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스릴러 장르를 사랑한다.

단순히 범죄나 수사물에서 느끼는 사고적 유희 보다는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 그걸 해결해 나가는 사람과 그 주변 인물들 간의 일련의 관계와 상호작용 속에서, 인간 사회의 세속적이고 무자비함과 인간 군상의 욕구나 욕망을 낱낱이 까발린다.  

그들은  특수한 상황에 놓여있는듯 하지만 결국 그들은 우리가 남들에게 내 보이기 꺼려하는 우리의 각질이 아닐까.
그러한 인간의 한 단면을 적나라하고 가장 원초적인 본성을 드러내 주는 장르가 추리 문학이 아닌가 싶다. 

그 최고봉에 애거서 크리스티 여사님이 존재하신다.
그녀를 존경하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단지 기발한 소재와 깜짝 놀라게 하는 반전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속내를 샅샅이 까발리지만 무례하지 않고, 중립적이다.
약하고 흔들리고, 우둔하고 악하기까지 한 인간을 미워하기 보다는 그저 있는 그대로 보아줄 줄 아는 객관적이고 냉철한 시선.
그러면서도 또다른 면인 사랑하고, 연민할 줄 알고 친절하고 다정한, 인간이기에 가능한 면들을 따뜻하게 그려낸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 현혹되지 않고 명민한 통찰력으로 인간을 말할 줄 아는 작가. 
숲과 나무를 동시에 아우르줄 알고 그걸 작품에서 보여줄 줄 아는 작가님이시다.

 
정식 번역판은 황금가지에서 출판되고 있지만 아직 전권이 다 출간 되지 않은걸로 안다.

일명 빨간책으로 불리는 해문출판사의 출판본 위주로
내가 읽은 작가님의 작품을 소개할까 한다.


총 80여권 중 50여권을 소장하고 있고 40여 작품을 읽었다.  (앞으로 조금씩 업데이트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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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은 쉽다-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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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좀 지루했다.
용의자들에 대한 수사 탐문하는 과정이 그저 지리멸렬했으며,
작가님의 핵심을 찌르는 심리분석도 없었고,
나중에 범인의 입으로 술술 진술하는 범행 과정에서 재미는 더욱 반감했음.
더군다나 해결사로 나온 남주가 너무 답답형임.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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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대외적인 이미지는 안개와 신사의 나라라고 한다.(맞나?)
그런데 좋은 말로 해서 그렇지 영국의 기후는 그야말로 극악이라고 하더라.

이 작품은 영국의 그런 날씨만큼 음침하고 음산한 기운을 뿜고 있다.
살인을 일으키기에 완벽하게 세팅 된 배경.
압사당할것 처럼 초조한 분위기 속에 범죄의 냄새가 진동하는 섬에서 과연 누가 살아남을것인가.
고립된 섬에 갇힌 10인의 생존여탈권을 쥐고 있는 사람은 누구?

추리 소설에 단골 소재인 밀실 살인. 그것 보다 확장된 범위이지만 이것 역시 밀실 살인일것이다.
검찰측의 증인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최운권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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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크리스티 여사님의 장편은 무엇하나 재밌지 않은건 없지만(실은 한 두권은 있다)
단편은 그저 사건 나열과 손쉬운 해결로 이어져서
작가님의 장점인 인간에 대한 이해와 분석력이 보이질 않아서 단편은 좀 꺼려졌지만
그 중 이 단편집의 검찰측 증인은 아주 우수하다.
벙어리 목격자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임경자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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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포와로에게 도착한 편지 발신인은 얼마전 지병으로 운명을 달리하지만,
포와로는 어쩐지 자연사가 아닌 타살로 여겨지고,
더이상 실존하지 않는 의뢰인의 죽음에 대한 의혹으로 수사를 해나간다.
카리브 해의 비밀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정성희 옮김 / 해문출판사 / 199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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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마플이 해결하신다.
범인을 잡기 위해 몸소 살금살금 주변 동정을 살필려고 직접 몸으로 부딪힐 때 내가 다 가슴 졸였다.

여기에 괴팍하고 비호감인 영감이 등장하는데
이 작품의 진정한 반전은 그 영감이 아닐까싶다.
예고살인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199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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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동안 얼마나 조마조마 했는지, 오히려 살인을 예고하니까 더 긴장되었다.
살인할거라고 예고하는데도 왜 못 잡는거지, 답답해하다가 나중에는 혼자서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다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의심을 품었는데(거의 엑스트라급도 의혹의 눈길을 던졌던...), 딱 한명 이 사람은 아닐거야,라고 제껴둔 사람이 범인이었다.

비록 추리 소설은 좋아하지만 통찰력과 논리적 사고는 거의 희박하다는걸 절감하게 만든 작품.
누구나 모짜르트는 될 수 없다.
비뚤어진 집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정성희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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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잘 알려진 추리 작가 중 앨러리 퀸이 있다.
세계 3대 추리 소설이라는 걸 일본에서 뽑았는데 그중 앨러리 퀸의 Y의 비극도 있다.
근데 이 작품이랑 크리스티 여사님의 비뚤어진 집이라는 작품이 너무 흡사했다.

Y의 비극의 출판 년도가 보다 이전이라고 하니 어쩌면 크리스티 여사님이 조금 영향을 받으신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단지 추측일뿐이다)
둘 다 읽어본 내게는 비뚤어진 집이 훨씬 재미있었다.

범인은 항상 의외의 인물이긴 하지만, 이 경우는 더욱 섬뜩했다.
끝없는 밤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석환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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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지독하게 비련한 사랑이 있을까.
이건 추리 소설이라기 보다는 사랑이야기이다.
초반의 지루함은 견뎌라.
그러면 알게 되리라.
그녀의 사랑을.
그리고 그녀의 복수를.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3 (완전판)- 오리엔트 특급 살인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신영희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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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작가님 작품 중 최초로 본 작품이다.
그때가 중1이었으니...더 말해 뭐 하겠는가.
간단하게 작가님한테 꽂힌거다. 독자(讀者)계약의 시초가 된 작품이라고 할까

호화 기차안에서의 살인사건. 피해자는 수십군데를 찔려서 무참히 살해당하고... 밝혀지는 범인.
이렇게 끔찍하게 인간을 해할 필요가 있었나... 피의자는 악의 화신일까?
아니면 또다른 진실이 존재하는걸까?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5월
6,000원 → 5,400원(10%할인) / 마일리지 3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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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의 독자이거나 아니거나 한번쯤 들어봤을 만큼 유명하고 정평이 나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난 좀 시시했다.
초반에 범인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결국 범인이었으니까. 그러니까 정답을 맞추니까 흥미를 잃었다.
(작가님 작품 중 유일하게 범인을 맞췄다)
그렇다고 이 작품이 대단하지 않다는건 아니다.
객관적이고 일반적인 평가는 수작이라는 것이다.

이 작품 역시 포와로가 등장한다.
그의 은퇴 후에 벌여진 최초의 살인 사건이다.
몸은 비록 은퇴했으나, 그의 회색 뇌세포는 은퇴할 줄을 모른다.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44 (완전판)- ABC 살인 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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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 여사님의 작품의 등장인물 중 내게 최고는 미스 마플이시다.
다들 포와로에 열광하는 이유에 난 좀처럼 합승할 수 없었다. 그의 기이한 콧수염 만큼이나(물론 본 적은 없지만) 그에게 애정을 주기에는 난 좀 애정관이 쌀쌀맞다.

그런데 ABC살인 사건을 읽고는 그의 콧수염 마저 소지섭의 근육만큼이나 멋질거라는 생각까지 드니 ... 그만큼 포와로의 개성과 매력이 한껏 발산되어진다. 작가님의 명작 중에서도 베스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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