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NE'S 세트 - 전10권 그린게이블즈 앤스북스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김유경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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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것도 언젠가는 알아내야 할 일 가운데 하나가 됐어요.
앞으로 알아볼 일들이 잔뜩 있다는 것은 참 멋진 일이에요.
살아있는 기쁨을 느껴요. 세상에는 재미난 일이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모든 것을 다 알고나면 즐거움이 반으로 줄지 않을까요?
그렇게 되면 상상할 여지가 없어지겠지요"-p.45쪽

두 사람이 뜰에 들어 섰을 때 주위는 캄캄했고, 포플러 잎이 바람에 살랑살랑 소리내어 흔들리고 있었다.
매슈가 안아서 마차에서 내려주자 소녀는 속삭였다.
"나무가 잠꼬대를 하고 있어요. 귀 기울어 보세요. 아마 멋진 꿈을 꾸고 있나봐요"-p.55쪽

"나는 지금 '절망의 구렁텅이'에 있지 않아요. 아침에는 그런 기분이 들 수 없거든요. 아침이 있다는 건 참으로 멋진 일이에요.
하지만 갑자기 슬퍼져요. 아주머니가 바라는 아이가 나였고, 언제까지나 여기서 살게 되었다고 상상하고 있던 참이었거든요.
상상하고 있는 동안은 즐거웠어요. 하지만 상상은 언젠가 현실로 되돌아와야 한다는 점이 괴로워요."-p.68쪽

"그래, 좋을대로 하렴. 하지만 제라늄에 이름을 붙여 뭘 하니?"
"어머나, 제라늄이라도 이름이 있는 편이 사람처럼 친구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리고 제라늄 쪽에서도 그저 제라늄이라고 부르고 다른 이름이 없으면 제라늄의 기분이 상할것 같아요.
아주머니도 그냥 여자라고만 불려진다면 얼마나 싫겠어요."-p.71쪽

"아, 내 희망이 또 하나 사라졌어요. 내 인생은 그야말로 '희망이 묻힌 무덤 같아요."
이것은 책에서 읽은 말인데, 절망 할 때마다 되풀이 하며 스스로 위로해요."
"그 말이 어떻게 위로가 되는지 나는 전혀 모르겠구나."
"굉장히 멋있고 로맨틱하게 들리잖아요. 소설의 여주인공이 된 기분이에요.
나는 로맨틱한 것을 무척 좋아해요. '희망이 묻힌 무덤'만큼 로맨틱한게 있을까요?
비록 실망하는 일이 있다 해도 내가 이 말을 알고 있어서 외히려 기쁠 정도예요."-p.92쪽

"나 자신이 말하는 것과 남에게 듣는 것은 크게 달라요.
스스로는 그렇게 알고 있어도 남들은 그렇게 생각해 주지 않기를 바라죠."
........
"만일 누가 머릴러에게 대놓고, 빼빼마르고 못생겼다고 하면 어떤 기분이 들지 생각 좀 해보세요."
별안간 오래된 기억이 머릴러의 마음에 되살아났다. 어릴 때 어떤 숙모가 다른 숙모에게 "가엾어라, 어쩌면 저렇게도 얼굴빛이 검고 못생겼을까." 하고 자신에 대해 말하는 소리를 들은 적 있었다. 그때 입은 마음의 상처는 50살이 될 때까지 하루도 잊은 적이 없을 정도였다.-p.113쪽

"하지만 나 혼자만 깔끔하고 얌전한 옷을 입느니 차라리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편이 더 나아요"-p.127쪽

"너는 무슨 일이건 너무 집착하는 버릇이 있어, 앤.
그런 식으로 한다면 평생 절망의 연속일게다."
앤은 큰 소리로 말했다.
"어머나, 머릴러. 어떤 일을 손꼽아 기다리는 데 즐거움의 절반이 있는 거예요.
비록 기대 했던 일이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해도 기다리는 즐거움은 그 사람에게서 뺏을 수는 없어요.
린드 아주머니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사람은 행복하다, 실망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지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기 보다는 기대하여 실망하는 편이 더 나아요."-p.146쪽

"집안 어질러질라. 너는 밖에서 무엇이든지 가지고 들어와 방을 너무 지저분하게 만들더구나, 앤. 침실은 잠자기 위해 있는 거란다."
"어머나, 그리고 꿈을 꾸기 위해서예요, 머릴러.
아름다운 것으로 둘러싸인 방에서 자면 좋은 꿈을 꿀 수 있거든요."-p.182쪽

"서로 말하지 않고 지내지만 지금도 다이애너를 열렬히 사랑하거든요.
다이애너를 생각하면 나는 슬퍼져요.
하지만 머릴러, 이토록 재미있는 세상에서 그렇게 늘 슬퍼하면 살 수는 없잖아요."-p.204쪽

"매슈, 참으로 멋있는 아침이죠?
이 세계는 하느님이 스스로 즐기기 위해 만들어 놓으신 것 같아요."-p.212쪽

"내 마음 속에는 여러 종류의 앤이 있나봐.
내가 온갖 말썽을 일으키는 것은 그 때문이 아닌가 여겨질 때가 있어.
내 마음 속에 앤이 하나만 있다면 틀림없이 편안하겠지.
하지만 그렇게 되면 지금 만큼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p.236쪽

"머릴러, 내일이라는 날은 아직 아무 잘못도 저지르지 않은 새로운 날이라고 생각하니 즐거워요."
머릴러는 말했다.
"내일도 틀림없이 또 잘못을 저지를게다.
너 같은 실패의 천재는 본 적이 없어, 앤"
앤은 슬픈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이 점 하나만은 알아 주세요.
나는 같은 실수를 두 번 되풀이 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예요."
"날마다 새로운 실수를 저지르니 결국 마찬가지 아니냐."
"어머나, 머릴러, 모르세요?
한 사람이 저지르는 실수에는 한도가 있다는 걸 말예요.
그러니 끝까지 가면 언젠가 내 실패도 끝장이 날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 놓여요."-p.257쪽

매슈는 -머릴러의 말을 빌면- 실컷 '앤의 응석을 받아줄 수 있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이것이 반드시 그릇된 일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아주 하찮은 '칭찬'이 온갖 양심적인 '교훈'보다 훨씬 큰 효과를 내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p.278쪽

모든 일이 그렇긴 해. 아이를 기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느 아이에게도 꼭 들어맞는 방법이란 없다는 것을 알지만, 경험이 없는 사람일수록 '비례법칙'처럼 간단하게 생각하거든.
수학처럼 식을 늘어놓기만 하면 정확한 답이 나온다고 여긴단 말이야.
하지만 피와 살로 만들어진 사람을 산수처럼 정확하게 계산할 수 없지.
그 점이 머릴러 커스버트의 잘못이야. 지금과 같은 옷을 앤에게 입히면 앤이 겸손해질 줄 생각하지만 자칫 시기와 불만의 원인이 되는 게 고작이지.
그 아이도 자기 옷과 다른 아이 옷이 다른 것쯤 알고 있을테니까.-p.285쪽

그 말을 듣고 나는 용기를 얻었어요.
하지만 다른 사람이 예전에 나쁜 아이였다는 말을 듣고 용기를 얻는다는 건 나쁜 일이겠죠? 린드아주머니가 그렇게 말했어요.
린드아주머니는 누군가가 아무리 어릴 때였더라도 나쁜 일을 했다는 말을 들으면 충격을 받는대요.
어느 목사님이 어렸을 때 아주머니댁 부엌에서 딸기과자를 훔쳤다는 고백을 듣고부터 그 목사님을 존경할 수 없다고 했어요.
나라면 그렇게 생각지 않겠어요.
목사님이 그런 고백을 했다는 건 고결한 일이고, 지금 장난치고 후회하는 남자 아이들이 그 이야기를 들으면 자기도 커서 목사가 도리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얼마나 용기를 얻겠어요.-p.302쪽

온통 벨벳을 깔았구나. 게다가 비단 커튼!
나는 이런 것을 늘 꿈에 그리고 있었어.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정도지만, 이런 멋진 가구들에 둘러싸여 잇으니 그리 편안할 것 같지는 않아. 이 방에는 모든게 갖춰져 있고, 모조리 훌륭해 더이상 상상을 펼칠 여지가 없어.
가난하다는 것도 위안이 될 때가 있구나.
얼마든지 상상을 할 수 있으니까-p.330쪽

"나는 착한 아이가 되고 싶어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머릴러와 앨런부인이나 스테이시 선생님과 함께 있으면 여느 때보다 더 그렇게 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요.
그리고 머릴러가 기뻐할 일, 칭찬할 일을 하고 싶어요.
그런데 린드아주머니와 함께 있으면 나는 아주 나쁜 아이가 되는 것 같고, 아주머니가 하지 말라는 일은 더욱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유혹을 느껴요.
어째서 그런 기분이 들까요? 내가 나쁜 사람이고 죄 많은 탓일까요?"
머릴러는 잠시 당황하는 듯 싶었지만, 곧 웃기 시작했다.
"네가 나쁜 사람이라면 나도 마찬가지일게다. 앤, 네가 지금 말한 그런 기분을 나도 레이첼에 대해 곧잘 느끼니까.
레이첼이 지금처럼 만나는 사람에게마다 올바른 일을 하라고 귀찮게 설교하지 않는다면 아마 더 좋은 감호를 줄 수 있을지도 몰라.
모세의 십계처럼, '지나친 잔소리는 하지 마라'라는 열한 번째 계율이라도 있었으면 좋으련만."-p.353쪽

"린드아주머니 말대로 내가 기하에서 실패하건 안하건 태양은 여전히 뜨고 지겠지.
그럴 것임에 틀림없지만 그리 위안은 되지 않아. 실패하면 태양이 오히려 어떻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기분이야!"-p.364쪽

"나는 이 방의 창문이 동쪽으로 나있어 해돋이가 보여 참 좋아.
저 멀리 가로누운 언덕에서 아침해가 떠올라 뾰족뾰족한 전나무가지 사이로 반짝이기 시작하지. 참으로 멋진 광경이야.
태양은 날마다, 아침마다 달라.
이제 막 떠오른 아침 햇살을 받고 있으면 내 영혼이 속속들이 깨끗해지는 것 같아"-p.376쪽

제인이 또 한숨지으며 말했다.
"거기에 온 여자들은 온통 다이아몬드를 달고 있었어. 번쩍번쩍 눈부시더라.
부자가 되고 싶지 않니, 모두들?"
앤은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들도 부자야. 지금까지 16년 동안이나 이렇게 잘 살아왔고 여왕님처럼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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