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캄과 메오 초승달문고 9
김송순 지음, 원혜영 그림 / 문학동네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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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 모캄의 아픔이 가슴으로 스며들어오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아픔까지 확대하여 느낄 수 있게 한다. 모캄과 메오의 만남과 관계가 마냥 낭만적이거나 계몽적이거나 행복하지만은 않게 그려진 점도 좋다. 이 책을 읽은 아이들도 모캄을 비롯한 외국인 노동자들의 아픔을, 모캄과 메오의 이별의 쓰라림을 적당히 느끼면서 가슴 아파할 듯하다. 가슴 한번 시려보게 하는 것만으로도 좋을 작품이 아닐까. 또 짧게 쳐가는 단순한 문장과 구성, 단순하고 적절한 인물 설정과 등장도 저학년 아이들 눈높이에 잘 맞춘 듯하여 읽기 편했다. 그림도 작품의 감정과 분위기를 잘 살려냈다.

다만 초등학교 1,2학년 아이들이 외국인 노동자와 한국인 사용자의 관계(이를테면 불법체류라는 걸로 발목 잡는 거)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고, 그것이 작품을 읽을 때 어느 정도 작품 이해로 나아갈지 궁금하다. 요즘 아이들, 외국인 노동자 얘기는 여기저기서 많이 나오니까 잘 알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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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도서관 사계절 저학년문고 33
박효미 지음, 김유대 그림 / 사계절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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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어떻게 읽을까 무척 궁금한 책이다. 사실 표지나 제목이 지닌 매력이 크다. 곤란한 표정으로 어렵사리 뻔한 일기를 쓰고 있는 표지 속 아이는 '삶'과 '글쓰기'에 대한 통찰 없이 억지로 거짓된 글을 쓸 수밖에 없는 수많은 아이들을 대표하기에 눈길을 끈다. 그리고 '일기'라는 아이템 자체가 아이들에게도 그렇고 부모들에게도 그렇고 무언가 이야기될 만한 거리를 끝없이 생산해내는 것 가운데 하나이니,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책이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을 보고 작가가 무책임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 작품은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흐려 그 두 세계를 넘나드는 일차원적인 세계에서 자기만의 이야기를 엮어가는 유아기 아이들, 취학 전 아이들이 공감해서 볼 만한 '유년동화'가 아니다. 분명 어느 정도 소설의 영역으로 들어와 있는, 현실에 대한 명백한 인식이 전제된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실세계와 판타지세계에 대한 작가 나름의 인식과 함께 작품 안에서의 판타지적 리얼리티, 내적 진실 같은 것이 확보되어야 맞다.

 

헌데 이 작품에 나오는 '일기 도서관'과 '일기지기'라는 판타지공간과 그 공간 안에서 설정된 인물은 마치 현실세계에 '실재'하는 공간과 인물인 양 서술된다. 현실세계에 사는 민우뿐만 아니라 벼리와 담임선생님도 그 판타지공간과 인물을 현실공간과 인물인 양 만나고 경험할 수 있으니 말이다.(이는 그 학교, 아니 그 학교 밖 사람들도 누구나 다 그 판타지공간과 인물을 '실체'로 경험할 수 있음을 뜻한다.) 현실세계와 판타지세계의 경계가 심리적으로든 물리적으로든 설정되어 있고 그 두 세계의 관계에 대한 나름의 장치가 작품 안에 있어야 되는데, 그런 게 없이 그냥 떡하니 현실세계에 실존하는 판타지공간를 그려놓았으니, 그 판타지공간을 '실체'로 이해해야 되나 '뻥'으로 이해해야 되나.

 

결국 작가는 그저 판타지공간과 인물을 설정만 해놓았지, 그것이 현실세계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 또렷한 대답을 명시적으로든 암시적으로든 제시하지 않은 채 작품을 끝내버렸다. 아무런 단서도 제시하지 않은 채 그저 단순한 생활이야기로 끝내버린 것이다. "이런 게 있어!" 하고 자기 상상을 글로 표현해놓았을 뿐, 그 자기 상상에 대한 나름의 해명이나 리얼리티 확보를 위한 노력 없이 "그냥 그런 거야!" 하고 독자에게 강요하고는 발을 싹 뺀 꼴이랄까.

 

작가는 이렇게 천연덕스럽게 판타지공간을 현실세계 안으로 가져와서 그 경계를 허물어버려도 된다고, '동화'란 그래도 되는 거라고 오해한 것 아닌가 한다. 그 오해 덕분에 자기 작품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말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문장에 현재형과 과거형 어미가 섞여 나오면서 기본은 현재형으로 가는 듯한 표현이 좀 거슬리고 어색하다. 아참, 의문 한 가지. 민우는 벌 서는 것 때문에 도서관 청소를 하는데, 칭찬만 받는 벼리는 왜 만날 도서관 청소를 하는 거지? 벼리가 원래 그곳 청소 담당이고 민우는 벌로 그곳 청소를 돕는 거라 해도 납득이 안 된다. 어차피 둘 다 같은 청소를 하게 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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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꼬마 자전거 - 가교 어린이책 7 가교 어린이책 11
남찬숙 지음, 조형윤 그림 / 가교(가교출판)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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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모양새, 특히 그림만 보고는 기대를 거의 안 한 작품(거의 무시 수준). 그런데 기대 이상의 감동을 받은 작품(거의 감탄 수준).

‘죽음’이라는 문제를 아주 쉽게, 단순하면서도 의미의 깊이나 폭은 넓게, 지루하지 않게 그렸다고 본다. 단순하고 쉬운 글이 일단 읽기를 무척 수월하게 해 작품에 몰입할 수 있었고, 자전거가 들려주는 이야기라 아이들도 어렵지 않게 따라가며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줄 것 같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별이나 집착, 이런 문제까지도 자전거의 심리에 담아 낯설지 않으면서도 낯설게 잘 형상화했다고 본다. 우리 작가들이 이 정도만 써줘도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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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사랑 주식회사 느림보 동화 9
손정혜 지음, 심미아 그림 / 느림보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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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신선하게 읽었다. 큰 욕심 없이 서술해 나가는 점이 일단 마음에 들었고, 그야말로 다정다감한 이야기일 것만 같은 제목과 표지와는 달리 아이들의 어두운 면, 동화에 쉽게 나오지 않는 부분도 건드린 것 같아 기본 점수를 주고 싶다. 또 이야기 속 아이들이 자기 경험을 어른의 경험으로 넓히다가, 한 번은 실수에 따른 어려움을, 또 한 번은 희망 어린 선택을 겪게 한 점이 독자 아이들에게 전하는 바가 있을 거라 본다.

하지만 단점도 많다. 가끔 불필요하거나 어색한 얘기도 나오고, 수위가 문제였다 뿐이지 그야말로 어느 정도는 다정다감하고 착한 이야기로 끝난 건 맞긴 하기 때문이다. 터부시되는 부분에 대한 솔직함이 기본 점수를 줄 만했지만, 따져보면 더 깊은 바탕엔 아무래도 현실에 대한 낭만적 지향이 놓여 있는 것 같기도 해서 속이 시원하진 않았다.(근데 그게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는 한 것 같다.)

그리고 주인공 아이 부모가 목사님 부부라는 설정은 꽤 신선했다고 할까, 그랬는데, 그 점이 작품에 큰 영향을 주지 않고 인물 설정 선에서만 그치다가, 막판에 “…다 너희 교회에서 결혼을 한대. 그러면 행복하게 잘 살기 때문이래.”라며 개신교에 투신하는 듯하여 아쉬움이 컸다.

그리고 그림이 정말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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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 낮은산 작은숲 8
오경임 지음, 허태준 그림 / 낮은산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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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이 작품이 말이 되는 얘기인지부터 의심이 간다. 꼭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를 본 것 같기도 한데, 문학적 장치나 의미망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그런지 난 그저 이상하기만 하다. 허채비 숲이라는 공간이 뭔가 현실과는 다른 상황이 벌어질 만한 곳이 되기도 하겠지만, 그야말로 오로지 ‘사실’의 눈으로만 읽히니 난감하다. 판타지 공간이나 요소가 생생한 현실감을 드러내서 그런 건 아닌데 말이다. 내 눈이 문제인 건가?

 

그리고 주희의 어렸을 적 경험이 이 정도 이야기를 만들어 낼 만한, 주희라는 아이에게 그 정도로 무언가 찾고 느끼게 할 만한, 절절한 경험인지 잘 모르겠다. 나아가 작가만의 독창적인 무엇이면서도 독자에게 보편적으로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또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 자체가 꽤 관념적으로, 뿌옇고 몽환적으로 읽혀서 작품 속 인물의 마음에, 나아가 작가의 마음에 가 닿지를 못하겠다. 제주도 풍광에 대한 묘사며, 황금시대 어쩌고 하는 얘기는 그저 겉도는 거 같고.

 

작가는 자기 경험과 심리, 마음의 흐름을 그저 자기 언어로 표현하면 독자도 다 그 표현된 경험과 심리, 마음의 흐름을 잘 따라올 거라 믿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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