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詩

꿈속에서 꿈을 꾸고 또 꿈을 꾸는 것처럼 달속에 달이 뜨고 또 떠서 우리는 몇생을 돌다가 와 어느 봄 밤 다시 만날까요

 

당신이 보고 싶어지는 이유

강물이 밤중에도 흘러가는 것은

바닷물이 쉬임 없이 밀려오는 것은

달빛이 그들을 밀고 있기 때문이다

붉은가슴도요새가

수만 킬로의 하늘을 날 수 있는 것은

꿈틀거리던 애벌레가

나비로 날아오를 수 있는 것은

달빛이 그들을 들어 올려주기 때문이다

바람도 불지 않는데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것은

아무도 앉아 있지 않는데

빈 그네가 움직이고 있는 것은

꽃이 지는데

와락 당신이 보고 싶은 것은

달빛이 우리를 밀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과 살던 집

길모퉁이를 돌아서려고 하는 순간

후드득, 빗방울이 떨어지려고 하는 순간

햇빛에 꽃잎이 열리려고 하는 순간

기억날 때가 있다

어딘가 두고 온 생이 있다는 것

하늘 언덕에 쪼그리고 앉아

당신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

어떡하지 그만 깜빡 잊고

여기서 이렇게 올망졸망

나팔꽃 씨앗 같은 아이들 낳아버렸는데

갈 수 없는 당신 집 와락 생각날 때가 있다

햇빛에 눈부셔 자꾸만 눈물이 날때

갑자기 뒤돌아보고 싶어질 때

노을이 붕붕 울어댈 때

순간, 불현듯, 화들짝,

지금 이 생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기억과 공간의 갈피가 접혔다 펴지는 순간

그 속에 살던 썰물 같은 당신의 숨소리가

나를 끌어당기는 순간

 

'권대웅-당신이 사는 달中'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