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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간,

나는 주머니 속에서 불거져 나온 주먹처럼
너는 주먹 안에 쥐어진 말 한마디처럼,
나는 꼭 쥔 주먹 안에 고이는 식은땀처럼
너는 땀띠처럼,
너는 높은 찬장 속 먼지 앉은 커다란 대접처럼
나는 그득히 담겨 찰방대는 국물처럼,
너는 주둥이를 따고 몸을 마음에게 기울인다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따라지기를,
나는 기울였다 세워놓은 술병처럼 반은 비어 있다
마개처럼 테이블 아래로 떨어져 뱅그르르 돌다 멈춘다
나는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너는 벽을 껴안고,
나는 미안하다며 무릎을 꿇고
너는 고맙다며 두 팔을 뻗고,
나는 미친 척하고
너는 제정신인 척하고,
나는 부딪칠 때마다 소리를 지르는 빗방울이 되어
흔적만이 환한 눈송이가 너는 되어,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어서 행복한 너와
이미 만났었기 때문에 괜찮다는 나는,
심장이 멎을 것 같은 나와
심장이 제대로 뛰기 시작하는 너는,
이제야 죽고 싶어진다고 나는 말한다.
네가 태어나고 싶어지는
이 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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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닌 채로 이렇게 시간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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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나는 내가 흔들어 놓은 맥주 캔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겉은 멀쩡하지만 거품이 뿜어 나오는 맥주 캔처럼 따기만 하면 내 안의 분노와 증오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조마조마하다. 

 '권지예-퍼즐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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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심히 하라고, 최선을 다하라고, 힘을 내라고,  

그런 이야기들이 지겨워질 때가 있다.  

그렇게 되려고 그렇게 되고, 되지 않으려고 되지 않는 일들도 

세상에는 있다. 나의 노력 같은 것과는 무관하게. 

그럴 때는 차라리 온몸의 힘을 빼는 연습을 하는 게 낫다. 

'황경신-위로의 레시피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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