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2. 7

 새벽에 잠이 깨서 그냥 집어든 책이 작년 문학과 사회 봄호였다.  

차례를 훑다보니 최성실의 평과 함께 실린 [모자](황정은 작)는 아직 읽지 않은 거였다. [모자]에 대해서는 친구들이 얼핀 나누는 얘기에서 주워들은 적이 있었다. 바로 읽기 시작했다. 난 황정은의 글을 읽을 때마다 그의 놀랍고 기발한 상상력과 시치미를 떼고 천연덕스럽게 늘어놓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에 감탄한다.  

오늘 새벽에 읽은 [모자]도 역시 내 기대를 충족시키고 남았다. 권력자로서의 아버지가 아니고 무능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다. 마음은 있으나 할 수 없을때 아버지는 모자가 되어버린다. 재치있는 유머도 아니면서 오히려 어눌한듯이 진지하고 심심하게 서술되는 문장들도 좋았다. 





 

어젯밤까진 요시다 슈이치의 [악인]을 읽었다.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은 처음이다.  

그의 [퍼레이드]를 읽으려고 사두기는 했는데 아직 읽지 못했다.  

[악인]은 한번 잡자 술술 읽혔다. 김장하려고 시장에 나가려다가 잠깐 틈이나도 읽고, 김장 버무리고 정리하자마자 또 읽고 밥 먹고 읽고 화장실에 가면서도 읽고, 그렇게 그냥 읽어버렸다.  

살인을 저지른 표면상의 악인인 유이치와 죄의 법망에서 벗어나 떳떳한 마스오를 대비시키면서 정말 악인이 누구인가를 묻는다.  

분명하고 입체적인 캐릭터들, 호들갑이나 잘난체 없는 쉬운 문장들, 선명한 이미지들은 이 작품의 장점들이다. 그의 [퍼레이드]를 읽어야겠다.


 

 

[모자]나 [악인]을 읽기 전에 유시연의 [알래스카에는 눈이 내리지 않는다]라는 소설집을 읽었다.  

문화예술위원회에서 우수도서로 선정된 책이다.  

제일 먼저 읽은 작품은 표제작인 '알래스카에는 눈이 내리지 않는다'였다.  

내 기대가 너무 컸을까. 낭만적인 문장들이 술술 읽히지 못하도록 방해를 놓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푸념을 친구에게 늘어놓았더니 그건 문장에 대한 내 개인의 취향일 뿐이라고 했다. 그럴지도 모른다. 왜그런지 점점 나는 단순하고 간결한 문장들이 좋다.  

이동하의 작품들을 볼때마다 나는 경외감을 갖는데 그건 그토록 단순하게 말하면서도 이토록 적확할까, 하는 감탄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니 '알래스카...'를 비롯한 전반부의 단편들에서 시적이고 아름답기까지 한 문장들에 딴지를 거는 것은 순전히 내 취향 탓일 수도 있다.  

그러나 후반부의 단편들은 내가 불평한 감상적인 문장들이 안 보였다. 그렇다면 작가는 원래 그렇게 쓰는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그렇게 썼는지 모른다.유시연의 작품들은 모두 상처받은 사람들의 아픈 이야기다. 아름답고 따뜻한 정경일지라도 상처받고 아픈 현재 때문에 오히려 아프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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