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의 정치신학 그린비 크리티컬 컬렉션 15
야콥 타우베스 지음, 조효원 옮김 / 그린비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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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을 앞둔 노학자의 강의록입니다. 타우베스는 바울을 유대주의의 계보 아래 놓고 「로마서」와 「고린도전서」를 읽습니다. 바울을 논하는 철학자들이 많습니다. 생존 중인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조르조 아감벤 등이 있고 그보다 앞선 칼 슈미트나 발터 벤야민, 프리드리히 니체도 있습니다. 타우베스는 자신이 구성한 바울의 계보 아래 벤야민과 자신을 놓습니다.

 

 제목이 말하듯 타우베스에게 바울 서간은 순수 신학이 아닙니다. 결국, 모든 텍스트는 정치적이라는 사실. 이건 제가 현대사상을 야금야금 공부하며 체득한 일말의 진리입니다. 그렇다고 바울이 당파성을 띠고 있는 건 아닙니다. 그는 현실정치 이전에 신의 진노와 구원을 근심하고 찾는 신학자의 정치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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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를 팔다 - 우상파괴자 히친스의 마더 테레사 비판
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 김정환 옮김 / 모멘토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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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덕의 성지를 지키는 20세기의 수문장 마더 테레사를 감히, 비판하는 책입니다. 그녀의 행보에 감화 받지는 않아도 분명 숭고하고 아름다운 헌신의 삶 아니었냐고, 그 정도는 상식이라고 믿고 사는 사회에서 크리스토퍼 히친스는 독자의 뒤통수를 후려갈깁니다. 얇은 책이지만 생생하고 알찹니다. 그렇게 자신의 사명을 다합니다.

 

 저 역시 그리스도인지만 통쾌했습니다. 비판은 이렇게 하는 거더군요. 옳다, 그르다 또는 있다, 없다 식의 협소한 범주에서 답을 내리려는 순간 풍자는 힘을 잃습니다. 이 책은 끝내 그 힘을 잃지 않습니다. 아무리 종교의 울 안이라 해도 인간의 일인데 그 언어와 행보가 때 없이 성스러울 수 있을까요. 히친스는 “반反정치만한 정치가 없”다는 태도로 테레사 운동의 배후에 흐르는 오만함과 맹신을 까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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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는 왜 라이프니츠를 몰래 만났나 - 철학의 진로를 바꾼 17세기 두 천재의 위험한 만남
매튜 스튜어트 지음, 석기용 옮김 / 교양인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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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철학자의 대결에 대해 역사적으로 흥미진진하고 철학적으로 성실한 결과물입니다. 사유로 대립하고 말과 글로 싸운다 하여 얌전한 건 아니죠. 사사키 아타루는 도서관이 화약고나 마찬가지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스피노자와 라이프니츠는 핵잠수함이나 항공모함쯤 될 것 같습니다. 격동의 시대를 살며 참 다르게 처신했으며 철학 한 두 학자를 교차편집으로 부지런히 오가며 촘촘히 써 내려간 연구에 들인 노고가 존경스럽습니다.

 

 스피노자는 알면 알수록 경탄을 자아내고 라이프니츠는 연민을 불러 일으킵니다. 초연하게 죽음을 맞이한 스피노자와 죽기까지 스피노자의 유령에 시달리며 모순적으로 살아온 라이프니츠는 저를 비롯한 흔한 인간상의 비루함과 쓸쓸함을 반추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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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 - 정성일.정우열의 영화편애
정성일.정우열 지음 / 바다출판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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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초에 비평가에 대한 제 시선은 좀 삐딱했습니다. 정론 없는 저의 일방적인 태도일 뿐입니다. 그나마 이제는 그 앙심과 투정이 많이 풀리긴 했는데, 부정적인 태도도 비평가의 ‘글’ 때문이었고, 적잖이 쌓인 신뢰도 역시 ‘글’ 때문입니다. 정성일 씨는 후자입니다. 여기 저기 개제했던 글들을 모으고 추려 엮은 이 선집에 새 글은 없고 각각의 분량도 그다지 두텁지 않지만 내장한 공력은 만만치 않습니다.
 

 정성일 씨는 서문에서 “영화로 연결되는 우정”을 말하지만 그 개인으로 볼 땐 사랑을 앞에 둬야 할 것 같습니다. 영화의 자리를 과장하지도 않으며 영화의 역할을 과신하지도 않지만 영화를 제대로 사랑하고 삶의 중심에 둘 줄 아는 이의 비평은 지식과 사유의 체에 걸러 나왔다 해도 한 편의 명화처럼 아름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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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전집 2 - 산문 김수영 전집 2
김수영 지음, 이영준 엮음 / 민음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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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글을 읽는 일이 즐겁긴 했는데 비극적 즐거움이었습니다. 그가 살던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이 나라가 크게 나아지지 않은 걸 확인하는 일이 헛헛했습니다. 그가 그토록 힘주어 말한 자유는 있는 둥 마는 둥 갑갑하고 언론이나 문학, 지식인도 여전히 제 역할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한 채 문학의 종언이니, 인문학의 죽음이니 하며 비장하기만 합니다.

 

 그의 본업이 시다 보니 시에 대한 언급이 많습니다. 시로써 살고 시로써 존재하려는 고투가 이 두꺼운 책을 끌고 가는 견인력입니다. 많이 팔리지는 않아도 새 시인과 새 작품들은 참 많은데, 그가 이제껏 살아 있어서 후배 작품들을 보면 뭐라 평할지 궁금합니다. 한 번도 동시대를 산 적 없지만 그의 글을 읽을 때마다 그가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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