜찮았다. 소설가를 '이야기꾼'이라 달리 부르는데 동의하는 편인데 이때 이야기꾼이라 하면 현실에 발 붙이고 살아가는 인간군상들의 양태를 문학예술적으로 잘 형상화하는 사람을 일컫는다는 생각이다. 이런면에서 김금희 작가는 진부하거나 고리타분하지 않게 이야기를 잘 그리고 있다고 느꼈다. 그에게서는 참신함과 어쩌면 그것을 뛰어넘는 비상한 소설쓰기 방식이 존재한다고 보았다. 한국소설을 많이 접하진 못했지만 근래 보기 드문 재능과 진정성을 겸비한 작가이지 싶다. 해설은 읽지 못했다. '잔존의 파토스' 라니, 어찌 그같은 제목에 선뜻 손길이 가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