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있어 사랑은 빠져버리는 것이고, 서툰 것이고, 바보가 되어 유치해지는 것이고, 그 사람 앞에서 한없이 약해지는 것이고, 할 수 있을 때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하는 것이고, 마침내는 이기적으로 욕심을 내는 것이었다.

-작가의 말中

 

 아무런 대꾸가 없는 남편의 등짝에 살짝 입을 맞춘 후, 그가 깨지 않도록 조용히 몸을 일으켜 침대 밖으로 나와 복도 끝 오른쪽에 위치한 부엌으로 향했다. 부엌 등을 켜고 냉장고를 열어 시금치와 유부, 된장과 두부, 다진 마늘을 꺼냈다. 결혼 생활이란 다음 날 가족이 먹을 신선한 아침 국을 매일 끓이는 일이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일이었다. 말하자면 결혼 십 주년의 의미는, 지난 십 년간 내 결혼 생활에서 실질적으로 쌓인 것은, 내가 끓여낸 십 년 치의 국물들이었다.

'임경선 나의 남자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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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일

십 년 치의 국물들

 

십개월을 살았음에도 너무 공감될까봐, 답을 찾을 수 있을 것도 같고 슬플 것도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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