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채수프 건강법 - 만병을 다스리는
노만 월커 지음, 로하스 365팀 옮김 / 삶과벗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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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수프 만드는 구체적인 방법이 없다. 생즙인지 삶은 수프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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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중앙신인문학상 수상작은 김지숙씨의 '스미스'다.

 

작품을 읽으면서 감탄했다. 어쩌면 이렇게 특별한 갈등 구조 없이, 화려한 수사 없는 평이한 문장으로 가볍게 끌고가서 주제를 집약적으로 드러낼 수 있나.

 

매트릭스에서 몸이 수십 개, 수백 개로 분화되어 여기저기 출몰하는 스미스. 세계 도처에 있는 스타벅스. 벌써 이러한 아이템 선정에서 주제로 가는 지름길은 선명해졌다.

 

내가 소개팅으로 만난 남자들은 스미스들에 다름 아니다. 고유한 한 인간의 냄새를 맡기를 이미 기대하지 않는다. 내 자신도 소개팅마다 상대에게 어울릴 캐릭터로 변신하며 단편적인 방식으로 기억될 뿐이다. 스미스도 나도 고유한 정체성을 가진 인간이기 보다는 균질화된 기호이자 익명의 존재다.

 

소개팅은 친구의 친구, 친구의 선후배, 친구의 군대 동기 혹은 친구의 친구의 친구 소개로 이어진다. 이러한 점조직 연결은 한 점이 빠졌을 때 더 이상 연결되지 않아 소통이 불가능해진다.  점은 독립되어 있으며 기원을 찾아나설 수 없다. 길을 잃고 헤매는 것은 이러한 것을 상징으로 보여준다.

 

작가는 아주 영리하게 하나하나의 아이템들을 기계적이라고 할 만큼 유기적으로 엮어 놓았다. 거대한 소비사회에서 길 잃은 우리의 초상을 되짚어보자고 확실하게 말한다.

 

이렇게 선명한 주제를 끌어내는 것에 감탄한 만큼 감동을 받지는 못했다. 왜? 감탄한 그 이유가 바로 감동을 해치는 이유다. 여백도 침묵도 없이 곧바로 주제로 끌고가는 폭력을 느꼈다. 한때는 나도 '잘 빚은 항아리'같은 작품들을 우러르고, 작품 초입에 슬며시 등장하는 못에 목이라도 매야한다는 잘 짜인 구조를 선망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그런것들이 의도적으로 느껴지고 우스워졌다. 그러한 글들에서는 여백도 침묵도 없다. 해찰을 부리며 독자가 상상할 여지가 없다. 그래서 나는 폭력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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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60호 - 2009.가을
문학동네 편집부 엮음 / 문학동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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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의 영화를 본 느낌이다. 그것도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2009년 문학동네 단편소설 부문 신인상 수상작인 '제니'(기준영 작)를 본 후의 내 기분이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보고 나면 나는 가까운 이에게 이 영화에 얼마나 내가 매료되었는지 설명하고 싶어지곤 하지만 번번이 말이 막혔다. 그것은 영화를 보든 책을 읽든 간에 궁극으로 '그래서 어쨌다는 거지?"라는 질문으로 정리해오던 오랜 습성때문이다. "그래서 작가는, 감독은 우리에게 무엇을 전달하고 싶다는 거냐", 똑떨어지는 주제를 찾아야만 제대로 읽은 거고 제대로 본 것 같다. 그걸 찾아야만 누군가를 설득하는 논거가 될 것만 같다.  

 이러니 나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보고 나면 내 마음의 흔들림과 내 몸의 중력이탈 느낌을 전달할 수 없다.  

기준영씨의 당선작 '제니'를 읽고 관계없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끌어들인 것은 바로 딱 그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호감은 이 소설이 영화적이라서가 아니다. 영화적인 것은 이 소설의 한 특징 중의 하나다. 장면 장면이 보여지는 그 이면이 내게 다가올 때 내 마음은 흔들린다. 이 작품은 말하지 않고 보여주면서 읽는 독자를 흔들리게 하는 힘을 가졌다.   

제니의 일상은 전지자 시점을 가진 것처럼 화자의 나래이션으로 보여진다. 통상적인 시점의 상식과 거리가 있는 것이다. 부모를 홍희, 석주라 이름을 부르고 이모아 이모부를 안나와 용식이라 부른다. 이렇게 상식적이지 않은 장치들이 도발적이고 톡톡튀는 진술들과 어울리는 데에도 어색하거나 과잉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심사평을 보니 수상작 선정에 세 편의 작품이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한다. 나머지 두 작품도 무척 궁금하다. 아마도 언젠가는 좋은 작품으로 등극을 하겠지. 기준영씨의 좋은 작품들을 앞으로 많이 만나게 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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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59호 - 2009.여름
문학동네 편집부 엮음 / 문학동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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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아 작가의 '올빼미의 없음'을 두 번 읽었다. 앞으로도 몇 번 더 읽게 될 것 같다. 처음에 읽었을 때는 누가 누구에게 어떤 일을 두고 얘기를 하는지 가닥을 잡느리 헤맸다. 서사가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책 읽는 오랜 습관 때문이다.  

이 작품은 2009문학동네 여름호에 실린 단편이다. 두번째 읽을 때는 어느 정도 줄거리도 파악했겠다, 느긋하게 문장들을 즐기며 읽었다. 그 장소는 병원 대기실이었는데 공교롭게도 그날 대기실의 텔레비젼에서는 김대중 대통령 서거에 대한 방송이 이어지고 있었다.  

귀로는 죽은 자에 대한 애도의 방송을 들으며 죽음에 대한 책을 읽고 있으려니 기분이 이상했다. 마치 나도 목놓아 울어야만 할 것 같았다.  

누군가가 죽음으로 내 곁을 떠난 후에 그가 정말로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다는 사실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끝없이 중얼거리는 것, 이것이 바로 이 작품, '올빼미의 없음'이다.  

외르그 드렙스가 죽은 후 화자와 베르너는 장례식을 치르며 그 과정에서 과연 죽음이라는게 어떤 것인지, 슬퍼한다는 형식이 어떤 위로를 주는 건지 끝없이 중얼거린다.  

 올빼미는 화자와 외르그를 이어주는 매개체였다. 외르그의 창문으로 보이던 커다란 두 그루의 전나무에 올빼미는 날아와 앉아있곤 했었고 그 올빼미 사진을 외르그는 찍었고 화자는 그 사진을 좋아하혔다. 어느날 외르그는 자신의 창 앞에 있던 전나무가 사라졌으며 더 이상 올빼미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메일을 보내온다. 그리고 다음해(아마도)에 화자는 베르너로부터 외르그의 부음을 듣는다. 

누군가의 죽음을 애도하고 이별하는 절차, 장례식의 광경. 

그러나 그 안에서 어떤 슬픔의 형식으로도 메울 수 없는 그 공허함이 읽는 나를 한 없이 빨아들였다. 올빼미 없음, 외르그 없음.   

병원 대기실에서 이 작품을 다시 읽는 동안 나는 한 줄 한 줄을 베껴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배수아 작가의 작품은 늘 나를 지상에서 한 뼘쯤 내 발을 들어올려 시공이 흐릿한 가운데 몽롱한 상태로 취하게 한다.     

한 문장이지만 한 문장이라기엔 너무나 긴 문장, 그러나 그 속에 다 담을 수 없는 아픔이 행간에서 무한하게 펼쳐지는 문장을 옮겨본다.

-사람은 아프며, 친구의 갑작스런 죽음을 겪은 다음이라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불안과 고독을 느끼고, 그리하여 스스로 깊은 우울의 한가운데로 걸어들어가며, 그것은 원인으로 다가가기가 두려운 우울이므로 치유가 불가능하고, 일생 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일을 하며, 당연하게도 미친 듯이 일을 하며, 그런 다음 자신이 해놓은 일이 모두 소용 없는 것으로 판명날 것임을 깨닫게 되고, 어떤 날 이후부터는 오직 종이와 필체의 산더미에 지나지 않게 될 것임을 깨닫게 되고, 그런 자신의 필체를 알아볼 수 있는 사람들조차 언젠가는 모두 떠날 것이며, 그리하여 남몰래 좌절한 채, 그 누구에게도 밝힐 수 없는 개인적이고 불명확한 좌절,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에 몰두하기 위해 책상으로 다가가고, 어느 날 신문을 펼쳤는데, 다시 친구가 죽고, 친구가 이해할 수 없는 몸짓으로 갑자기 죽고, 함께 차를 마시다가 문득 눈을 들어보니 그 자리에 친구가 없고, 한마디 인사도 남기지 않은 영원한 작별, 비명 없이 베어져나가는 마음, 스스로에게 대답 없는 질문을 던지고, 늘 그렇듯이 여행을 하고, 비행기와 기차를 타며, 때로는 대양과 대륙을 가로지르는 여행을 하고, 비행기의 창밖으로 하염없이 시선을 돌리며, 그것과 문득 눈이 마주치고, 자주 반복되는 그 행위로 인해 음울의 정서가 가슴에 쌓여가며, 태양이 비치는 드문 날이면 화분을 발코니에 내다놓고, 때로는 농담을 하고 미소도 지으며, 외국으로 이메일을 쓰고 우체국에서 엽서를 부치며, 명랑한 자리에 초대될 때도 있으며 그리고 글을 쓰며, 친구를 생각하고, 이미 죽은 친구들과 살아 있는 친구들을, 이미 죽은 친구들과 이제 앞으로 죽게 될 친구들을, 이런저런 약속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전시회나 음악회, 극장을 찾아가고, 무엇보다도 책을 읽고, 집에 돌아와서는 일을 시작하기 전 다시 한번 창밖을 바라보며, 눈보라에 대해서 생각하고, 멀리 있는 것을 생각하고,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생가갛고, 그 생각을 생각하고, 하루 종일 일을 하며, 잠자리에 들기 전 문득 떨리는 손으로 수화기를 들었으나 장거리 전화는 연결되지 않고, 그리고 마침내 어느 날, 다시 아프다.

    -2009문학동네 여름호, 205-2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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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책을 주문하려고 찾아보다가 결국은 서점으로 직접 나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사려고 했던 책들은 수없이 출판이 거듭된 책들인데 선택하기가 어려웠다.  

이른바 세계명작시리즈 경우 더욱 그렇다.  

어떤 책들은 그냥 줄거리 위주로 압축해서 다시 써 놓은 경우도 많다. 

작품이라는게 어떤 줄거리로 어떤 결말을 갖게 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기 때문에 

나는 되도록이면 원문에 충실한 책을 선택하려고 한다.  

'올리버 트위스트' 경우 몇 군데 출판사에서 출간된 책을 살펴보려했지만  실패했다.   

벌써 목차도 책마다 너무나 달랐다. 

어떤 책은 논술에 적당하게 다시 편집하여 곳곳에 설명을 써 넣어둔 것도 있었다.  

미리보기가 되어있다면 아마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특히 창작과비평사에서 나온 책들은 거의 미리보기가 안 되어있는 것 같다.   

그동안에도 외국작품 번역서를 고를 때마다 느꼈던 안타까움이다. 

명성에 비해서 이상하다 싶을 때는 번역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

다시 서점에 나가서 고르기 위해 몇 권을 후보로 보관함에  담아두었다.  

서점에 직접 나가는 시간 낭비 하고 싶지 않아서 알라딘을 드나드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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