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레이드 오늘의 일본문학 1
요시다 슈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3월
구판절판


여기서 살고 있는 나는 틀림없이 내가 만든 '이 집 전용의 나'이다. '이 집 전용의 나'는 심각한 것은 접수하지 않는다. 이곳에 함께 사는 요스케, 고토, 나오키, 사토루가 나처럼 '이 집 전용의 자신'을 만들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그들도 실제로는 이 집에 존재하지 않고, 결국에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된다.

-1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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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2. 7

 새벽에 잠이 깨서 그냥 집어든 책이 작년 문학과 사회 봄호였다.  

차례를 훑다보니 최성실의 평과 함께 실린 [모자](황정은 작)는 아직 읽지 않은 거였다. [모자]에 대해서는 친구들이 얼핀 나누는 얘기에서 주워들은 적이 있었다. 바로 읽기 시작했다. 난 황정은의 글을 읽을 때마다 그의 놀랍고 기발한 상상력과 시치미를 떼고 천연덕스럽게 늘어놓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에 감탄한다.  

오늘 새벽에 읽은 [모자]도 역시 내 기대를 충족시키고 남았다. 권력자로서의 아버지가 아니고 무능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다. 마음은 있으나 할 수 없을때 아버지는 모자가 되어버린다. 재치있는 유머도 아니면서 오히려 어눌한듯이 진지하고 심심하게 서술되는 문장들도 좋았다. 





 

어젯밤까진 요시다 슈이치의 [악인]을 읽었다.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은 처음이다.  

그의 [퍼레이드]를 읽으려고 사두기는 했는데 아직 읽지 못했다.  

[악인]은 한번 잡자 술술 읽혔다. 김장하려고 시장에 나가려다가 잠깐 틈이나도 읽고, 김장 버무리고 정리하자마자 또 읽고 밥 먹고 읽고 화장실에 가면서도 읽고, 그렇게 그냥 읽어버렸다.  

살인을 저지른 표면상의 악인인 유이치와 죄의 법망에서 벗어나 떳떳한 마스오를 대비시키면서 정말 악인이 누구인가를 묻는다.  

분명하고 입체적인 캐릭터들, 호들갑이나 잘난체 없는 쉬운 문장들, 선명한 이미지들은 이 작품의 장점들이다. 그의 [퍼레이드]를 읽어야겠다.


 

 

[모자]나 [악인]을 읽기 전에 유시연의 [알래스카에는 눈이 내리지 않는다]라는 소설집을 읽었다.  

문화예술위원회에서 우수도서로 선정된 책이다.  

제일 먼저 읽은 작품은 표제작인 '알래스카에는 눈이 내리지 않는다'였다.  

내 기대가 너무 컸을까. 낭만적인 문장들이 술술 읽히지 못하도록 방해를 놓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푸념을 친구에게 늘어놓았더니 그건 문장에 대한 내 개인의 취향일 뿐이라고 했다. 그럴지도 모른다. 왜그런지 점점 나는 단순하고 간결한 문장들이 좋다.  

이동하의 작품들을 볼때마다 나는 경외감을 갖는데 그건 그토록 단순하게 말하면서도 이토록 적확할까, 하는 감탄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니 '알래스카...'를 비롯한 전반부의 단편들에서 시적이고 아름답기까지 한 문장들에 딴지를 거는 것은 순전히 내 취향 탓일 수도 있다.  

그러나 후반부의 단편들은 내가 불평한 감상적인 문장들이 안 보였다. 그렇다면 작가는 원래 그렇게 쓰는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그렇게 썼는지 모른다.유시연의 작품들은 모두 상처받은 사람들의 아픈 이야기다. 아름답고 따뜻한 정경일지라도 상처받고 아픈 현재 때문에 오히려 아프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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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히트의 정부
자크 피에르 아메트 지음, 정장진 옮김 / 문학사상사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2008. 11. 4

 

이 책의 표지는 만화 그림으로 되어있다. 화려한 꽃장식이 된 챙이 넣은 모자를 쓰고 분홍색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연미복을 입은 남자 앞에서 눈을 내리깔고 있다. 배경에는 연주자들이 멀리 보이고 그 뒤에는 많은 사람들의 그림자가 보인다. 여자와 남자가 마주하고 있는 장면을 베레모를 쓴 한 남자가 손으로 얼굴을 가린채 바라보고 있다.



이러한 만화 그림 밑에 이 장편에 대한 언급을 몇 줄 넣어놓았다.



현대 연극의 신화적 인물 브레히트의 삶의 이면을 형상화한 대작

브레히트의 앨범에 끼워져 있던 빛바랜 사진 속의 한 여인을 작가 아메트는 '마리아'라 이름한다. 정보부 지시로 브레히트의 정부가 된 마리아의 시선을 통해 연극계의 천재 브레히트의 감춰진 속물적 근성, 칡넝쿨처럼 얽힌 여자관계를 속속들이 밝혀낸다. 실존인물과 창조된 인물 사이를 넘나들며 브레히트의 삶의 이면을 생생하게 재현한 기념비적 명작.



자, 이쯤되면 읽지 아니할 수가 없다. 무엇보다 브레히트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책을 집었는데 나는 지금 그때의 내 행위를 낚였다고 표현하고 싶다. 브레히트라는 이름 때문에 난 너무 브레히트에 포인트를 두었다. 이 장편을 읽으면 그에 대해서 알게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가진 모양이다.



이 책은 브레히트가 어떤 사상을 가지고 어떤 작품을 썼는지, 그의 삶은 어떠했는지 궁금해서 선책할 건 아니다. 읽어나가면서야 나는 읽는 포인트를 바꿨다.



문화계의 권력자이자 지식인으로서의 한 인간 브레히트 옆에 사랑과 염탐을 하는 마리아 아이히라는 가공 여배우가 있다. 여배우의 배후에는 첩보부 한스가 있다. 마리아는 브레히트의 일거수일투족을 한스에게 알려주다가 서베를린으로 떠나고 이후 베를린은 동서로 분단된다.



현대연극을 상징할 수 있는 브레히트, 맑시즘의 선동자 브레히트. 이 작품이 브레히트의 그런 면들을 속속들이 보여주지는 않는다. 어떤 사상에도 편향되지 않은 불쌍한 여배우의 시선을 통해서 브레히트의 모순과 역설적인 면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미의 해설은 말한다. 브레히트에 촛점을 맞추고 읽을 게 아니라 무명 여배우와 권력을 가진 극작가, 당시 동-서의 상황, 개인의 모든 것을 이념이라는 이름하에 속속들이 주시하던 감시자들, 이기적인 여성편력가 브레히트와 여성편력을 묵인하는 아내 헬레네, 이런 것들을 중심으로 읽어야 한다.



표지를 보면 마치 마리아라는 여인의 객관적인 시선을 통해서 브레히트를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게 한다. 프랑스 콩쿠르상을 수상한 이 장편에 대해서 나는 처음부터 다른 시각을 가지고 기대를 품었으니 내 실망은 누굴 탓할 수 없지만 그래도 나는 자꾸 궁시렁거린다. 표지가 이게 뭐야. 책은 많이 팔려야하고 좋은 작품일지라도 일단 읽혀야한다. 그러나 너무 상술이 드러난 유치한 표지다. 아메트도 동의했을까, 이 표지를.
악의 작품이라면 이걸 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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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 10. 27 



 

개막작인 [추적]은 보지 못했고

첫날인 10/23부터 마지막 날인 오늘, 10/26까지 매일 메가박스를 출근했다.



[언 노운 우먼] 별 넷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영화.

배경 음악도 기가 막히게 좋았다.

처음 학대 장면을 보고 무슨 수용소인가 싶었다.

알고보니 매춘과 대리모 역할을 강요당하는 것이었다.

너무 흥미위주로 몰고간 것은 아닌가 싶다.



[바시르와 왈츠를] 별 다섯

만화였기에 더욱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

학살의 중심에선 이들, 가해자이자 피해자였던 이들의 인터뷰 다쿠멘터리였다.

실사 촬영을 먼저 하고 애니작업을 했다는데

마지막엔 애니를 벗고 실재 장면이 나와서 충격을 준다.



[세비지 그레이스] 별 둘

이 영화를 보고 남은 것은 그토록 주근깨가 얼굴이며 등이며 팔뚝에 깨알같이 깔린 여배우가 주인공일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놀라움이라고나 할까.

미국 전역을 흔들었던 실재 사건이었다는데 내 마음을 흔드는 데는 실패했다.



[사랑후에 남겨진 것들] 별 둘

감상주의가 범벅이 된 영화.

그리고 유럽에서 먼 일본의 여러가지 요깃거리들을 나열해서 관객을 잡아보자는 얄팍한 상술로 만든 영화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드는 영화.



[생선 쿠스쿠스] 별 넷

이 영화에 대한 소개글의 이민자의 애환 어쩌구 하는 평을 보고 제외시키려 했던 영화.

그래서 정말 안 보았다면 큰일났을 뻔한 영화.

삼십여년간 일한 곳에서 일방적으로 해고를 당하고 우여곡절 끝에 차린 선상 레스토랑.

가장 중요한 생선 쿠스쿠스는 어이없게도 말썽쟁이 아들이 차에 실은 채 사라져버렸다.

삶이란 그렇게 생각했던 것처럼 풀리지 않는다.

쿠스쿠스를 기다리며 점차 짜증을 내는 손님들을 위해

딸은 춤을 춘다.

여자의 살찐 배가 그토록 매력적일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로나의 침묵] 별 다섯

감독의 역량과 배우의 연기력이 돋보이는 작품.

절제된 감정이 오히려 감동을 크게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다르덴 형제가 만든 영화라면 앞으로 언제나 오케이를 할 계획을 세웠다.



[백야의 결혼식] 별 넷

사랑하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상처를 주는 사람.

언젠가 보았던 [실비아]의 테드 휴즈와 실비아 플라스가 연상되었다.

디비디가 나오면 구입할 계획.



[아름다운 연인들] 별 둘

지루했다.

내가 십대가 아니라서?

프랑스 고등학교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사랑 이야기.

괜히 봤다.



[잉베를 사랑한 남자] 별 둘

이번 유럽 영화제에서 내가 본 영화가 총 13편인데 그 중 3편에서 동성애가 나왔다.

동성애가 구미에 맞아서인지 실재로 그렇게 흔한 건지 모르겠다.

[브로크백 마운틴]처럼 동성끼리의 절절한 사랑이 믿어져야하는데

이 영화는 둘이 사랑하는 것이 전혀 설득력이 없었다.



[엘레지] 별 둘

여주인공으로 분한 페넬로페 크루즈는 [귀향]에서 원숙한 중년 여인으로 나왔는데

여기선 여대상으로 나왔다.

별 재미도 없고 특별하게 전달하는 이야기도 없고 그저 그랬다.

결혼은 감옥이라느니.

식상한 이야기만 잔뜩 늘어놓았다.



[더 폴] 별 셋

여주인공역의 깜찍한 여자아이의 연기가 영화 전체를 이끌어나갔다.

자살을 꿈꾸는 환자가 지어내서 아이에게 해주는 이야기가

아이의 환상으로 펼쳐진다.

기발한 상상력과 유머가 배어있지만 눈물도 있다.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생각보다 좋았다.



[조용한 혼돈] 별 넷.

이런 영화는 영화를 만들게 아니라 책으로 써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주인공 남자가 마음속으로 읊조리는 말들을 따라가며 그 말들이 몰고오는 더 많은 이미지들을 만날때

이 영화가 완성된다.

보이는 화면과 들리는 소리만으로는 별 내세울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귀 없는 토끼] 별 하나

제목만큼이나 황당했다.

로맨틱 코메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 취향 때문인가?

영화를 보는 내내 그냥 나갈까 말까 고민했다.

이번 영화제에서 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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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 10. 26

 


 

 


 

 

영화를 보고나서도 배경음악이 오랫동안 내 귓속에 남는 경우가 있다.

이 영화 [로나의 침묵]은 어쩌면 로나의 무표정한 얼굴이 오랫동안 내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로나는 자신의 속내를 얼굴 표정이나 말에 담지 않는다.  

그러나 관객은 그녀의 마음을 알게 된다.  

그녀가 멀리 떠나는 애인에게 단 몇초만이라도 더 얼굴을 부비려하며 애절한 사랑을 보여주었지만 그것은 그녀의 마음이 흔들리는 것에 대한 불안함 때문이었다는 것.  

그녀가 위장결혼의 남편 클로디에게 거리를 유지하고 냉정하게 하는 것은 그에게 마음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었다는 것.  

그녀가 클로디와의 이혼을 서두르기 위해 자해를 서슴지 않은 것은 클로디를 지켜주고 싶기 때문이었다는 것.  

그토록 원했던 가게자리를 사고 기쁨에 찬 목소리로 애인에게, 방이 셋이야, 여긴 욕실이야, 이제 3층으로 올라왔어, 전화로 설명하는 중에 통화가 어려울 만큼 통증을 느껴 주저앉는 것은 클로디의 죽음으로 이제는 더 이상 행복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 

영화는 마치 나래이터 없는 다큐멘터리 같은데도 관객은 이 모든 것을 알게 되고 그 만큼 감동은 배가된다. 

 

벨기에의 장 피에르 다르덴과 뤽 다르덴 형제가 만든 영화이고 주연 배우는 아르타 도브로쉬. 2008칸영화제 각본상을 받고 2008부산영화제 월드시네마에 나왔던 영화다.

 

다르덴 형제의 영화를 찾아봐야겠다.  
 

 

 


아무것도 없는 빈 몸에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 갈곳을 잃은 로나.

"걱정하지마. 이젠 내가 지켜줄게."

로나는 뱃속 아기에게 말한다.

로나는 클리오의 아기를 임신했다고 믿고 있는데 사실은 상상임신. 

이 곳의 버려진 오두막에서 밤을 지새며 영화는 끝난다. 
 

 



파비오, 로나, 로나와 위장결혼을 해서 벨기에 시민권을 획득하려는 러시아인, 그 옆이 통역.
 

 



클리오는 로나의 도움으로 마약을 끊고 병원을 퇴원하는데 로나는 이제 이혼을 서두르자고 한다.

의심받지않고 이혼하기 위해선 자신을 폭행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설득하고

목격자가 있을 때 폭행해달라고 애원하는데 클리오는 차마 그녀를 폭행할 수 없다.

"넌 전과자잖아"라는 로나의 말에 "그건 달라. 난 여자를 때려본 적이 없어. 여자를 때릴 수는 없어."라고 한다. 



 

 

로나의 침묵 (Le Silence De Lorna, 2008)

드라마 2009.06.04 | 104분 | 벨기에 | 15세 관람가  

감독 장 피에르 다르덴 , 뤼크 다르덴



출연 아르타 도브로시, 제레미 레니에, 파브리지오 롱기온, 모간 마린느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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