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부정부패 어떻게 막았을까
이성무 지음 / 청아출판사 / 200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급속한 근대화를 이루면서 동반된 부패의 척결문제는 우리 사회의 가장 깊은 늪을 형성하고 있으며 현재에 이르기까지도 척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그런데 조선시대 - 근대화에 실패함으로써 마치 청산해야 할 과거처럼 되뇌어졌던 -의 정치를 건강하게 만들었던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던 제도들을 역사학자의 글로 읽어가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헌부와 사간원 그리고 홍문관이 갖는 언론기능은 왕과 고위 관료들에게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견제역할을 하고 이들의 간쟁을 통해 사림들의 왕도정치의 이상을 실현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이 책을 통해 고려시대 어사대와 중서문하성의 낭관들이 가지고 있었던 서경권을 이들이 갖게되었다는 내용을 정확히 알게되어 도움을 얻었다. 간쟁과 언론기능을 강조하다 보니 놓쳤던 부분이었다. 이를 테면 이조에서 추천한 관리를 왕이 임명하고자 할 때 그들의 친가4대, 외가4대, 또 직급에 따라서는 처가4대를 살펴서 흠이 없어야만 동의하게 되고 왕이 이를 무시하고 임명하였다 할지라도 지속적인 탄핵으로 오래 그 직을 지속할 수 없도록 만듦으로써 공의를 실현하고자 했던 점은 이들 언론기관이 행했던 중요한 기능의 하나였다. 고려에 비해 기구의 독립이 이루어진 점을 높이 살만하였고 이는 물론 왕과 신료들 사이의 세력관계를 치열하게 조정한 결과 성취된 것이었다. 또 이들에 대한 임명권을 이조 전랑에게 줌으로써 권력이 소수에게 집중되지 않도록 만들었던 제도를 통하여 조선왕조의 절대권력의 부패를 막을 수 있었다. 또한 사헌부 소속의 암행어사를 곳곳에 파견함으로써 백성들이 안고 있던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고 척결할 수 있었던 점은 주목할 만 하였다. '춘향전' 속의 이몽룡만큼 유명했던 박문수어사(영조연간)의 활약을 소설이 아닌 역사 속에서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왔다. 어사가 지니는 봉서와 마패 그리고 구리로 만든 두개의 잣대가 지니는 상징성과 암행지역을 뽑는 추생제도, 암행할 곳을 사대문 밖에서 열어보도록 한 의미 등등 역사교과의 현장에서 살려주어야 할 내용도 많이 있어서 유익했다. 물론 같은 암행어사를 파견하였어도 세도정치기에는 전혀 그 기능을 살리지 못하였지만....  이는 동일한 제도라 할지라도 이를 운용하는 사람들의 몫이 훨씬 크고 성패를 좌우함을 알리는 예의 하나이다.

비록 집권층의 목소리를 담았지만 공론이 지배하던 사대부의 사회- 대간의 기능과 언론활동을 통해 왕에게 목숨을 걸고 정론의 목소리를 높였던 대간들, 그들의 목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주고 또 그것이 출세를 막지 않았던 적이 있었다는 게 신선하다. 물론 이런 제도들을 형성해 간 것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의 치열한 노력으로 가능해진 것이다.

내가 행해야 할 몫을 제대로 해내고 있는지를 늘 점검하면서 그것이 역사를 움직이는 힘이 되어야 한다는 의식을 놓치지 말고 살아야 함을 느꼈다. 그리고 책을 부지런히 끈기있게 읽어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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